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월 20일 야곱의 우물 - 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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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 하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 (마르3,1-6)

잘 알다시피 안식일을 둘러싼 논쟁은 복음서 도처에서 보입니다. 오늘 복음도 안식일에 회당에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시는 예수님을 놓고, 바리사이들을 비롯한 회중과의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같은 친숙한 장면을 대할 때는 오히려 조심했으면 합니다. 형식에 사로잡힌 바리사이들의 태도는 잘못되었고, 생명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은 좋은 분이라는 식으로 간단히 정리해 버리고, 그에 비춰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나 하면서 끝내면 기도가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도 자유롭게 영을 풀어놓는 가운데 관상에 임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해지겠지요.

먼저 회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살펴보세요. 어떤 사람들이 와 있는지, 예수님은 어디쯤 어떤 모습으로 계시는지, 바리사이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이런 모든 것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와 기운들도 어떤지를 더듬어 보세요.

그러곤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어떻게 고쳐주시는지 보십시오. 예수님의 표정•말씀•몸짓을 살펴보고, 손이 오그라든 사람의 표정과 태도도 보고, 주위 사람들의 모습도 살펴보십시오.

이때 한 장면은 예수님께서 노기를 띠고 그들을 둘러보셨다는 내용인데요, 사실 다른 공관복음에는 이런 내용이 탈락되고 없습니다. 예수님은 화 같은 것은 내지 않는 분이라는, 다소 고지식한 전통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에겐 약간의 걸림돌이 될지 모르지만, 사실 이런 부분이 실마리가 되어 중요한 것을 낚아챌 수 있을지도 모르죠.

유 시찬 신부 (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