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월 27일 야곱의 우물 - 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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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다시 호숫가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너무 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그분께서는 호수에 있는 배에 올라앉으시고 군중은 모두 호숫가 뭍에 그대로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비유로 가르치셨다. 그렇게 가르치시면서 말씀하셨다. "자, 들어보아라.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다.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버린 것이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버려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그리하여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예수님께서 혼자 계실 때, 그분 둘레에 있던 이들이 열두 제자와 함께 와서 비유들의 뜻을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주어졌지만, 저 바깥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비유로만 다가간다.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여 저들이 돌아와 용서받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 비유를 알아듣지 못하겠느냐? 그러면서 어떻게 모든 비유를 깨달을 수 있겠느냐? 씨 뿌리는 사람은 실상 말씀을 뿌리는 것이다. 말씀이 길에 뿌려지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들이 말씀을 들으면 곧바로 사탄이 와서 그들 안에 뿌려진 말씀을 앗아 가 버린다. 그리고 말씀이 돌밭에 뿌려지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들으면 곧 기쁘게 받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곧 걸려 넘어지고 만다. 말씀이 가시덤불 속에 뿌려지는 것은 또 다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욕심이 들어가, 그 말씀의 숨을 막아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러나 말씀이 좋은 땅에 뿌려진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 (마르 4,1-20)

오늘 복음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유를 가지고 기도를 할 때는 본래 관상보다 묵상이 적합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이 부분을 가지고 묵상 대신 복음 관상을 해봤으면 합니다. 의미 내용을 깊게 알아듣기 위한 묵상은 이미 많이 해봤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늘의 복음 장면들은, 유심히 보게 되면 자신의 모습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그를 통해 커다란 성장을 일궈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가르침을 베풀고 계시는 장소의 모습을 잘 봤으면 합니다. 호숫가이고, 너무 많은 군중이 몰려들어 예수님께서는 배에 올라앉으셔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십니다. 사람들은 호숫가 뭍에 그대로 있고 말입니다. 호수 모습, 하늘 모습, 바람소리, 사람들의 정지한 듯한 가운데서의 움직임, 예수님의 음색, 몸짓 등을 편안한 마음으로 살펴보세요.

특히 오늘은 거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잘 살펴보세요. 어떤 사람들이 와 있고, 어떤 모습으로 예수님 말씀을 듣고 있는지. 어쩌면 거기 모여든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 안에서 길과 돌밭과 가시덤불과 좋은 땅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곤 그 사람들과 예수님과 더불어 그 모두를 통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눈여겨보십시오. 어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무언가가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으로 그들과 헤어져 예수님 혼자 계시는 모습을 좀 보면서, 그 예수님께 다가와 질문을 던지는 열두 제자들의 모습을 살펴보세요. 그 제자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읽어 들이려고 애쓰십시오. 물론 그런 제자들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모습과 눈빛도 놓치지 마시면서.

유 시찬 신부 (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