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2월 29일 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양승국 신부님

카테고리:

?


12월 29일 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 루카 2,22-35

?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루카 2,22-35)


<고통이 때로 은총이라는 깨달음>

전 세계에 수많은 회원들을 파견한 한 수도회의 최고 책임자였던 어떤 신부님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뛰어다니시다가 누적된 과로로 인해 쓰러지신 신부님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10년 이상을 꼬박 침상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투병생활 초기의 답답함과 불편함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 수많은 회원들의 장상으로서 그가 그간 해왔던 많은 역할들-계속되던 중요한 회의, 방문, 여행, 접견, 강연, 저술 등등-에서 순식간에 물러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전 세계를 주름잡던 분, 30분, 1시간 단위로 빡빡하게 하루 스케줄이 잡혀있어서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 쓰던 분이셨는데, 이제 몇 평 안 되는 병실에 갖혀 하루 온종일을 천장만 바라보고 지내야하니 그 답답함이 오죽 했겠습니까?

아무리 기를 써도 혼자 힘으로는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드니 그 비참함이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더욱 못 견딜 일은 식사수발을 비롯한 모든 일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으니, 참으로 못할 일이었습니다. 차라리 죽고만 싶었겠지요.

그러나 워낙 영적으로 사셨던 분이셨기에, 만사에 있어서 늘 주님의 뜻을 먼저 헤아리던 분이셨기에 오래지 않아 한 ‘깨달음’에 도달하셨고, 마침내 이런 고백을 하시기에 이르렀습니다.

“장상으로 일할 당시 나는 늘 하느님 품 안에 푹 잠겨 살고 싶었는데, 바로 지금 이 병상에서 내가 그 체험을 하고 있으니 하느님의 뜻은 신비롭기만 합니다.”

그 후로 신부님은 못 다한 활동 사도직을 병실 사도직으로 보충해나가기 시작하셨습니다. 하루 온 종일을 후배 신부님들을 위한 기도로 할애하셨습니다. 환한 얼굴로 찾아오는 모든 방문객들을 맞이하면서 ‘고통도 때로 은총’ 이란 사실을 온몸으로 전해주기 시작하셨습니다. 고통과 십자가가 때로 영혼에 크나큰 약이 될 수 있음을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온 몸으로 알려주기 시작하셨습니다.

신부님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고통 가운데서도 평화롭고 기쁜 신부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신부님은 병고와 노년이라는 크나큰 십자가 앞에서도 진정 행복한 나날을 지내셨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도달해야할 한 가지 깨달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십자가야말로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가장 큰 은총이란 사실입니다. 고통은 쇄신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진리입니다. 죽음 역시 우리 일생을 잘 정리하고 영원한 하느님의 품안에 완전히 잠기는 일생일대 가장 큰 축복이라는 진리입니다. 이 깨달음이야말로 깨달음 중에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도 십자가도 결국 은총이라는 그 깨달음이 빨리 이루어지면 질수록 우리의 신앙생활은 보다 풍요로워지고 자유로워지리라 확신합니다.

지난 시절, 제게 다가왔던 수많은 십자가를 떠올려봅니다. 참으로 괴로운 것이었지만, 그 십자가가 아니었다면 내가 얼마나 더 교만하게 살아가겠는가, 그때 그 십자가가 아니었다면 내가 얼마나 안하무인격으로 살아가겠는가 생각하며 주님께서 주신 제 십자가에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그 모든 실패와 좌절, 고통과 십자가야말로 우리를 보다 기도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하느님의 손길임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우리가 수시로 체험하는 갖은 불행한 사건들은 우리를 보다 영적인 인간, 기도하는 인간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하느님의 선물임을 자각하는 오늘 하루가 되길 빕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시메온은 역시 자신이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겪어온 고난의 세월이 하느님의 손길임을 굳게 믿었기에, 모진 시련 속에서도 성전 주변을 떠나지 않고 기도 안에서 꾸준한 영적 삶을 영위했습니다. 그 결과 시메온은 구세주 하느님을 자신의 두 팔에 안는 영광을 맛보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눈앞에서 사천년간 고대했던 이스라엘의 구원이 성취 되는 순간을 목격한 것입니다.

십자가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진리, 십자가는 구원에로 건너가는 사다리라는 진리를 깨달은 시메온이었기에 지복직관(至福直觀)의 영광이 선물로 주어진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이 양승국 신부님 매일 묵상글은 가톨릭 인터넷 굿 뉴스 오늘의 묵상 방에서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방에 가시면 매일 풍성한 묵상글을 올려주시는 많은 분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로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

가톨릭 인터넷 굿 뉴스 바로가기

첨부파일크기
img_2750962_1369699_0.jpg247.77 KB

댓글

나의 복음 묵상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어찌된 일인지 쉬는 날이 더 바쁘다 보니 묵상글 간단한 한 줄 올릴 시간 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의롭고 독실하게 사는 사람 위에 성령께서 머물러 계신다고 하십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의롭고 독실하게 살아 가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저의 세월이 하느님의 손길이 머물러 있었음을 믿고,
신앙공동체 안에서 꾸준히 기도하면서 함께 살아 가는 그런 삶을 살라 함이겠지요....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지금 이 순간에도 성령께서 내 위에 머물러 계심을 가억하면서 하루를...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