【 복음 묵상 】11/24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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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 루카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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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헌금함에 예물을 넣는 부자들을 보고 계셨다. 그러다가 어떤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거기에 넣는 것을 보시고 이르셨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루카 21,1-4)


<작은 돈, 그러나 너무나 큰 돈>

한 그룹의 할머님들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뭔가 좋은 일이 있는 듯, 다들 싱글벙글한 얼굴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표격되는 할머님께서 꽤 수줍고 쑥스러운 얼굴로 뭔가를 건네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작아서 부끄러우디, 우리 노인네들이 여그, 불쌍한 아그들, 그라고 수사님들 생각하면서 매월 쪼깨씩 십시일반으로 모은건데, 요긴하게 써주셨으면 좋겠구만요.”

참으로 고맙고 부끄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 정성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손자손녀들 용돈도 주셔야하고, 곗돈도 부어야 하고, 등산도 다니셔야 하고...돈쓸 곳도 많을 텐데, 일 년 내내 아끼고 아껴 건네시는 그 ‘거금’을 도저히 받을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이거 제가 받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할머님들 그 마음 잘 접수했습니다. 그 대신에 용돈 쓰실 데도 많을 텐데, 이 돈은 도로 가져가십시오.”

할머님들은 절대 안 된다며 펄쩍 뛰셨습니다. 할머님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저는 다시금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우리 수도자들이 정말 잘 살아야겠구나, 정말 청빈하게 살아야겠구나, 절대로 헛된 곳에 돈 쓰지 말아야겠구나, 이런 훌륭한 분들의 마음을 늘 기억하면서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야겠구나, 하는 다짐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헌금’을 주제로 명료하고도 구체적인 가르침을 주십니다.

봉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액수가 아니라 지극한 정성이며 마음이 담긴 전적이 봉헌이라고 강조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가셔서 헌금궤 앞에 앉으셨습니다. 마당에서 대성전으로 들어가는 중간에는 각기 용도가 다른 헌금궤 13개가 놓여있었습니다. 헌금궤는 입구가 큰 나팔관 모양새를 지녔고, 헌금을 넣으면 밑으로 모아지게 되어있었습니다.

이윽고 부자들이 헌금을 하기 위해 도착합니다. 큰 액수(10만 원짜리 수표나 만 원짜리 한 장)를 헌금하기에 보무도 당당합니다. 헌금 담당 사제의 눈앞에 수표를 들이대며 흔들어 보이면서, ‘큰 것 한 장이요’ 하면서 자랑스럽게 헌금궤에 돈을 넣었습니다.

이어서 한 가난한 과부가 등장합니다. 당대 문화 안에서 과부로 산다는 것은 최하위 계층의 삶을 산다고 보면 확실했습니다. 당시 과부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기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도 오래였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손을 벌리는 것도 하루 이틀 이었습이다. 하루하루 살길이 막막했던 과부였습니다. 굶기를 밥 먹듯이 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헌금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부는 신앙심이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평소에 헌금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하느님 앞에 무척이나 송구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오랜만에 작은 돈이 생겼습니다.

그 순간 여러 가지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오고갔습니다. “저 어린 것, 그동안 용돈 한번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이 돈을 아이들에게 용돈 쓰라고 줄까?” “아니지, 오랜만에 고기라도 조금 사서 영양보충을 좀 할까?”

그러나 최종적으로 그녀는 성전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작은 돈, 그러나 과부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큰 돈(동전 두 닢)이었습니다.

작은 돈이었지만, 그녀의 모든 정성, 그녀의 삶 전체가 긷든 소중한 돈을 아주 정성껏,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이런 과부였기에 예수님께서는 과부를 향해 극찬을 하십니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시는 예수님이셨기에, 그녀의 전적인 봉헌, 열렬한 신앙을 보신 것입니다.

하느님께 중요한 것은 외형보다는 마음입니다. 하느님이 더욱 눈여겨보시는 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입니다. 하느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은 액수가 아니라 정성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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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이 말씀을 대할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 죄의식을 느끼기도 합니다.
먹고 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습니다만
그 '먹고 살 만큼'이 얼마 만큼인지가 아직도 혼란스럽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주님께 일용할 양식을 청합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항상 일용할 양식보다 조금씩 더 주셨던 주님께 감사 ... ...
안셀모

남을 위하여 내가

남을 위하여 내가 조금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선행을 한다고 여기는 생각이 나와 주님의 관계를 멀어지게 할 때가 많다. 그러한 일들은 당연히 나의 몫이며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자세가 주님과 나의 거리를 가까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