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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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루카 2장 1-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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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서 칙령이 내려, 온 세상이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다. 이 첫 번째 호적 등록은 퀴리니우스가 시리아 총독으로 있을 때에 실시되었다. 그래서 모두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본향으로 갔다. 요셉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고을을 떠나 유다 지방,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다윗 고을로 올라갔다. 그가 다윗 집안의 자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등록을 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첫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그때에 갑자기 그 천사 곁에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이렇게 찬미하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14)


<예수님을 위한 작은 공간 하나>

예수님의 성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성인이 한 분 계십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자신의 한 평생 화두로 삼았던 예로니모(AD 340-420) 성인이십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히브리어나 희랍어로 된 구약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성인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고행 중에 고행이었던 성경번역 작업에 아주 기쁜 마음으로 임했는데, 그 작업은 바로 아기 예수님 탄생지로 추정되는 예수 탄생 성당 옆에 있는 동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예로니모 성인께서 예수님의 성탄과 관련해서 신앙의 후배들인 우리들에게 남긴 말씀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아무리 성탄이 수 백 번 계속된다 해도 여러분 각자 마음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정말 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깐 시내에 들렀더니 정말 대단했습니다. 번쩍번쩍, 시끌시끌, 와글와글, 캐럴송이 크게 울려 퍼지고, 구세군의 종소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내 안에, 우리 가정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지 않으신다면 다 헛것입니다. 그저 세상의 상술에 우리까지 덩달아 놀아나는 것 뿐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처럼 이 예수님의 성탄 전야, 가장 중요한 것, 가장 핵심적인 것, 가장 본질적인 것은 우리 가운데 예수님께서 탄생하시는 일입니다.

잠깐만 우리 마음 안을 한번 같이 들여다보실까요? 태어나실 아기 예수님을 위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겠습니다.

의외로 우리들 내면이 너무 많은 것들로 빼곡이 들어차 있어서 공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떤 분 마음 안을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온통 ‘선덕여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자나깨나 선덕여왕입니다. 선덕여왕 방영되는 시간은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쩝니까? 선덕여왕도 끝나버렸는데, 그저 우울함과 울적한 감정만이 그분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나에게 심한 상처를 안겨준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의 마음으로 꽉 차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시기 위해 조금 비집고 들어오시려고 해도 워낙 잡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어서 공간이 없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성탄을 맞이하시는 여러분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성탄절, 예수님은 더 이상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탄생하지 않으십니다. 더 이상 요란한 광란의 성탄파티에서 탄생하지 않으십니다. 더 이상 휘황찬란한 도시 한 가운데서 탄생하지 않으십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 우리 각자의 영혼 안에, 번뇌와 슬픔, 고독과 상처로 가득한 우리 각자의 상처받은 인생 안에 탄생하고자 우리 옆에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가 해야 될 준비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우리 삶 가운데로 모시기 위한 아주 작은 공간 하나 마련하는 일입니다.

작은 공간 하나 마련한다는 것은 우리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일입니다. 우리가 조금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일입니다. 우리가 이길 수도 있지만 크게 한번 마음 비우고 져주는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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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삶의 자리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

기나긴 하느님 구원의 역사 속의
한 점의 시간과 공간으로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
.
.
.
이 시공의 한 점이
한 처음 세상이 생겼던 그 때와 이어졌고
지금까지 이어져
'나'라는 한 점의 시공과 연결되어 있고
앞으로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오늘 나에게 오신 예수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