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마을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주님, 제가 좀더 침묵하지 못하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침묵을 배우는 사순절이 되면
많은 말로 저지른 저의 잘못이
산처럼 큰 부끄러움으로 앞을 가립니다.

매일 잠깐씩이라도 성체 앞에 꿇어앉아
말이 있기 전의 침묵을 묵상하게 하소서
제가 다는 헤아리지 못하는 당신의 고통과 수난
죽음보다 강한 그 극진한 사랑법을
침묵하는 성체 앞에서 침묵으로 알아듣게 하소서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익히는 사순절이 되면
잔뜩 숙제가 밀려 있는 어린이처럼
제 마음도 조금씩 바빠집니다

성서와 성인전을 머리맡에 두고
거룩함에 대한 열망을 새롭히는 계절
제가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던
세상 곳곳에서 기도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이웃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한 번도 제대로 기도를 못한 것 같은
절망적인 느낌 속에서도 주님
기도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믿음과 인내를 주소서
제 안에 사제로 살아계신 당신이
저와 함께 기도해 주심을 믿겠습니다

그리하여 주님
제가 먼 광야로 떠나지 않고서도
매일의 삶 속에 당신과 하나되는
즐거운 사순절이 되게 하소서

아름다운 시와 글로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갑시다.

댓글

좋은 글 올려 주셔서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