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장 우리 주의 성체와 성서가 충실한...

제 11장 우리 주의 성체와 성서가 충실한 영혼에게 크게 필요함

1. 제자의 말: 지극히 다신 주 예수여! 당신 잔치에서 당신과 더불어 참례하는 신심 있는 영혼의 신락이 얼마나 크오리까? 이 잔치에서 먹을 음식은 다른 것이 아니라 곧 이 세상의 모든 희망과 원의의 목표요, 과녁이 되시는 당신이옵나이다. 당신과 더불어 있어 정열의 눈물을 흘리어 그 눈물로써 막달라 여인 마리아같이 당신 발을 씻겨 드리기가 나의 유일한 원의옵나이다. 그러나 이런 열정이 어디 있나이까? 이런 거룩한 눈물이 어디 있나이까? 참으로 당신과 당신의 거룩한 천사들 앞에서 나의 온 마음이 타야 될 것이요, 기쁨의 눈물을 흘려야 될 것이옵나이다. 당신은 비록 떡과 술의 형상으로 감추어 계시오나, 이 성사에 참으로 나와 더불어 계시나이다.

2. 만일 당신이 면주의 형상에 감추어 계시지 않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것 같으면 나의 눈은 감당치 못할 것이요, 나뿐이니라. 온 세상이 당신의 존엄의 영광을 감당치 못하리이다. 그러므로 나의 연약함을 생각하시어 당신의 본체를 드러내시지 않고 성체 성사 안에 감추어 계시나이다. 천사들이 천국에서 흠숭하는 분을 나도 모시고 흠숭하나이다. 그러나 천사들은 가리움이 없이 본체로 흠숭하는 당신을 나는 아직 신덕의 눈으로 뵈어 흠숭하나이다. 나는 영원한 광명의 날이 와서 표상(表象)의 그림자가 지나갈 때까지는 당신의 신덕의 빛으로 뵈옵는 것으로 만족히 여겨야 하고 이 빛을 거닐 것이옵나이다. 그러나 "완전한 것이 오면"(1고린 13,10)성사를 영하는 법이 없어지겠사오니 천상 영광 중의 성인들에게는 성사적 신약(神藥)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옵나이다. 그때에는 주의 영광을 직접 대면하여 끝없이 주님 앞에 즐기고, 또 항상 더욱 영화롭게 무량하신 하느님 안의 그 광명으로 화하여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을 누리되 처음부터 계시고 영원토록 계신 그 상태로 누리겠사옵니다.

3. 이 신가한 것을 생각하오 매 다른 모든 것이 영신적 위로까지도 내게 싫증이 나오니, 이는 내 주를 그 영광 중에 명백히 보기전에는 내가 이 세상에서 보고 듣는 것이 다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까닭이옵나이다. 내 주 하느님이여, 내가 영원토록 뵈옵기를 갈망하는 당신 외에 아무것도 나를 위로하지 못하고 아무 조물도 내게 평화를 주지 못할 줄을 당신이 잘 아시나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죽음의 이 세상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 될 수 없는 일이옵나이다. 그러하오니, 아직은 인내지덕으로 참아야 하겠사옵고, 모든 원의에 있어서 당신에게 복종할 따름이옵나이다. 주여, 지금 벌써 천국에서 당신과 더불어 용약하는 성인들도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 신앙과 큰 인내 덕으로써 당신 영광이 오는 것을 고대하였나이다. 그들이 믿은 것을 나도 믿고, 그들이 바란 것도 바라오며, 그들이 도착한 곳에 나도 당신 은총의 도움을 받아 도락할 줄을 바라나이다. 지금은 저 성인들의 표양으로 견고케 되어 당분간 신앙의 길을 걸으리이다. 성서도 내게 위로와 생활의 거울이 되고 또 이모든 것 위에 당신 성체가 내게 유일 무이한 신약과 피난처가 되시리이다.

4. 이 세상에서는 특별히 두 가지 것이 내게 필요한 줄을 생각하오니, 이것이 없으면 이 생활을 견딜 수 없나이다. 즉 이 육신의 옥에 갇힌 내가 두 가지 것을 요구하오니, 곧 음식과 빛이옵나이다. 당신은 연약한 내게 당신 성체를 영신과 육신의 양식으로 주시고, 또 "당신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옵니다."(시편 119,105). 이 두 가지 없이는 내가 살 수 없사오니, 하느님의 말씀이 내 영혼의 빛이요, 또 당신 성사는 생명의 덕이옵나이다. 이것은 성교회의 보고(寶庫)양편에 둔 두 가지 상(床)이라고 할 수 있사온데 한 가지 상은 제대이오니, 그 위에 거룩한 면병, 즉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셨고 다른 상은 하느님의 법의 상이오니, 그 안에 거룩한 교리가 있어 옳은 신앙을 가르쳐 휘장 뒤에 있는 지성소에까지 안전히 인도하나이다. 영원한 빛의 빛이신 주 예수여, 당신종인 선지자들과 사도들과 다른 학자들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신 이 성서의 상을 위하여 당신께 감사를 올리나이다.

5. 인류를 조성하시고 구속하신 이여, 당신의 사랑을 모든 사람에게 드러내시기 위하여 큰 잔치를 차리셨사오니, 당신께 감사하나이다. 이 잔치에서는 다만 상징(象徵)의 어린양을 주시지 않고 오직 당신 성체와 성혈을 양식으로 주시나이다. 이 잔치에서는 당신이 모든 신자들을 즐겁게 하시고 만복소의 모든 희락을 가진 구원의 잔으로 취하게 하시나이다. 여기에는 천사들이 우리와 함께 잔치에 참례하나 우리보다 더 행복스럽게 참례하나이다.

6. 오! 사제의 직무가 어떻게 위대하고 명예스러우니 이니까! 사자들은 존엄하신 주를 거룩한 말씀으로 축성하고 입술로 찬미하며 손으로 들고 자기 입으로 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해 줄 권리를 받았나이다. 오! 그 손은 얼마나 조촐하여야 하고 그 입은 얼마나 깨끗하여야 하며 그 육신은 얼마나 거룩하여야 되겠나이까! 정결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이렇게 가끔 들어가시는 사제의 마음은 얼마나 정결해야 하리이까? 이렇게 자주 그리스도의 성사를 영 하는 사제의 입에서는 거룩한 말씀, 정직한 말씀, 유익한 말씀만 나와야 하리이다.

7. 그리스도의 성체를 자주 보는 그 눈은 순직하고 정결하여야 되며, 천상이 창조주를 자주 만지는 그 손은 순결하여야 되며, 하늘로 올린 것이 될 것이 없나이다. 특별히 사제들에게 교법에 이르기를 "나 야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레위 19,2)하셨나이다.

8. 전능하신 하느님, 사제의 직무를 받은 우리를 당신 은총으로 도우시어, 우리로 하여금 합당하게 정성껏, 완전히 조촐해져 순결한 양심으로 당신을 섬기게 하소서. 또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무죄한 생활을 못하오면 범한 죄나 합당하게 뉘우쳐 울 은혜를 주시며, 또 겸손한 영신으로 좋은 뜻을 결심하여 이후에는 더욱 열심히 당신을 섬기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