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2/8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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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 루카 1장 26-38절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가장 기분 좋은 초대>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아주 기분 좋은 초대를 받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떤 초대를 받았을 때 가장 기쁘셨습니까? 아마 이런 초대를 받으면 누구나가 다 좋아하시겠지요? 기쁜 마음으로 “예, 꼭 가겠습니다!”라고 응답할 것입니다.

“친구, 동동주를 좀 만들어보았는데, 맛이 기가 막히네. 고향 소꿉친구들도 몇 명 오기로 했는데, 자네도 꼭 와야겠네.”

“고객님, 이번 저희 백화점 감사행사에서 고객님께서 1등으로 당첨되셨습니다. 상품은 초대형김치 냉장고입니다. 꼭 오셔서 상품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제게 가장 좋은 초대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지난 가을, 한창 바쁠 때 이런 초대가 오는 바람에 가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지금 좀 빨리 오셔야겠습니다. 물 반 고기반입니다. 팔뚝만한 것들이 던졌다 하면 1초 만에 올라옵니다. 당장 출발하세요.”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그 유명한 장면, 마리아의 'Fiat'(예!) 장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엄청난 초대이고, 끔찍할 정도로 부담이 되는 초대이고, 그렇게 하겠노라는 응답으로 인해 다가올 고초가 만만치 않음이 분명한 초대임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담담하게 대답합니다.

“예!”

마리아의 위대한 Fiat(예!,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앞에 참으로 큰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마리아의 Fiat은 우리의 Fiat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의 ‘예’는 많은 경우 선택적인 ‘예’입니다. ‘예’라고 대답하기에 앞서 먼저 앞뒤좌우를 살펴봅니다. 손익계산을 먼저 따집니다. 이 ‘예’를 통해서 내가 유리할 것인지, 불리할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이런 Fiat은 진정한 Fiat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남들이 다하는 Fiat이니까요. 진정한 Fiat은 바로 성모님의 Fiat입니다. 고통스러운 길, 정말 가기 싫은 가시밭길이지만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 주님을 위한 길이기에 기꺼이 길 떠나는 Fiat이야말로 진정한 Fiat입니다.

다가오는 삶의 모든 국면들이나 사건들, 사람들을 거부하지 않고 관대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기꺼이 직면하는 자세가 진정한 Fiat의 자세입니다. 정말 이해하지 못할 일, 억울하기 그지없는 사건들 앞에서도 침묵가운데 그 사건을 하느님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마음에 간직하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의도를 파악하는 자세야말로 참 Fiat의 자세입니다.

오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은 우리 한국교회의 큰 축일이자 저희 살레시오회의 가장 큰 축일입니다. 바로 오늘 저희 살레시오회 창립자 돈보스코께서 당신 사업의 첫 삽을 뜨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마리아의 큰 신앙, 깊은 신앙, 순수하고 지고한 신앙을 묵상하게 됩니다. 마리아께서는 아무런 토 하나 달지 않으시고 그대로 하느님 측의 제의를 수용하십니다. 물론 한 산골소녀에게는 너무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약속이었습니다. 단란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꿈꾸며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는 당시 나이 아직 10대인 산골소녀였습니다. 마리아에게 있어 천사 가브리엘의 예언은 한 마디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습니다. 천사의 탄생예고 앞에 마리아의 심리적인 상태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천사의 예고 앞에서 마리아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들로 복잡했을 것입니다.

‘이 난감한 사실을 약혼자 요셉에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과연 요셉이 이 사실을 믿을 것인가? 요셉이 과연 끝까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혹시라도 요셉이 이 일 때문에 내게 앙심을 품고 딴 생각을 한다면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닌가?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천사의 제안을 수락할 경우 마리아 앞에 펼쳐질 상황은 암담하기만 한 것이었습니다. ‘나자렛의 우물가에 모인 아낙네들의 입방아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한 가냘픈 소녀가 불러오는 배를 주체 못하고, 또 그것에 대해 똑 부러지게 변명 할 수도 없게 될 상황, 그것이 바로 마리아 앞에 펼쳐질 미래였습니다.

그렇지만 마리아는 용감하게도 ‘예’라고 대답합니다. 구세주의 어머니가 됨으로 인해 그녀에게 다가올 갖은 시련들을 정확하게 예견하면서도 기꺼이 ‘예’라고 응답합니다. 마리아는 오직 하느님께만 신뢰를 두었습니다. 오직 하느님께만 자신의 전 존재를 걸었습니다.

이러한 마리아의 평생에 걸친 노력에 대해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응답하십니다. 이제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성전, 새로운 성도(聖都) 예루살렘이 됩니다. 이제 마리아는 그 안에 메시아가 끊임없이 살아 계시는 계약의 궤가 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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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사진이 너무 커져 버렸습니다.

다니엘 형제님, 도와주세요...
원래 작은 사진이었는데...올리고 나니 저절로커져 버렸습니다.
적당한 중간 크기로 손좀...
감사합니다.
안셀모

^^; 줄여드렸습니다.

저희 성당 서버가 원래 큰 이미지를 줄이게끔만 되어있는데..
정말로 커졌다면, 이건 '기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