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과 생명윤리(4)
유전공학과 생명윤리(4)
안명옥 주교 특별 기고-유전공학과 생명윤리(4)
2) 생물 특허- 유전자 특허
20 세기의 산업시대에는 경제와 정치 세력들이 화석 연료와 값비싼 금속을 손에 쥐고 통제하여 세계 시장을 좌우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지구의 유전자 자원을 통제하는 경제와 정치 세력들이 미래의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유전자는 유전공학 세기의 '녹색 황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다국적 기업과 정부 연구 기관들이 새로운 녹색 황금, 즉 유전자를 찾아내려고 모든 대륙을 뒤지고있다. 장래에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 줄지도 모르는 희소한 유전 형질을 가진 미생물,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을 찾아내려고 한다. 유전 공학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내어 수정한 다음 그것을 특허 받아 보호하려고 한다.
특히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북반구의 국가들과 남반구의 가난한 저개발 국가들 사이에 유전자 소유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나타나고있다. 남반구 국가들은 중동 지역의 석유가 중동 국가의 국가 유산인 것처럼 유전자 자원 역시 자기 나라 국가 유산의 일부이므로 유전자 자원을 이용하는 보상과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북반구의 국가들은 유전자는 정교한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하여 조작 및 재조합 될 때에만 그 상품 가치 또는 시장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므로 유전자를 채취한 국가에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각 국에서는 장래에 상업적 이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희귀 식물 종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유전자 저장 설비를 갖추고있다.
유 전자 특허 문제는 이미 1971년에 시작되었다. 미국 특허청에 해양에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미생물에 대한 특허가 출원되었다. 그러나 특허청은 생물은 특허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허 출원을 거부하였다. 결국 소송의 제기 등 우여곡절 끝에 특허가 부여되었다. 이러한 특허의 허용은 유전자를 사유화하여 상품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 결과 유전공학 기술은 학문의 옷을 벗어버리고 시장 속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특허 허용은 증권과 주식 시장에도 파급되어 유전공학 회사의 주가가 치솟기도 하였다.
1987년 미국 특허청은 지금까지의 태도를 일변하여 동물을 포함한 모든 다세포 유기체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결정을 공표 하였다. 이 결정으로 세계 경제를 산업시대로부터 유전공학 시대로 건너가는 길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까지 특허는 발명에만 국한되어 있었으나 이제 발견도 특허의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하였다. 결과적으로 유전자에 대한 특허 부여 결정은 일부 유전공학 회사들에게 배타적인 독점권과 통제권을 부여하게 되었다. 화학회사, 제약회사, 농업관련 회사 그리고 유전공학 회사들 사이에는 유전자, 유기체 그리고 이들을 조작하는 기술과 과정을 특허 받으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있다. 그 결과 이른바 생물 해적 행위 또는 생물 식민주의가 쟁점으로 떠오르고있다.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 전문가들은 북반구의 실험실과 기업의 회의실에 있는 반면 유전자 자원은 대부분 남반구 적도 생태계에 있다. 북반구의 다국적 기업들과 남반구 국가들 사이의 다툼은 앞으로 중요한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분쟁으로 등장할 것이다.
지난 식민 투쟁의 역사는 자국 시장의 이익을 위해 풍부한 생물 자원 원산지에 대한 지속적인 수탈과 이용의 역사였다. 신세계에로의 탐험은 금, 은, 기타 희귀 금속을 찾아내는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식량, 섬유, 염료 그리고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새로운 생물 자원을 찾는 데에도 기여했다. 유럽의 각 국가들이 신세계 전역에 걸쳐 식민지를 건설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탐험가, 선교사 그리고 대사관 직원들은 상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생물 자원을 확보할 목적으로 생물 자원을 찾아 답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오늘날에는 유전자를 찾아 탐사 여행을 떠나는 이른바 '유전자 사냥꾼'이 등장하고 북반구의 거대한 기업들은 상당한 상업적 이익을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희귀한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남반구 탐험 여행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투자하고있다.
문제를 요약해 보고자 한다.
북 반구의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은 새롭고 유용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위험을 각오하고 장기간의 연구 개발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할 수 있으려면 특허로 보호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남반구의 국가들은 자국의 농부들이나 마을 주민들이 긴 세월 동안 귀중한 약용 식물과 식용 식물을 개량하며 보존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남반구의 국가들은 유전공학의 혁명에 대한 그들의 기여에 대해서 어떠한 형태로든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입장과 주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기본적인 관심사는 동일하다. 즉 지구의 유전자 자원을 상업적 목적을 위해 상품화시켜 시장에서 판매하려 한다는 공통의 관심사를 지니고있다. 이제 돈이 과학 발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등장하고있다.
유전자 특허 문제와 관련해서 인간의 유전자를 특허의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인체의 사유화, 인체의 지적 재산권화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 인간의 유전자 조사와 관련한 명백한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으면서 방대한 영역의 인간 유전자에 대한 특허 출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 단계에 이르자 인간의 유전자를 특허 받으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가속되고있다. 심지어는 유전자의 기능이나 역할을 밝히기도 전에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도 있다. 유전자 특허 또는 생물 특허를 둘러싼 쟁점은 인류가 맞이하는 가장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즉 유전자 특허를 둘러싼 논쟁은 생물의 본질에 대한 지금까지의 우리의 믿음을 흔들어 놓고있다.
가톨릭 신문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