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쇼크"

[심층취재] 비타민 쇼크, “합성 비타민 많이 먹으면 일찍 죽는다”

“비타민 A, E, 베타카로틴 함께 먹으면 사망률 5% 증가” 코펜하겐 쇼크 지구촌 강타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 젤라코비치 박사팀 23만명 대상 3년3개월간 분석
<이 기사는 weekly chosun [1953호] 에 게재되었습니다>

따로 복용할 경우엔 비타민 A는 16%, 비타민 E 4%, 베타카로틴 7% 사망률 높아져
합성 비타민, 천연 비타민과 체내에서 효능 달라… 야채·과일 등 음식 통해 비타민 섭취해야
직접적 메커니즘은 구명 못 해… 비타민 C는 사망률에 큰 영향 안 끼쳐

서양 의학계에 지난 3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막아주고 신체의 노화를 방지해 준다는 이유로 ‘생명의 묘약’이라 불렸던 비타민 A, 비타민 E, 베타카로틴이 건강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사망률을 5% 이상 증가시킨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비타민의 효능에 대한 기존 학설을 정면으로 반박, 서양 의학계에 파문을 일으킨 이 연구는 놀랄 만한 내용으로 인해 ‘코펜하겐 쇼크’라고까지 불렸다. 연구 주체는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 연구소의 고란 젤라코비치(Goran Bjelakovic) 박사팀. 이 연구소는 덴마크 코레인 그룹(Cochrane Hepato-Biliary Group)이 지원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연구팀은 무려 23만2606명(44.5%는 여성)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기존의 학술논문 68건을 통계학적 방식으로 재분석해 그 결과를 ‘미국 의학협회보(JAMA·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2007년 3월 1일자(현지시각 2월 28일)에 게재했다. 제목은 ‘항산화 비타민 보조제와 사망률에 관한 통계적 분석(Mortality in Randomized Trials of Antioxidant Supplements for Primary and Second Prevention;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이다. 미국 의학협회보는 1883년 창간, 12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권위의 의학저널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비타민 A, C, E, 베타카로틴을 함께 복용했을 경우엔 ‘보수적으로 잡아도’평균 5% 이상 사망률이 높아진다”며 “이를 따로따로 먹었을 경우, 비타민 A는 16%, 비타민 E가 4%, 베타카로틴이 7% 사망률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하지만 “비타민 C의 경우엔 사망률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사망률에 영향을 끼친 직접적 메커니즘은 아직 구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비타민 보충제는 이번에 논란이 된 비타민 A, C, E, 베타카로틴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을 함유하고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종합 비타민은 대부분 화학적 방법으로 제조되고 있다. 세포 재생을 촉진시켜 얼굴 주름을 펴준다고 알려진 ‘레티놀’은 비타민 A의 화학명이며, 노화를 막아주고 정력을 증강시킨다고 알려진 ‘토코페롤’은 비타민 E의 화학명이다. 베타카로틴은 사람의 몸속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물질이다.

비타민의 효능에 대한 기존 학설을 정면으로 반박, 서양 의학계에 파문을 일으킨 이 연구는 놀랄 만한 내용으로 인해 ‘코펜하겐 쇼크’라고까지 불렸다. 연구 주체는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 연구소의 고란 젤라코비치(Goran Bjelakovic) 박사팀. 이 연구소는 덴마크 코레인 그룹(Cochrane Hepato-Biliary Group)이 지원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코펜하겐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매일 또는 이따금씩 평균 2년7개월간 비타민 보충제를 복용한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향후 평균 3년3개월간 신체의 변화 상황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대상자의 평균 복용량은 비타민 A가 2만219IU, 비타민 E는 569IU였으며, 베타카로틴은 17.8㎎이었다. 여기서 IU(International Unit)란 비타민 효과를 측정하는 국제 단위로, ㎎으로 표시하기 어려운 미량의 영양소를 따질 때 사용한다. IU의 절대량은 영양소마다 차이가 있는데, 비타민 A 1IU는 0.3μg이며, 비타민 E 1IU는 0.667㎎이다. 베타카로틴 1IU는 0.6μg이다. 참고로 1μg은 1000분의 1㎎이다.

연구팀의 크리스티안 글루드(Christian Gluud) 박사는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도 충격적이었다”며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비타민 보충제를 먹지 말고,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 보충제를 먹지도 말라”고 권했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의 성미경 교수는 “이런 방식의 연구는 기존의 수십 가지 유의미한 실험을 모아 다시 분석한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하면 편견이 들어갈 여지가 없기 때문에 신뢰도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비타민 미네랄 사전’을 쓴 최현석 박사(전 삼성제일병원 내과 과장, 서울 현내과 원장)는 미국의학협회보(JAMA)에 대해 “학계에서 많이 인용하는 저널”이라며 “이 논문은 의과대학 교과서에 실어야 할 정도로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가 충격적인 만큼 ‘코펜하겐 쇼크’에 대한 반박도 잇따랐다. 앞장을 선 것은 제약 업계다. 업계가 운영하는 기관인 ‘건강보충제정보회(Health Supplements Information Service)’의 앤 워커 박사는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펜하겐 연구 결과는 ▲질병이 있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사람과 ▲심장병 등의 질병을 앓고 있던 사람에 대한 실험 결과를 뒤섞어 도출하는 치명적 오류를 범했다”며 “이 연구는 한마디로 무가치하다(worthless)”고 반박했다. 그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면서 “비타민이나 미네랄 같은 보충제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며 “비타민 보충제는 식단이 불균형한 사람에게 영양소를 공급해 주는 데에 필수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 리누스 폴링 연구소(Linus Pauling Institute)의 발츠 프라이 박사도 코펜하겐 연구 결과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프라이 박사는 “코펜하겐 연구에 포함된 일부 실험에서 비타민 보충제를 복용해 9% 가량 사망률이 낮아진 사례도 있었다”며 “이 연구 결과에 편견이 가미됐다”고 반박했다.
터프츠 대학 항산화연구소장 제프리 블룸버그 박사 역시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험 결과에 이견을 보였다. 제프리 박사는 “항산화 물질이 이롭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왜 항산화 비타민 보충제는 해롭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항산화 물질이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생명을 연장시켜 줬다”고 반박했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는 “비타민의 효능이 이미 입증된 상황에서 비타민과 사망률을 연계시키려는 발상은 위험하다”며 “비타민이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은 한마디로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비타민 A, 비타민 E, 베타카로틴이 사망률을 5% 높인다’는 충격적 결론을 도출한 코펜하겐 연구팀은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인위적으로 조제된 합성 비타민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이 결과를 과일이나 야채에 들어있는 천연 비타민에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비타민의 여러 가지 긍정적 작용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음식을 통해 천연 비타민을 섭취했을 때의 얘기라는 것이다.

글루드 박사는 “최근 20~25년간 비타민 관련 업계는 ‘비타민을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잘못된 환상을 퍼뜨렸다”며 “그 결과 각 나라의 연구기관, 심지어 국가 공인기관들까지 비타민 부작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루드 박사는 코펜하겐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비타민 제조업계로부터 조종 당하지 않고(without control)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연구기관의 독립적 연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 결과에 대해 “기존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 이범진 기자 bomb [at] chosun [dot] com/ 자문 | 성미경 숙명여대 교수

댓글

드디어 건강정보가 떴네요.

감사합니다. 반장님.
바쁘신와중에도 좋은 정보 올려주시고,
저도 지난번 반모임 후 비타민 A, E 끊었습니다.
C만 쬐끔먹고 있습니다.
의사선생님께 계속 좋은 정보 달라고 해주세요. ^^;

그리고, 로스알토스 합동반모임 7월 15일로 확정되었습니다.
신부님을 모시기위해 그리하였습니다.
시간은 3시..

혼선을 드려 죄송하고, 반원들에게 잘 알려주세요.
감사해요.

비타민 보다는 고기를..

사부님은 비타민 보다는 고기가 좋을 것 같은데...
잘 잡수시고 살좀 찌셔야 겠습니다.
그래야 본당 웹이 감기도 안걸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