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과 생명윤리(3)
유전공학과 생명윤리(3)
안명옥 주교 특별 기고-유전공학과 생명윤리(3)
유전공학의 틀
21 세기를 유전공학의 시대로 예측하는 시각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20세기를 산업화 시대라고 규정한다면 유전공학의 등장으로 산업화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는 물리학과 화학의 시대였다. 다시 말해서 원자와 전자를 이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생산하였고 새로운 합성 물질을 만들었다. 20세기는 원자와 전자로 짜여진 경제 패러다임의 시대였다. 원자와 전자에 의존하는 경제 패러다임은 한계에 직면하고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모색되고 있고, 21세기는 유전자로 짜여지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유전공학의 출현을 가능케 하는 틀을 대략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보고자한다.
1) 특정한 경제적 목적과 상업적 목적을 위해 유전자를 분류, 분리, 이동, 삽입, 재조합 그 리고 조작한다.
2) 유전자에 대한 특허뿐 아니라 유전자 분리, 조합, 조작에 의한 조직, 유기체에 대한 특허 가 부여되고, 이 특허 부여는 상업적 동기를 유발하여 새로운 자원의 이용을 촉발시킬 것이다.
3)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조작한 식물과 동물을 생물 산업 활동의 일환으로 지구 생물권에 방출한다. 통상과 무역의 세계화로 말미암아 전세계적인 대규모 방출이 가능하다.
4) 약 10만여 개의 유전자에 대한 유전자 지도의 작성 - 2000년 6월 26일 유전자 지도 초 안 발표 - 유전자 검사, DNA 칩, 유전자 치료, 인간의 난자와 정자, 배세포에 대한 유전자 조작 기술이 등장한다. 이러한 조작 기술은 인종 개조와 상업적인 목적으로 추진되는 우생 문명의 출현을 가능케 할 것이다.
5) 유전자에 기초한 인간의 행동과 의식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새로운 사회생물학이 등 장한다. 새로운 사회생물학은 후천성 이론(환경, 교육) 보다는 선천성 이론(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음)을 선호함으로써 새로운 유전공학 기술을 광범위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간략하게 짚어 본 유전공학을 위한 다섯 가지 틀은 세계를 근원적으로 개조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다섯 가지 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다섯 가지 틀은 각기 나름대로의 심각한 윤리적 문제점도 안고있다.
1) 유전자 분리, 재조합, 조작
이 기반은 이미 1950년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이 당시의 생물학자들은 염색체와 유전자를 찾아내고 식별하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그 결과 인간의 유전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의료 유전학'이 등장하였다.
1968년: 염색체를 식별하는 과정을 발명하여 유전자 지도 작성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1973년: 약 50여 개의 유전자 지도 작성
1986년: 약 1500여 개의 유전자 지도 작성
1987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 추진 제안
1988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 사업 추진
2000년 6월 26일: 인간 게놈 프로젝트 초안 발표
2001년 2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성
현 재 동식물은 물론 인간에 대한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른 바 데이터 은행에 축적하고 있다. 그 결과 유전자의 분리, 분류, 이동, 저장 기술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그 가운데에서 유전자 재조합, 즉 조작 기술이 가장 발전해 왔다. 유전자 조작은 일종의 생물학적 재봉틀에 비교된다. 이 기술은 유전공학과 관련된 기술 중 가장 극적인 기술 수단이다.
인류는 수 천년 동안 유용한 물건이나 도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무생물을 융해시키고, 용접하고, 두들기고, 태우는 일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유전자 조작이라는 기술을 통해 경제적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생물을 잘라내고, 재조합하고, 삽입하고, 봉합할 수 있게되었다.
20세기는 물리학과 화학의 세기였으나, 21세기는 생물학의 세기가 될 것이 분명하고 새로운 유전공학 기술은 모든 분야에 이미 실질적으로 적용되어 세계를 개조하기 시작하였다. 세계의 개조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단지 정보 제공의 차원에서 의학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 개조의 시도에 대해서 지적해 보고자한다. 우선 질병을 치료한다는 수단으로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약품이 개발되고 있다. 인간의 피부, 신체 각 부위, 장기, 인공 자궁 등에 대한 제작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으며, 2020년 까지는 인간 인체의 약 55%가 실험실에서 배양된 장기로 대체될 전망이며, 이는 이른 바 '장기의 세트화'로 이어질 것이다. 유전자 질병 검색과 치료를 위한 정보를 담은 이른 바 유전자 칩도 등장할 것이고,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어 아기를 생산하는 이른 바 '맞춤 인간' 또는 '주문 인간'의 시대가 등장할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인간 복제의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인류가 기대어 살아 온 인간과 자연의 본질에 대한 기존의 개념이 바뀌고 인간이 인간을 개조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비상한 능력과 가능성에 지금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빼앗기고있다. 유전 공학자, 유전공학 관련 회사와 업계의 대표들은 유전공학 기술이 가져다 줄 장점과 이익에 대해 열광적으로 선전하고있다. 하지만 역사가 보여주듯이 모든 새로운 기술 혁명은 이익과 그에 따른 대가 모두를 가져온다. 자연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기술은 결국 생물을 떠받치고있는 생태계와 사회 시스템의 파괴와 파멸을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도 그 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참으로 유전공학 기술이 초래할 위험은 없을 것인가'라고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술은 참으로 인류의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꿈의 기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톨릭 신문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