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淸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이 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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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고등학생이었는데...

저희 시골 집에는 제가 어릴 때에 위의 사진에서와 같은 청포도가 옆마당에 잔뜩 열렸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흑포도가 더 굵고 많이 열린다고 동네에서는 다들 흑포도를 심었었는데, 저희 아버지께서는 그래도 청포도가 좋다시면서 바꾸질 않았습니다. 한창 자랄 때에나 다 익은 때를 구분할 수 없는 청포도보다는 한 눈에 다 익은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흑포도가 훨씬 나을 것 같았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포도 넝굴 아래에서 하늘을 배경으로 포도를 비춰보면 완전히 익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지혜를 배우고 난 뒤부터는 저도 청포도가 더 좋아졌답니다. 그렇게 비춰보던 포도가 사진과 같은 색깔이었습니다. 약간 더 옅은 그리고 빛바랜 듯한 색깔, 이것이 다 익은 청포도가 보여주는 알듯말듯한 표시랍니다. 거기에는 은은하게 느껴지는 향기가 있었습니다.
사랑은 청포도처럼 표시나지 않게 하는 건가 봅니다.

저희집 마당에도

저희집 마당에도 까만 포도나무가 있었습니다.
먹을 것이 귀했고 오형제나 되는 아이들 속에서 포도가 익기도 전에
따먹던 그 시디시던 새끼포도 생각이 나서
저도모르게 야단맞으면서도 즐겁던 그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그 당시에는 청포도는 대단히 귀했던 것 같습니다.
절에 다니시는 할머니를 따라서 일년에 한두번 맛보는 청포도였습니다.
그렇게 맛있게 먹어보던 그 맛이 먹을 것이 흔한 미국에 와서는
더 이상 그 달고 단 맛이 아닙니다.
세상살이가 모자를 때,
절제된 생활에서 더욱 더 빛나는 가 봅니다.
즐거운 한국여행되시기를,
그리고 세시리아 자매님께 안부전해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