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사목과 소공동체 사목의 관계 - 이민희 다니엘 수녀

가정 사목과 소공동체 사목의 관계

서울 대교구 사목국 가정 사목부 담당 수녀(이민희 다니엘 수녀)

전문가들은 가정 사목과 소공동체 사목을 ‘부분적 사목’이나 ‘특수 사목’ 영역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총체적 사목을 위한 접근 방식이면서 사목 원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덧붙여 가정 사목을 사목 원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몇 개의 새로운 가정 사목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사목 프로그램(피정, 성지 순례, 캠프, 교육 강좌, 신심 행사, 전례 등)을 가정 사목의 관점에서 재구성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본당의 모든 사목 프로그램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따로따로 참여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전체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가정 사목의 원리가 관여되지 않으면 소공동체 사목 역시 성숙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소공동체 모임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따로 모인다. 이를 개선하여 가족 모임의 성격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요청된다. 소공동체 모임에서도 가족 해체를 기정사실화해서 따로 모임을 갖지 말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부부간 대화 촉진, 부모와 자녀간 대화 촉진 등)을 통해 가족간 화해와 이해를 도모함으로써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소공동체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수년간 ‘따로따로’ 모임에 길들여진 구성원들이 가족 전체 모임을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힘겨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이 방법이 숙달되어 소기의 목적 달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교구 안에서 가정 사목과 소공동체 사목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 10여 년 동안 소공동체라는 수로를 만들어 여러 가지 필요한 영적 양식을 공급한 한국 교회는 이제 시대가 요청하듯 가정을 살려내는 재료를 공급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현주소를 진단해 볼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소공동체 사목과 가정 사목의 연대가 강력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그동안 서울 대교구 가정 사목부는 여러 가지 예방 차원의 교육과 치료 차원의 교육을 실시하여 왔다(혼인 전 교리, 선택, 가정 성화를 위한 세미나, 생명 파트 부분인 자연 출산 조절법과 낙태 후유증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 등). 그러나 교육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양질의 교육이 되지 않고 형식적인 교육으로 그치는 경우도 많이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러한 부족함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소공동체 가족 모임 안에서 먼저 양성되어진 부모 교사들이 그들의 자녀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직접 시행하는 방법도 시도할만하다. 이렇게 될 때에 가정 안에서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교육을 받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 방법을 시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치료 차원의 가정 교육을 위한 상담 학교 개설은 이 부족함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상담 학교는 오전반, 오후반으로 2005년 2월에 실시할 예정이며, 10월부터 현재까지 가정 사목 봉사자 30여 명과 함께 교육 과정을 실시해 보면서 피드백을 받고 있다. 오전반, 오후반으로 두 번 실시하게 된 것은 부부가 함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아버지 학교와 어머니 학교를 통하여 통례적으로 인식되었던 피해자, 가해자 모두가 피해자라는 전제하에, 부모이면 누구나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 교육 목표를 둔 것이다. 자녀 양육의 의무가 부여되기 전에 우선 스스로 자신의 삶 안에서 풍요로운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한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 받고 자유로워진 몸과 마음으로 자녀나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양을 부모이면 누구나 다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또 한 가지 프로그램은 부부 워크숍이다. 이 워크숍 프로그램에는 섬세한 멘트까지 다 명시되어 있어 약간의 오리엔테이션만 받으면 손쉽게 실행할 수 있다. 본당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본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다년간 소공동체 모임을 통하여 자질을 함양해 온 구역․반장들이 소정의 교육 과정을 통하여 소공동체 모임을 통한 트레이너 역할과 상담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치료 차원의 교육을 강화하는 사목이 될 것이다. 이처럼 가정 사목은 소공동체의 채널을 이용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서로 협력하여 이 시스템을 잘 구축할 것인가는 계속적인 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 좋으신 주님의 손길을 간구하는 마음이다.

제랄드 폴리 신부는 그의 저서 『가정 중심의 교회』에서 본당의 사목이 가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고려하여, “모든 프로그램은 가족 유대를 강화할 것인지, 가정을 붕괴할 것인지를 점검”하고 실천되어야 하며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가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하고 소명의 확신과 소명을 실시할 수 있는 힘이 되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가정’을 ‘본당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 단위’로서가 아니라 ‘사목의 핵심으로서의 사목’ 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으로 여겨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교회안팎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해체되어가는 가정을 다시 세우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서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전문가와 실행부가 협력하여 시대가 요청하는 뜻을 잘 반영하고 경청하며 응답할 때 주님께서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축복을 담아 주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