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장 성체를 영하는 사람은 착실한 예비를 할 것
1. 예수의 말씀: 나는 정덕을 사랑하는 자요, 모든 성덕의 근원이다. 나는 정결한 마음을 찾으며, 그러한 마음에서만 나의 안위를 처소를 얻어 만난다. "이미 자리가 다 마련된 큰 이층방을 보여 줄 터이니 거기에다 준비해 놓아라"(마르 14,15). 이에 내가 내 제자들과 더불어 네게서 파스카를 행하겠다. 내가 너한테 가서 네게 머물기를 원하면 묵은 누룩을 없애고 네 마음의 처소를 깨끗이 하라. 세속과 모든 악습의 요란함을 물리치고 "지붕 위의 외로운 새와도 같이"(시편 102,7)앉아서 서러워하는 마음으로 네 죄악을 생각하라.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의 사랑하는 자를 위하여는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리를 예비해 주니, 사랑하는 자를 대접하는 자의 정이 여기에 드러나는 까닭이다.
2. 그러나 네 공로만 가지고서 이런 예비를 넉넉히 할 수 없는 줄을 알아라. 비록 일 년 동안 다른 것을 생각지 않고 예비만 하더라도 부족하다. 네가 내 잔칫상에 나오게 됨은 전혀 나의 인자요 나의 특허인 줄을 알아라. 이는 마치 걸인이 어떤 부자의 초대를 받았다 하면 그 걸인은 부자에게 겸손하게 감사를 드리는 것밖에 아무 다른 갚을 방법이 없음과 같다. 너는 네 힘대로 삼가 예비할 것이니 단순히 습관적으로 혹 억지로 할 것이 아니라, 나를 은혜로이 방문하러 오시는 네 사랑하는 주 하느님의 성체를 두려워 하고 공경하며 사랑하는 정으로 받아라. 너를 부른 이는 곧 나요, 하라고 명한 이도 곧 나니, 네게 부족한 것을 내가 보충하여 주리니 마음놓고 와서 나를 영하라.
3. 내가 정성의 은혜를 주거든 네 하느님께 감사하라. 이는 네가 그런 은혜를 받기에 합당한 자 된 까닭이 아니라. 전혀 내가 너를 불쌍히 여기는 까닭이다. 만일 신심이 없어서 영혼이 건조할 것 같으면, 기도하고 탄식하며 문을 두드려라. 또는 구원의 은총의 부스러기나 혹 몇 방울을 은혜로이 받기 전에는 그만두지 말라. 네가 나를 거룩케 하려고 오지 않고 내가 너를 거룩케 하고 낫게 하려고 간다. 네가 내게 옴은 나로 말미암아 거룩한 한 되고 나와 결합하며 내 은총을 얻어 다시 네 허물을 고치기에 분발하기 위함이다. 이 은혜를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네 전력을 다하여 네 마음을 예비한 후에 네 사랑하는 이를 네게로 모셔라.
4. 다만 나를 영하기 전에만 예비하여 신심을 발할 뿐 아니라 이 성사를 영한 후에도 이 신심을 보전하기로 극진히 힘 쓸 것이다. 나를 영하기 전에 신심이 있게 예비하기보다, 영한 후에 못지 않게 신심을 보존하는데 힘 쓸 것이다. 성체를 영한 후에 자기를 수호하는 것이 다시 더 훌륭한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예비하는 방법이 되는 까닭이다. 영성체 한 후에 즉시 너무 세속 위로로 이끌리는 자는, 더 훌륭한 은총을 받기에 준비가 매우 부족한 자 되리라. 너무 말을 수다히 하지 말고, 고요한 곳에 있어 네 친구를 즐거움으로 삼아라. 네게 오신 이는 온 세상이라도 네게서 빼앗아 갈 수 없는 이다. 네게 너를 완전히 바친 이는 나다. 그렇게 되면 네가 네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아무 걱정도 없이 네게 사는 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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