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성사(聖品聖事)

성품성사(聖品聖事)
성품성사란 무엇인가?
성품성사란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계승하여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하고 복음을 선포하도록 교회 안에 주교, 신부, 부제를 세우는 성사로서, 이 성사를 통하여 이들 성직자들에게 필요한 은혜가 베풀어진다.

그리스도는 왜 성품성사를 세우셨는가?
그리스도는 성직자로 하여금 복음을 전하고, 거룩한 제사(미사)를 바치며, 하느님의 백성을 지도하면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그의 구속사업이 계속되도록 성품성사를 세우셨다.

1. 성품성사의 기원

그리스도께서는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던 최초의 성목요일에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시오"라고 하시면서 사도들에게 성품을 주셨다. 성품성사는 그리스도의 의도와 최초의 성목요일에 하신 예수님의 분명한 행동과 말씀에 그 기원을 둔다.

성품성사와 그리스도교의 위대한 파스카 성제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사제이신 그리스도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당신을 바치셨다. 그런데 성체는 그 제사를 계속적으로 재현한다. 사제직은 하느님의 이 사업에 인간이 특별히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새로운 사제직은 볼 수 있고 외적인 사제직이다. 우리 구세주 주님이 이것을 제정하셨고, 당신 몸과 피를 축성하여 봉헌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사도들과 그들의 후계자에게 주셨다고 성서가 보여 주며, 가톨릭 교회의 전통도 항상 가르쳐 왔다.

2. 사제직(司祭職)

사제로 성품되는 사람은 세상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표징이 된다. 사제는 그리스도와 긴밀히 일치하므로 사제직은 그의 실존의 영구적 부분이 된다. 사제직은 하느님의 물릴 수 없는 선물이다.

성품성사를 받을 때에 사제는 "새로이 하느님께 축성되었고" 그들은 "영원한 사제이신 그리스도의 산 연장이 되어, 천상 효력으로써 온 인류사회를 재건하신 그리스도의 놀라운 사업을, 세기를 통하여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사제직은 기름발리움으로써 특별한 영적 인호가 새겨지고, 이로써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대리로 행동할 수 있도록 사제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게 된다.

그리스도는 사제 안에서 여러 모습으로 사시고 행동하신다. 사제가 그리스도와 일치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업을 영속시키는 유일한 힘을 형성할 때에 표현된다(교회헌장 10). 사도들의 본질적 활동은 복음의 선포, 공동체의 구성과 지도, 죄의 용서, 병자의 도유, 성체성사의 거행, 인류를 구원하며 하느님을 찬미하는 그리스도의 사업의 연장 등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사제직에 성품된 사람들은, 성화하고 가르치고 다스린다. 사제의 모든 존재와 활동의 원천은 그리스도이시다. 사제를 통하여 그리스도는 당신의 사제생활과 활동을 현세에서 계속 실현한다.

3. 항구한 사제직

사제직의 축성은 없어지지 않는다. 한 번 사제로 성품되면 그 사람은 영원히 사제이다. 한 사제가 어떤 이유로든 직무 행사에서 면제되거나 해임되어도 그리스도의 사제직에의 이러한 특별 참여관계는 없어지지 않는다. 사제직의 영구성은 사제가 성품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양식에서 나온다.

그래서 성품성사는 '종말론적 표징',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의 나라가 올 것을 가리키는 표징이다. 사제가 자신을 자유로이 바치는 것은 그리스도의 나라가 완전히 실현될 날을 가리킨다. 그리스도의 인호를 받고 사제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위하여 활동할 힘을 얻고, 그리스도의 최상 권한에서 나오는 필요한 권한을 받는다.

4. 보편사제직과 직무사제직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로써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그분의 신적 생명과 사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보편사제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성품성사는 사제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사명에 독특한 방법으로 참여하게 한다. 성품은 성품받은 이를 그리스도의 진정하고 권위있는 특별한 대리자로 만든다. 최후만찬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직분상의 사제직을 별개의 성사로 제정하셨기 때문에 성품받은 이의 사제직은 신자의 보편사제직과 다르며 구분된다.

세례성사를 받은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주교, 사제, 부제들은 그리스도의 사명에 참여한다. 그러나 그들이 특별한 위치에 있는 것은 그리스도의 활동에 특수한 양식으로 참여하도록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5. 교회의 직무

신약성서에 여러가지 직무가 나오지만 정확하게 그 기능과 직명이 전부 규정되지는 않았다. 디모테오서, 디도서와 베드로 일서가 쓰여질 때에는 어떤 직분의 기능은 좀더 분명히 구분된다. 여기서 오늘날 성품성사의 핵심적 요소를 볼 수 있다. 주교의 안수는 한 사람을 사제로 날인한다는 핵심이 신약성서에 나온다.

오늘날 교회에는 성품성사가 세 가지 교계적 계층 혹은 품으로 나타나는데 주교품, 성품, 부제품이다. 이러한 직분은 초기교회에서도 구분되고, 교회의 초대교부들의 저서에서도 볼 수 있다. 신약성서에는 주교(지도자), 사제(원로)와 부제에 대한 언급(필립 1,1)이 자주 나온다. 그리스도께서 당신 교회의 지도자를 선정하시고, 그들에게 가르치고 지도하고 성화하는 권한을 주셨다고 신약성서는 확실히 말한다. 사도들은 그리스도의 동반자며 교회의 기초로서 그들이 갖는 역할 이행을 위한 특정한 은혜와 의무를 받았다.

사도들이 자기들의 일을 계승하기 위하여 선정한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친히 확인하셨다.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을 보내신 것과 마찬가지로 사도들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보조자와 후계자를 선정하였으며, 이들도 또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다른 이들에게 안수하였다.

(1) 주교
주교들은 사도들의 후계자이다. 그리스도의 의향대로 주교들은 사도들이 처음에 하던 임무를 수행하였다. 사도직 계승은 실제로 주교들에게 이루어졌다. 주교들의 사명은 사도들과 그리스도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 교는 성품되어 지방교회의 구심점이 되고 일치의 원천이 된다. 그 일치는 특히 주교들이 사제와 신도들에게 둘러싸여 성체의 제사를 드릴 때에 나타난다. 주교는 다른 주교한테서만 성품되며(교회헌장 21), 교회의 거룩한 오랜 숭엄한 전통은 주교만이 성품과 부제품을 주도록 제한한다. 주교는 견진성사의 통상 집행자이기도 하며, 지방교회의 공동체에서 일치의 원천이며 표징으로서, 예배에 있어 지도자이고, 공식적이고 전통적 전례자이며, 교구의 으뜸가는 교사이다.

(2) 사제(신부)
사제는 주교들과 더불어 성품성사에 참여한다. 사제는 주교를 도와 교구의 일정 지역을 담당하여 복음을 전하고 신도들을 사목하며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기 위해 특별한 소명을 받은 사람이다. 사제는 주님의 이름으로 행동하면서 고해성사로써 죄를 사한다. 사제의 다른 기능은 설교, 교회를 위한 기도, 병자의 도유 외에 다른 성사를 집행하여 세례로써 사람들 안에 시작된 신적 생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비록 대사제직의 결정인 주교품을 지니지 못하였으므로 권한 행사에 있어서 주교에게 매여 있지만 사제로서의 영예만은 주교와 함께 지니고 있다(교회헌장 28). 통칭 신부(神父)라고 불리는 이들은 재속사제(교구에 소속된 사제)와 수도사제(수도회에 소속된 사제)로 나뉜다.

(3) 부제
주교직이나 사제직과 마찬가지로 부제직도 성품성사의 일부이며 하느님이 제정하신 것이어서, 교회 안에 영구적 자리를 차지한다(필립 1,1).
부 제라는 직명은 '봉사'라고 하는 희랍어에서 나온 것으로 사도행전 6,1-4에서 보듯이 봉사하기 위한 직책이다. 부제는 교회에 봉사하며 이미 사도시대에 부제직의 임무가 크다고 인정되었다. 부제는 전례행사를 돕는다. 즉 부제는 성체를 분배하고 세례를 주며, 복음을 선포하고 설교한다. 부제는 신앙의 증인이며 옹호자이다.
초대교회에서 부제직은 공동체 안에 중요성을 갖는 영구직이었다. 그러다가 서방교회에서는 부제직은 잠시 동안만 행사되는 품이 되었으며, 곧 사제가 되려는 사람이 채우는 직책이 되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영구 부제직을 복구시켰다. 유럽과 미국,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를 위시한 여러 나라에서 종신 부제직을 받아들였는데, 이들 종신부제들은 사회 안에서 일반 직장을 가지고 혼인도 하면서 교회의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제도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이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은 주교들의 협의에 달려 있다.

6. 여성 사제직

교회 내에서 여성의 봉사는 초기에서부터 그리스도교적 공동체를 풍족케 하였다. 그러나 여성이 교회에서 사제나 주교로 성품된 적은 한번도 없다. 마리아도 교회 안에서 다른 어느 사람보다 더욱 큰 역할을 하였지만 아무런 사제 직무에 불리지 않았다. 초대교회는 당대의 사회적 압력에 대항하여, 남자와 여자는 하느님 앞에 동등한 존엄성을 갖는다고 강력하게 선포하였으면서도 여자를 사제직에 부르지는 않았다.

물론 남자나 여자나 아무 신자도 성품성사에 대한 권리는 갖지 않는다. 성품성사가 영성적 성장이나 개인적 완성을 위하여 필요한 은총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품성사는 교회내에서 그리스도의 뜻에 맞추어 신앙 가족의 선익을 위하여 좋다고 판단하는 사람에게만 준다.
여성에 대해 사제직이 허락되지 않는 것은 하느님의 법에 의해서라기 보다 관습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7. 사제적 소명의 표지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만이 사제직에 들어간다. 한 청년이 건강하고 상당한 지능과 사제직에 요구되는 성격을 가졌고, 또 하느님의 영광과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사제적 활동을 하려는 소망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면 성소의 '표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명의 여부를 확인하는 임무는 교회에 있으며, 그 선정된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성품할 책임도 교회에 있다. 선택은 언제나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것이다(요한 15,16).

성품성사는 교회 내의 한 특정 지위를 정해 주는 단순한 예식이 아니다. 그것은 성사이며, 성사를 집행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할 권한을 준 것뿐 아니라 그런 권한을 거룩하게 행사하게 하는 은총도 주는 성사이다. 성품성사는 직무에 대한 특별 은총을 준다.

8. 사제의 독신제

교회의 초기에서부터 그리스도를 위한 봉사에 일편단심으로 생명과 마음을 바치기 위하여 독신생활을 하는 사제가 있었다(1고린 7,32-35). 독신생활은 사제로 하여금 그리스도와 더욱 비슷하게 한다. 성 바울로는 독신생활이 그리스도에게 봉사하는 데에 많은 자유를 주고, 그분께만 전적으로 투신할 수 있게 한다고 지적하였다(1고린 7,32-35).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도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기를 설교하는 사제 자신이 복음을 위하여 크나큰 개인적 희생을 하며 일생을 살도록 교회는 원하고 있다. 사제의 독신생활은 종말론적 표지, 영생을 가리키는 표지라고 볼 수 있다.

아무도 사제생활을 강요받지 않기 때문에 사제의 독신생활 규정은 결코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서 독신생활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사제직에 응답한다. 독신생활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완화할 권한이 교회에 있다. 그러나 교회의 경험과 신약성서의 메시지는 사제들이 생활화하는 이 특은이 하느님의 백성에게 매우 좋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제는 기도의 사람이어야 한다. 사제가 누구이고, 무엇을 위하여 불림을 받았는지에 관한 사색과 묵상이 사제의 일상생활의 일부이어야 한다. 사제는 깊은 영성적 확신과 기도와 희생의 정신이 없이 자기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할 수 없다.

9. 사제의 권위: 봉사를 위한 권위

사제의 권위는 언제나 인간의 영적 선익과 일치를 지향하는 교회의 목적과 조화를 유지하면서 행사하여야 한다. 첫 번째 권위의 행사는 사제가 하느님의 말씀을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신자들에게 권위있게 해석하기를 요구한다. 두 번째 권위의 행사는 사제는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기를 원하신 그리스도께서 부여한 권위를 가지고 그리스도교의 공동체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사명과 관련된다(요한 17,11). 결국 사제가 갖는 권위란, 백성에게 봉사하기 위한 권위이며 사제 자신을 위한 권위가 아닌 것이다.

10. 사제와 사회정의 문제

사제 본연의 사명은 정치, 경제나 사회적 질서의 사명이 아니라 종교적 질서의 사명이다(사목헌장 42). 그러나 사제는 자기 직무를 이행하면서 특히 인간의 불의와 억압의 문제가 아주 심한 지방에서, 좀더 의로운 사회질서 건설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일 사제가 사회, 정치적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 한다거나 거기에 대해 침묵을 지킨다면, 이는 하느님 나라의 정의를 선포하고 실현하여야 하는 예언자로서의 직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며, 따라서 사제로서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 할 것이다.

사제는 이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하느님의 뜻대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정의가 필요하며, 이러한 정의를 해치는 불의를 고발하고 제거할 임무를 사제는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제가 직접 정치, 경제 문제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으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개선책도 제시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사제는 자신의 신분에서 이탈하지 않고도 사회를 개선하는데 이바지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정의에 투신하는 경우에도 사제는 항상 교회적 일치를 유지하며, 복음과 부합하지 않는 말이나 폭력을 배척해야 한다.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시키며, 새로운 폭력을 낳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