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과 생명윤리(7)
유전공학과 생명윤리(7)
안명옥 주교 특별 기고 ; 유전공학과 생명윤리(7)
5)유전자 사회학
유 전공학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우생사회학' 또는 '사회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도 발전하고있다. 이러한 학문은 인간의 행동 동인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인간의 행동이 선천적인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가 하는 논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사회생물학은 인간의 행동은 생물학적 유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선천적인 요인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견해를 지지한다. 물론 환경이 인간의 행동과 관련해서 모종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유전자의 역할을 더 우선시킨다. 선천성에 대한 강조와 주목이 유전공학의 틀을 구성하는 다섯 번째 요소이다.
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유전 공학자들은 인간의 행동 또는 사고와 관련된 유전자의 기능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보를 얻게될 것이다. 이미 유전 공학자들은 정신 질환을 유전자의 결함 또는 이상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범죄 지향성, 인간에 대한 혐오감 같은 반사회적 행동은 유전자 기능 이상이 그 원인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회 생물학자들은 인간의 모든 활동은 어떤 점에서는 유전자의 구성에 따라 결정됨으로 현재의 사회 상태를 변경시키려면 먼저 유전자를 변경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 기분, 개성이 유전자의 구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히는 연구 결과가 매주 1건 정도로 발표될 정도로 점점 증가하고있다.
연 구 결과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더 나은 사회적 능력을 발휘하는 유전자군 ▲신기한 것과 스릴을 추구하고 흥분하는 성질과 관련된 유전자군 ▲심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유전자군 ▲자폐증, 강박증, 우울증, 주의력 결핍증 유전자군 ▲동성애 성향 유전자군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의 발표는 일반 대중에게도 영향을 미치고있다.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 과학자들은 사회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후천성론을 선호하였다. 이와는 달리 사회 생물학자들은 환경의 변화는 단지 문제를 완화시킬 뿐이며, 근원적인 해결책으로서는 부족하다고 하면서 유전자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유전자를 변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후천성론에서 선천성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선천성론은 인간의 운명은 유전자에 달려있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가? 즉 후천성론에서 선천성론으로 이동하게 되는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작용하고 있는가?그것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옹호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 즉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가져다 줄 엄청난 잠재적인 이익에 대중의 관심을 묶어두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막대한 재정적 비용이 소요되는 이 프로젝트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가 현재 많은 사회 문제의 뿌리가 되는 유전 질환을 포함하여 인간의 건강 상태를 결정하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부단하게 강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선천성론의 주장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1) 좋은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복지제도는 결과적으로 열성적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유전공학의 측면에서 볼 때 이들은 인류의 진화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식을 낳음으로써 사회가 퇴화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지능이 낮은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유인책을 사용해서 자발적으로 불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금전적인 유인책을 사용하는 방법은 IQ테스트에서 100이하의 지능지수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되, 지능지수가 낮을수록 더 많은 돈을 지급하면 될 것이라는 제안도 등장하고 있다.
*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제안을 하는 자들을 불임시켜야 하지 않을까?(2) 불임 정책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의사 또는 보건 전문가들은 태아 검사를 시행하여 유 전자 이상이나 결함이 드러날 경우 또는 지능지수가 낮을 경우 낙태하도록 권유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3) 노숙자 문제 - 유전자 차원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1950 년대부터 1980년대의 사회 개혁가들이 사회악을 바로 잡으려는 열정에서 유전자 차원에서 인간을 개량해야 한다는 방법을 제시했으나, 현재의 사회 개혁가들은 개인이나 집단의 행동을 너무 지나치게 유전자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개인이나 집단의 행동을 유전자로 해석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는 결국 유전자에 의한 인종 차별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유전공학의 등장으로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별 유형이 나타날 것이 예상된다. 그것이 바로 유전자형에 의한 차별이다. 현재 유전자형에 의한 차별 실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다.
이러한 차별이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유전자 주홍글씨'를 달고 다니면서 보험과 교육의 혜택으로부터 제외될 것이다. 미래에는 인간 유전자의 기능과 작용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인종이나 민족 집단에 이르기까지 인종차별, 인종분리 그리고 인종확대가 확대될 수도 있다. 유전 공학자들은 이러한 유전자 차별이 미래에는 유전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있다. 즉 미래에는 유전자 귀족 계급과 유전자 평민 계급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유전자 차별은 결국 새로운 형태의 우생 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가톨릭 신문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