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17일 야곱의 우물 - 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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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마태 6,1-6.16-18)

오늘 복음도 지난주에 이어 복음관상보다는 묵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사순시기가 시작되는데, 들머리에서 올바른 자선과 올바른 기도 그리고 올바른 단식에 대한 가르침을 베풀고 계십니다. 하나씩 짚어 가며 생각을 가다듬는 데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겠네요.

어쩌면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 가르침의 내용을 쉬 알아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바른 것과 위선적인 것의 대비, 그 차이를 쉬 간파할 수 있을 듯하니까요. 그 결과 복음의 가르침은 더 자세히 캐물을 필요도 없이 이미 다 알았고, 열심한 신자라면 그에 비춰 자신이 얼마나 위선적으로 잘 미끄러지는지를 점검하면서 성찰하고 반성하고 고치려고 애쓸지 모르겠습니다. 그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만 뭔가 2퍼센트가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자선 • 기도 • 단식을 실마리로 해서 우리 인간 존재의 깊이의 층위들을 더듬어 보는 것이 더 큰 유익을 길어 올릴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를 드러내며 과시하고자 하는 움직임과, 외적 평가 따위 애당초 염두에도 두지 않고 존재의 깊은 차원에서 그저 좋아 자선하고 기도에 몰입하고 단식을 통해 조화를 일궈내는 움직임을 함께 들여다보는 겁니다. 그러면서 바로 내 안에 이 양자의 움직임이 다 있음을 보면서 어떻게 조화와 균형 그리고 활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깊게 알아듣는 게 더욱더 긴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그렇다면, 숨은 것도 보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뭘 갚아 주시느냐 않느냐는 것조차 이미 관심에서 멀리 벗어나 있을 것입니다.

유 시찬 신부 (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