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미국 가톨릭교회 소공동체 현황(상)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 친교의 교회상 구현 "
긴급 점검/ 미국 가톨릭교회 소공동체 현황(상)
개인주의가 팽배한 미국에서 소공동체 운동이 활발하리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린 '2007 미국교회 소공동체 전국대회'에 참가한 뒤 미국교회 소공동체 현장을 둘러본 한국교회 소공동체 관계자들은 "한국교회 소공동체와 다른 점은 많지만 소공동체를 통해 '친교의 교회상'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는 결코 다르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교회 소공동체 탐방에 함께한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대표 전원 신부)측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미국교회 소공동체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미국교회와 소공동체
1976년 몇몇 주교들과 몇몇 사제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팀을 구성했고, 2년여 준비기간을 거쳐 1978년에 '쇄신'(RENEW)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소공동체'를 핵심으로 하는 쇄신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미국 전역 1만3000여개 본당 2500만여명의 신자들에게 보급됐다. 이를 계기로 형성된 다양한 형태의 소그룹/소공동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ㆍ양성하고자 전국 차원에서 조직된 것이 '소공동체를 위한 북미 포럼'(NAFSCC)이다.
1980년대 들어 소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노력이 펼쳐졌다. 하지만 소공동체 사목에 역점을 두고 활성화하고자 노력을 기울여온 본당이 기대만큼 많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소공동체를 본당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들 가운데 하나로 잘못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소공동체에 대한 주교들과 사제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반면 긍정적 요소와 자원들도 많다. 80년대 중반 이후 소공동체가 크게 성장하는 데는 많은 조직과 활발한 연구 및 자료들이 기초가 됐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세 조직이 소공동체의 본질과 중요성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성찰을 일관되게 표명해왔다는 점이다. 즉 '본당은 소공동체들의 공동체'이자 '소공동체는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으로 세상에서 말씀을 실천하는 표지이며 성사'라는 것이다. 세 조직은 공동으로 5년마다 한번씩 소공동체 전국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교회는 △신자 6800여만명 △본당 1만9000여개 △교구 190여개 △사제 4만2300여명(수도회 소속 1만4000여명 포함) △여성 수도자 6만5000여명, 남성 수도자 5000여명 △신학생 5200여명이다.
▨3개의 소공동체 전국 조직
▲본당을 공동체로 건설하기 위한 국가 연대(NAPRC: The National Alliance of Parishes Restructuring into Communities)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a new way of being church)인 소공동체를 추진하고 있는 본당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다. 창립자는 현재 디트로이트대교구 성 크리스토퍼 본당 주임인 아더 바라노우스키 신부다.
NAPRC는 현재까지 약 90여개 이상의 교구에서 소공동체 교육을 실시했으며, 미국ㆍ캐나다ㆍ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300여개 본당이 '바라노우스키 모델'이라는 본당 소공동체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본당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으므로 그 구조를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것이 NAPRC의 입장. NAPRC는 본당 구조 자체의 쇄신과 소공동체 건설을 지향하며, 이를 위한 많은 자료들을 보급해왔다.
▲소공동체를 위한 북미 포럼(NAFSCC : North American Forum for Small Christian Communities)
본당 소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참여하고 있는 교구 활동가들(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을 지원하는 조직. NAFSCC는 구성원들이 소공동체와 관련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아이디어와 자료를 나눈다. 이를 위해 매년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매월 소식지를 발간한다. 1985년에 설립됐으며,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약 60여개 교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공동체 연대(SCCC: Small Christian Community Connection)
소공동체 현장의 뿌리에서부터 올라와 형성된 조직으로, 본당과 교구 기관 등에 소속된 700여 명이 회원이다. 소공동체 발전을 지향하지만 특정 모델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주된 목적은 지역 소공동체 지도자들과 구성원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상호 지원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자료와 매월 소식지를 발간한다.
▨미국교회 소공동체 특징
미국교회는 소공동체의 모든 요건들을 다 갖추지 못한 다양한 형태의 소그룹들까지도 소공동체에 포함시킨다. 소공동체는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탄생과 성장의 발전 단계를 거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개방적 입장은 미국의 다양한 사회ㆍ문화ㆍ역사적 배경을 인정할 때 가능하다.
그럼에도 소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본질적 요소는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즉 '기도, 신앙 나눔, 상호 지원, 지속적 배움, 봉사 또는 선교활동'이다.
소공동체 모임은 교구나 본당 지침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구성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영적 성장, 교회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에 대한 갈망,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더 잘 실천하려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공동체는 대체로 8~12명이 한 집에서 2주일에 한 번꼴로 모임을 가지며, 특별히 지도자를 선출하지 않고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책임을 나눠 맡아 함께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지도자를 뽑을 경우 돌아가면서 맡고 자체적으로 선출한다.
대다수 소공동체는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하지는 않으나 소공동체의 본질적 요소를 포함하는 형태로 모임을 갖는다. '기도와 묵상→신앙/삶 나눔→ 성경 묵상이나 나눔 또는 신앙서적에 대한 토론→실천활동 나눔→마침기도'가 일반적 순서다. 교구나 본당 차원에서 매주 소공동체 모임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거나 소공동체 모임 프로그램 또는 진행순서를 제시하기도 한다. 미국교회 소공동체는 현재 7만여개로 추산되며, 약 75%는 본당과 긴밀한 연계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잔다르크본당(미네소타주 성 바오로-미니아폴리스대교구 소속) 소공동체
▲본당 차원
소공동체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았지만 30여 년 전부터 성경 나눔이나 영적 성장을 위한 공부나 기도 등 소규모 모임이 있어왔다.
20여 년 전, 본당에 소공동체 비전과 목표가 소개되면서 소규모 모임들이 소공동체라고 불리게 됐다. 초창기에는 미사를 통해 소공동체의 중요성을 신자들에게 전하는 한편 미사 때 소공동체 경험을 나누고 그 경험들을 본당 주보에 실어왔다.
20여년간 500여개의 소공동체가 생성ㆍ성장ㆍ소멸 과정을 거쳤다. 소공동체는 자발적으로 구성되기에 현재 몇 개의 소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신자 1만여명의 이 본당에 100여개의 소공동체가 있으며, 그 가운데 30~40개가 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공동체는 본당 공식 조직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각 소공동체들은 본당의 여러 직무와 실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사목회 구성원 대부분 소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이다.
소공동체 지원과 활성화를 위한 '소공동체 위원회'가 일년에 5~6회 모임을 갖는다. 이 위원회는 기존 소공동체 지원과 새로운 소공동체 조직, 소공동체 모임을 위한 계획 수립과 피정 등을 담당한다. 특별히 새로운 소공동체 모임을 시작할 때 이 모임을 어떻게 구성하고 유지하는지에 대해 도움을 주고 관련 자료 등을 제공한다. 지원은 하되 어떤 지침이나 방침을 반드시 따르도록 요구하지는 않으며 소공동체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 사례
8월 15일 오후 6시 이레네씨 집에 손님 1명을 포함해 모두 9명(남성 3명, 여성 6명)이 모였다. 2쌍은 부부였고, 2명은 개신교 신자여서 눈길을 끌었다. 6년째인 이 소공동체는 2주일에 1번꼴로 각 가정을 돌아가며 매회 2~3시간 모임을 갖는데, 각자 준비해온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모임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기도/묵상(15~20분): 다양한 형태의 기도, 묵상이 가능하다 △신앙나눔(15~30분) : 자유롭게 저녁식사를 하면서 각 구성원들이 차례로 지난 2주간의 삶을 나눈다. △토론(60분) : 성경ㆍ신앙서적ㆍ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으로, 구성원들이 무엇으로 할지 미리 결정한 뒤 모임이 열리는 가정에서 구체적으로 준비한다. △실천활동(15분) : 토론에서 얻는 아이디어와 통찰과 관련해 소공동체 차원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결정한다. △기도(짧은 마침기도나 전례).
정리=남정률 기자 njyul [at] pbc [dot] co [dot]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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