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과 생명윤리(6)
유전공학과 생명윤리(6)
안명옥 주교 특별 기고-유전공학과 생명윤리(6)
4)우생 문명의 재출현
인 간의 유전자 지도 작성, 유전 질환 및 유전자 결함 검사 기술의 향상, 새로운 생식 기술, 그리고 인간의 유전자 조작 시술 등이 유전공학의 틀을 구성하는 네 번째 요소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상업적 우생 문명의 재출현을 가능케 하는 토대를 제공하고있다. 인간의 유전자 검사 및 치료법이 발전하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간의 유전자의 구성을 재조작하여 우생학적으로 개량된 새로운 우생 인간이 등장하게될 것이다. 유전공학 기술은 그 속성상 우생학의 도구이다. 유전공학 기술은 우생학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있다.
우 생학은 생물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형질을 제거하는 소극적 우생학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물체나 종의 형질을 조작하는 적극적 우생학으로 구별된다. 우생학은 금세기 들어오면서 미국에서 가장 발전하여 미국이 우생학의 본고장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유전 형질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되자 유전학자들과 사회 개혁 운동가들이 이것을 이용하여 대대적인 우생 운동을 - 우생학적 인종 개량 운동 - 선동하였다.
우생 운동은 개인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혈통과 유전 형질이며, 다양한 인종과 민족 집단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것 역시 혈통과 유전 형질이라는 사고로부터 출발하였다. 오늘날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생 운동가들이 꿈꾸었던 우생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생 운동이 다시금 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과거의 우생 운동은 인종 정화를 목적으로 했으나 새로운 우생 운동은 상업적이고 경제적인 효율성 증대, 성취 능력의 향상, 삶의 질 향상 등과 같은 보다 실용적인 목적을 지향하고있다. 과거의 우생 운동은 정치 이데올로기에 빠지고 공포와 증오가 그 동기로 작용했으나, 새로운 우생 운동은 시장 창출 세력과 소비자 욕구가 그 동인이 되어 전개되고있다. 새로운 유전학은 사회 경제적으로 커다란 이익이 되어 다가오고 있다. 지구상 생물의 유전자 우성을 조작하여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노력으로 인해 새로운 우생 문명의 세기에 진입하고 있다.
새로운 우생 문명을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전자 치료
유전자 조작 기술은 궁극적인 치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유전자 조작 치료법은 두 가지 종류로 구별된다.
하나는 체세포 치료법으로서 체세포 내에 있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인데 다음 세대에 유전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생식세포 치료법으로서 정자, 난자 또는 배세포 내에 있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인데 다음 세대에까지 유전된다.
문 제는 유전자를 조작하여 치료하는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데 있다. 우선 유전자 조작 과정이 무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치료는 매우 정교하게 그리고 정밀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리고있다. 다시 말해 조작된 유전자를 환자의 염색체에 삽입하는 과정이 무작위적이다. 즉 조작된 유전자가 염색체의 어느 부위에 정착할지 예측할 수 없다. 아울러 특정 부위에 삽입되어 정착된다 할지라도 제대로 기능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불확실하다. 지금까지 언론 매체는 여러 가지 유전자 치료 실험을 호의적으로 보도하고, 의료계와 유전 공학 산업계가 유전자 치료 실험에 큰 기대를 걸고있지만, 그 결과는 아직은 매우 실망스럽다.
유전자 검사
특히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이상이나 결함을 조사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태아 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유전자 이상 또는 결함 중에서 치료 가능성은 현재 약 15% 이하에 그치고있다. 나머지 치료가 불가능할 85%의 경우 부모는 선택의 기로에 직면한다. 태아를 낙태시키거나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하는 두 가지 가능성 가운데 하나의 가능성을 선택해야한다. 이러한 선택은 결국 윤리적 딜레마를 야기 시킨다. 이러한 선택은 또 다른 위험을 수반한다. 검사가 잘못되어 정상적인 유전자를 결함이나 이상이 있는 유전자로 판별하여 태아를 낙태시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유전의 책임
향후 10년 이내에 우리는 유전자의 기능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소유하게될 것이고, 유전자의 기능을 on 또는 off 시키는 기술도 개발할 것이다. 아울러 유전자를 재조합 하거나 조작하여 유전 암호를 변경시킬 수 있게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전 암호 가운데 어느 것을 영구적으로 변경시킬 가치가 있는지 그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포기하도록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될 경우,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떤 바람직하지 않은 형질을 유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부모 자신의 난자와 정자의 유전자를 변경시키지 않고 운에 맡겨 자녀를 출산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정자와 난자, 배아 또는 태아를 교정하여 자녀를 출산할 것인지를 결정하게될 것이다.
주문 아기(맞춤 아기)
유전자 조작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유전자 이상이나 결함을 치료하는데 이 기술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잔인하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유전자 결함을 치료하는 행위와 유전자를 개량하는 행위 사이를 구별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리고있다.
가톨릭 신문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