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14일 설…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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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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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루카 12,35-40)


“여러분의 생명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한 줄기 연기일 따름>

또 다시 한해가 돌고 돌아 설날입니다. 다시금 한 살을 더 먹게 되는군요. 어린 시절, 어떻게 해서든 한 살이라도 더 나이 들어 보이고 싶은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정반대입니다. 올해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세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나이 먹는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 혈기왕성할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목숨 걸기도 하고, 큰 의미 없는 일에 핏대 세우기도 참 많이 했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은 포기가 되니 참 편안합니다.

아웅다웅, 바득바득 살다가도, 상주는 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하면서 즉시 태도를 바꿉니다. 앞장서는 것도 좋지만 뒤에 서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가끔씩 얼굴이 확 달아오를 정도로 열 받다가도 즉시 이렇게 생각을 바꿉니다. “그래봐야 나만 손해지. 인생 뭐있어? 적당히 즐기면서 사는 거지.”

공동묘지에 가보면 참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 무덤들이 줄지어서있는지 모릅니다. 다들 한때 나름대로 한 가닥씩 하셨던 분들입니다. 다들 떵떵거리며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분들에게도 보송보송 솜털 같던 시절, 꽃 같은 시절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이제 그들은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자취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덩그러니 흙무덤 하나, 그 속에는 퇴색된 유골만이 몇 평 남짓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인 야고보서의 말씀, 백번 생각해봐도 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수명이 길다 하더라도 100세를 넘기기 힘듭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할지라도 백일 붉은 꽃이 없습니다. 오늘의 아름다움, 지금 이순간의 상승무드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오늘의 이 꿈결 같은 행복, 이 순간의 축복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음도 잘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순환의 법칙은 때로 무서운 것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습니다. 봐주는 것이 없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흐른 어느 순간, 꽃 같은 젊음도 가고, 인생의 절정기도 가고, 그 좋았던 시절도 가고, 결국 우리 앞에 남게 되는 것은 시들고 메마른 육체, 그리고 임박한 죽음뿐입니다.

그러나 이 순간 예외적으로 특별대우를 받게 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깨어있는 종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강조하는 바처럼 주님의 오심을 잘 준비한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사람들과 달리 죽음에 대한 시각이 철저하게도 다릅니다. 세상 사람들, 죽음으로 인해 끝입니다. 거기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죽음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순간, 그간 일궈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은 다릅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신앙은 우리에게 죽음을 준비시킵니다. 신앙은 우리에게 죽음은 결코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시작임을 일깨워줍니다. 죽음은 나약한 우리 인간과 사랑 지극한 하느님이 온전히 합일되는 감사의 순간입니다. 죽음은 부족한 우리 존재가 하느님 자비에 힘입어 충만히 실현되고 완성되는 은혜로운 순간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비 신앙인들과는 달리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 힘입어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닙니다. 죽음이 끝이 아닙니다. 죽음이 절망도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은 희망에 찬 또 다른 출발점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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