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진성사(堅振聖事)

견진성사(堅振聖事)
견진성사를 받으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견진성사로 성령의 은혜를 받아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어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세상에 증거하며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가 된다.

견진성사 때 주교가 견진자의 이마에 바르는 기름(크리스마 라고도 불림)은 무엇을 뜻하는가?
구약시대에 예언자, 왕, 사제에게 기름을 부어 세운 전통에 따라, 성령의 상징인 기름을 받는 견진자는 이제 하느님의 예언자, 왕, 사제가 되어 세상에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드러내고 전하는 자가됨을 뜻한다.

1. 견진성사의 기원

성체, 세례, 고해성사에 관한 뚜렷한 가르침은 복음에 있으나 견진성사에 관한 가르침은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 신약성서에서 견진성사에 관한 말, 즉 기름 바르는 예식에 관한 말이 나온 때는 그리스도는 이미 승천하신 후였다.

2. 견진성사 기름(크리스마)의 뜻

원래 견진성사 때 사용되는 올리브 기름은 대개 고대세계에서처럼 팔레스티나에서도 값진 물품이었다. 용도가 다양한 만큼 의미도 풍부하였다. 아론은 도유(塗油)를 받아 대사제가 되었고, 그의 아들들도 그랬다(레위 8,12.30). 후에 사무엘은 사울을 도유하여 왕으로 세웠고, 다윗에게도 그랬다(1사무 10,1;16,13).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도유받음으로 성령을 받고, 비범한 결과를 내었다. 즉 사울은 예언하게 되고, 주의 성령은 다윗에게 급히 다가갔다. 이렇게 해서 기름은 사도들에게 처음으로 보내진 은총의 참여이며, 성령의 오심을 상징하게 되었다.

3. 성령의 성사로서의 견진성사

견진성사는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이 안수와 크리스마 성유(聖油)를 바름으로써 성령강림 일에 받은 성령의 은총을 전교회와 모든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성사이다. 견진은 전세계로 향하고, 교회 안에서 영구히 재현되는 성령강림이다. 견진은 그리스도의 나라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파하라는 부르심이다.

4. 견진성사 집전자

견진성사로써 완전히 교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까닭에, 한 지방교회의 우두머리인 주교가 견진성사를 베푸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정에 의해 교회가 위임하면 어느 사제든지 견진성사를 집행할 권한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통상적으로 주교만 성사를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사도들은 성령으로 충만해진 후에 안수(按手)를 함으로써 신자들에게 성령을 주었다. 이렇게 주교의 집전을 통해서 성령을 받을 때에는 견진자를 교회와 또한 사람 속에서 증인이 되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결합시키는 깊은 유대가 드러난다"(견진성사예식서 7).

5. 세례와 견진

교회 초기에는 세례 직후에 견진성사가 집행되었다. 세례는 재생이고 새로운 창조이지만, 성령으로써 완성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아직도 지도, 격려, 용기, 성장을 더 필요로 한다. 교황 바울로 6세는 "신자들은 세례성사로써 재생하고, 견진성사로써 강화되며, 성체 안의 영생의 음식으로써 유지된다"고 가르쳤다.

어른이 세례를 받는 경우, 세례 집전 사제가 즉시 견진을 베푸는 것이 교회의 오랜 전통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주교회의에서 사목적 이유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주교가 견진성사를 베풀도록 규정한 까닭에 어른 세례자라 할지라도 다시 얼마간의 시간을 두고 교육을 받은 후에 주교로부터 견진을 받는다.

라틴 예식에 속하는 견진성사 예식서는 어린이들에 관해서 "견진성사의 집행이 보통으로 만 7세까지 지연되지만, 사목적인 이유에서 좀더 성숙한 연령에까지 지연되는 것을 허락한다"(견진성사예식서 11)고 하였다. 많은 곳에서는 사춘기 초기까지 견진성사를 연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스도교적 생활 전체가 재출생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성숙한 어른 단계로 나아가는 것으로 본다면(에페 4,13), 견진성사가 사춘기에나 더 늦게 집행되어도 아직도 입교의 성사로 보는 데에 큰 지장이 없다.

6. 성장의 성사

견진성사는 성장을 의미하며, 견진자가 성장하도록 요구하는 계속적 도전이다. 이 성장을 위해서도 생명이 요구되며, 견진자는 은총상태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견진은 순간적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고, 또 즉각 성장을 위한 것도 아니다. 견진은 한 사람에게 한 번만 주어지고, 영구적 결과를 내는 성사 중의 하나로서 영구적 인호를 준다.

7. 견진성사의 효과

견진성사는 교회와 신자들의 생활 안에 성령강림을 영구화하는 성사이다. 성령은 하느님의 무한한 선물이며, 그것을 받는 사람은 "성령이 계신 성전"(1고린 6,19)이 된다. 예수님 자신이 우리의 성장을 요구하신다.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에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48)라고 하셨다. 견진으로써 성령의 특별한 힘을 받은 사람은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하여 옹호할, 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다"(교회헌장 11). 현세에서의 사도적 임무를 위한 평신도의 소명과, 지상에 천국을 건설할 평신도의 역할이 견진성사와 관련된다.

8. 견진성사 효과의 근원

견진성사는 다른 모든 성사와 마찬가지로 주님의 죽음과 부활인 파스카 신비에서 효력을 받는다. "보통으로 미사 중에 견진성사가 집행되는 것은 이것을 의미한다"(견진성사예식서 13). 견진성사가 미사와 떨어져서 집행되어도, 그것의 원천은 역시 파스카 신비이다. 크리스마 성유(성 목요일에 주교가 축성한, 견진성사 때 사용되는 기름)도 견진자가 이 신비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주님이 받은 도유를 상기시킨다(마르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