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2/26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양승국 신부님
12월 26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사도행전 7장 54-59절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마태 10,17-22)
<타는 불속에서도 웃음 짓는>
“주 예수님, 제 영혼을 받아주십시오.”(사도 7,59)
초세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에 대한 박해가 한창이던 시절, 마르코,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대 때의 일입니다. 가르포라는 그리스도교 신자에 대한 화형이 집행되고 있었습니다. 집행인들은 그를 번쩍 들어 타는 불속에 집어던졌습니다.
둘러서 있던 모든 사람들, 너무나 끔찍한 장면 앞에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그러나 가르포는 타는 불속에서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특별한 모습이어서 집행인 가운데 하나가 웃고 있는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하느님의 영광을 보고 있습니다. 너무 기쁩니다. 그래서 웃습니다.”
오늘 축일을 맞는 스테파노 성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마다 손에 큼지막한 돌 하나씩 들고 달려온 살기등등한 수많은 적대자들 앞에서 그는 이렇게 외칩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둘러서있던 적대자들은 스테파노를 성 밖으로 끌고 가 돌로 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누군가가 던진 돌에 한번 맞아본 적 있으십니까? 어린 시절, 다른 동네 아이들과 ‘살벌한’ 눈싸움을 하던 중, 큼지막한 돌에 맞아 잠깐 정신을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돌에 피가 철철 흐르고, 기절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스테파노에게 날아온 돌은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수십 개, 수백 개였습니다. 참으로 끔찍한 사형방법입니다. 하나, 하나 맞을 때 마다 극심한 고통에 비명과 신음이 절로 나왔을 것입니다. 무수한 돌팔매질을 온몸을 향하는 와중에도 스테파노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스테파노가 바쳤던 위 기도는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 바치셨던 예수님 기도와 거의 흡사합니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스테파노의 순교는 예수님 십자가 죽음의 100% 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적대자들의 끔찍한 돌팔매로 인해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인 가운데서도 스테파노는 자신을 죽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보여주신 원수까지 사랑하신 그 어이없는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스테파노였습니다.
순교자들의 죽음,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신비입니다. 어떻게 단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그처럼 당당하게 내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죽음을 자초할 수 있단 말입니까?
순교자들의 당당한 죽음, 그 이면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었을까요?
아마도 그들은 이 세상에서 이미 하느님을 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을 체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뵙듯이 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얼마나 풍요로운 곳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온 몸과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 되셨으니 누가 감히 우리와 맞서겠습니까?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생활화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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