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기획보도 깨어나는 평신도 -하- (펌)


(7) 평신도 신학자 양성

“신학적 해석 수용할 능력 배양해야”

신학은 교회와 신앙생활을 더욱 공고히 확립해주는 근본이다.

모든 신자들이 신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신학이 부진할 때 그 교회의 신앙생활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영성의 깊이는 일천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신학의 발전은 교회 공동체의 성숙과 발전에 필수적이다.

평신도 신학자 증가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신학이 성직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점은 큰 문제중의 하나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평신도 신학자들의 양성과 활동의 장은 한국교회의 연륜이나 성장에 전혀 비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평신도 신학자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성서신학에서는 각종 성경공부 모임을 통해 육성된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그 저변이 확대됐고, 역사신학 분야에서는 중견 연구자들의 기왕의 업적을 비롯해 신진 연구자들도 꽤 움직이고 있다.

교의신학 분야에서도 박사급 연구자들이 각종 위원회 활동에 참여하고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수학 중에 있는 평신도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한결같은 고충은 교회 유관 학문을 연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 성과를 발표할 장도 부족하고, 새로이 연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일부 연구소와 대학,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이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미흡하다. 뿐만 아니라 신학에 새로이 뜻을 두고 입문할 수 있는 교육 기관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절대량이 부족하다.

사실 사도시대 직후 교회를 이교도들에게 전파한 것은 평신도들이었다. 또한 초대교회의 위대한 신학자들은 성직자가 아니라 일반 신자들이었다.

알렉산드리아 학파나 다른 신학파들이 평신도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형성됐다는 것은 교회사의 교훈이다. 교부시대의 많은 교부들과 신학자, 사상가들은 평신도로서 박해를 견디면서 이단과 대항해 싸우기 위해 교리지식을 연마했다.

신학탐구의 역사

한국교회의 역사를 통해서도 평신도 신학자들의 몫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평신도의 자발적인 신앙수용 자체가 신학 탐구의 역사였다. 한국교회를 세운 선조들은 천주교 신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데서부터, 즉 신학의 궁구를 통해 신앙의 진리를 받아들이는 위대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평신도들이 신학을 궁구해야 하는 소명은 교회법에서도 분명하게 지적돼 있다. 교회법은 제229조에서 “평신도들은…각자의 고유한 능력과 조건에 맞는 교리 지식을 습득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들은 교회 대학교들이나 대학들, 또는 종교학문의 연구소들에서 전수하는 거룩한 학문과 지식을…더욱 풍부하게 습득할 권리도 있다. 또한 그들은…합법적 교회 권위로부터 거룩한 학문을 가르칠 위임을 받을 자격도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평신도들의 성직자 의존적인 자세나 행동 양식, 수동적인 교회 참여의 이면에는 교리 지식의 부족이라는 단순한 이유 외에도 신학 자체에 대한 무지와 사도직에 대한 이해 및 훈련의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현장 속에서 만사를 복음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를 신학적으로 해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신도 신학자들의 육성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6.10.27-

(8)“교회적 시각·입장 갖도록 교육해야”

평신도 전문가 양성과 교회생활 참여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는 모든 활동에 있어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한국 교회는 그 규모와 활동 영역, 사회와 맺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상호 관계 속에서 이러한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칫 효과적인 활동을 펼칠 수 없게 된다.

복잡하고 세분화된 교회
교회 자체의 규모가 대형화하고, 사회 자체가 복잡하고 세분화된 가운데 교회는 이제 한 두 사람의 사목자가 지닌 개인적 능력만으로는 원활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없으며, 교회가 지닌 영성의 보화를 효과적으로 사회와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다.

교회 내적으로 볼 때에도 이러한 전문성은 긴요하다. 신자들의 교회 생활과 관련된 행정적인 처리에 있어서는 숙련된 행정가가 필요하기도 하며, 영성 생활에 있어서도 때로는 상담가, 심리학자, 사회학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기도 한다.

또한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현대 사회에서 특별한 관심이 요청되는 커뮤니케이션 기법들을 능숙하게 구사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교회는 이러한 시대적 필요에 따라 자신이 의식하든 못하든 이미 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주교회의 산하는 물론 각 교구별로 구성된 분야별 위원회들의 운영은 물론 각 본당에서도 분과별로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평신도 전문가들을 위촉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학문적인 분야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비록 아직은 그 영역과 수준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지만 전과 비교해 볼 때 신학은 물론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교회의 가르침의 입장에서 학문적 연구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연구 활동과 그 성과는 현재 교회의 학문과 문화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교회 학문에 봉헌된 생활을 하는 성직자와 수도자와는 달리 평신도 학자들의 경우 현실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인 교회 학문 연구에 매진함에 따라 그 열성은 매우 뜨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평신도 전문가들이 현재 교회 생활에 참여하는 폭은 그리 넓다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교회 참여를 하는 전문인들은 각종 위원회와 비교적 소수라고 할 수 있는 연구소들을 활동의 무대로 삼고 있다.

교구와 본당에서 비정기적으로 활동하는 평신도 전문가들의 활동은 봉사의 일환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진하고 일회적이거나 산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일관성을 지닌 상시적, 혹은 장기적 활동에 포함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사회적 변화와 이러한 변화의 추세가 교회에 요청하는 바에 의하면, 앞으로 평신도 전문가의 교회 활동이나 생활 참여는 더욱 시급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종 연구소에서의 평신도 전문가들의 활동의 폭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평신도들의 전문성을 원활하게 활용하기 위한 교회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평신도 전문가 자산 풍부

교회 안의 평신도 전문가들의 자산은 사실 매우 풍부하다.

문제는 이러한 전문 인력들에게 교회적인 시각과 입장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점이다.

일반 평신도들을 평신도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도록 육성하도록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전문가들이 교회적인 시각을 키워나감으로써 그 전문성을 교회 안에서 활용하도록 양성하는 것은 더욱 일차적인 과제라고 하겠다. -2006.11.5-

9(끝). 평신도, 이제는 깨어나야 한다

교회 미래는 평신도 자각과 실천에 달려

질적 성숙 위한 다양하고 알찬 교육 필요

시대징표 읽어내고 복음선포에 매진해야

지난해(2005년)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된지 4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였다.

보편교회는 공의회가 폐막된지 40년이 되는 그 해를 기념하고 공의회 각 문헌들이 오늘의 교회에 던져주는 깊은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는 기회를 풍성하게 가진 바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 안에서는 과연 얼마나 공의회 정신을 되돌아보고, 그 참된 가르침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쇄신의 노력을 더했던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공의회가 막을 내리고 현대 교회를 향해 세상에 문을 열고 쇄신의 길을 가라고 외친 뒤, 4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지만 여전히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을 완전히 구현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의회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공의회를 통해 가장 큰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평신도의 위상과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공의회는 평신도와 성직자의 신분상의 차이를 강조하는 입장은 근본적으로 지양됐으며, 성직자와 평신도를 포함하는 전 교회 구성원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지칭함으로써 평신도의 신분은 획기적으로 그 위상의 변화를 보게 된 것이다.

나아가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인식하고, 사도직 수행에 헌신할 것을 간절하게 당부했다.

그래서 공의회는 “오늘에 와서 평신도들로 하여금 자신의 책임을 의식하고 가는 곳마다 그리스도와 교회에 봉사하도록 움직여 주시는 성령의 활동이 뚜렷해진 것은, 다방면에 걸쳐서 평신도 사도직이 긴박하게 요청된다는 표시라 하겠다”(평신도 교령 1항)고 말했다.

결국 공의회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평신도들이 교회와 세상에 동시에 속해 있으면서 특별히 자신들의 고유한 활동 영역인 세상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도록 하는 과업을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실천해야 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은 이미 신앙 선조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훌륭한 평신도 사도직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참 진리에 대한 열정으로 성직자도 없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신앙을 수용했던 선각자들의 전통, 박해 속에서도 그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순교의 월계관을 마다하지 않았던 위대한 순교 정신은 바로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영성적 바탕이며, 가장 훌륭한 신앙적 유산이 아닐 수 없다.

평신도들의 바로 그러한 신앙적 열성을 바탕으로 한국 교회는 민족의 격동기를 지나오면서, 비록 공과가 함께 있었지만, 시대의 징표를 충실하게 읽어내고 복음 선포에 매진함으로써 아시아 대륙에서 높은 사회적 위상과 타 종교에 크게 뒤지지 않는 교세 성장을 획득한 것이다. -2006.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