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월 10일 주님 공현 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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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주님 공현 후 목요일-루가 4장 14-22절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의 힘을 지니고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니, 그분의 소문이 그 주변 모든 지방에 퍼졌다. 예수님께서는 그곳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모든 사람에게 칭송을 받으셨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자라신 나자렛으로 가시어,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경을 봉독하려고 일어서시자,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가 그분께 건네졌다. 그분께서는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러한 말씀이 기록된 부분을 찾으셨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예수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 시중드는 이에게 돌려주시고 자리에 앉으시니,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님을 주시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그러자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 (루카 4,14-­22ㄱ)

<세 방울의 포도주와 한 방울의 물로 미사를>

몇 년 전 선종하신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의 책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바오로 딸)를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대희년을 맞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부탁으로 교황청에 근무하는 고위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기경님의 연례피정 강의록을 모은 것입니다.

말씀 한 구절 한 구절마다에는 추기경님께서 그간 겪어 오셨던 시련과 절망, 희망과 기쁨, 사목자로서의 각별한 사랑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탁’ 덮는 순간, 머릿속이 다 환해왔습니다.

베트남의 순교자 집안에서 태어나신 추기경님은 1975년 베트남 사이공 교구 주교로 임명되지만, 베트남 공산화로 인해 모든 지위를 박탈당한 채 오랜 세월 수감생활을 하셨습니다. 1988년 석방되셨지만, 곧 바로 국외로 추방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심히 사목해오셨습니다.

저는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시기 3년 전쯤 먼발치에서 잠깐 동안이나마 얼굴을 뵌 적이 있었는데, 참으로 편안한 얼굴이었습니다. 마치 생로병사의 고통을 완전히 초탈한 도인의 향기가 풍겨나고 있었습니다.

좁디좁은 감방을 휘감았던 아열대 지방의 특유의 찌는 듯한 더위는 하루하루 그분의 건강을 앗아갔고, 공산정권은 주교라는 호칭은 물론, 주교좌성당에서의 활기찬 사목의 기쁨을 송두리째 박탈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고통으로만 가득 찼던 그 좁은 감옥을 주교좌성당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분은 갇혀 계셨고, 극도로 쇠약해지셔서 기도하기조차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그 열악한 상황 안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가셨습니다. 감옥생활에 대한 의미부여 작업을 그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기억을 되살려 감방 바닥에 성경말씀을 써놓고, 매일 깊은 관상기도를 바치셨습니다. 매일 세 방울의 포도주와 한 방울의 물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미사를 거행하셨습니다.

수감기간 동안 종잇조각에 끊임없이 뭔가를 쓰셔서 동료 재소자들에게 전해주곤 했었는데, 거기에는 사목자로서 갇혀있는 양들에게 힘과 위로를 주는 글들이 빼곡히 적혀있었습니다. 독방에 사셨지만 주교로서의 사목을 계속하신 것입니다.

다음의 글은 첫 번째 피정강의 서두에서 추기경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1999년 12월 15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저를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삼천년기 첫해에는 베트남 사람이 로마 교황청에서 피정강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교황님은 저를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에 둔 특별한 주제가 있습니까?”

“교황님, 너무나 뜻밖의 일이어서 어리둥절합니다만 희망에 대해서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교님의 체험을 증언해 주십시오.”

교황님의 초대에 감동되어 집에 돌아온 저는 경당에 들어가 기도했습니다.

“예수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풍부한 학문과 신학만으로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 알고 계시듯 저는 감옥에서 나온 사람입니다.”

“지금 네가 처한 모습 그대로 말하여라. 교황이 너에게 말한 대로 겸손하고 단순하게 말 하여라!”

그래서 저는 ‘베트남 음식’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리냄비와 내용물(희망의 복음)은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메뉴를 바꿀 것입니다. 아시아의 양념과 향료를 넣을 것이고 먹을 때는 젓가락을 사용할 것입니다.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통치 않은 요리사는 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참된 불길 곧 ‘성령’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절망적이었던 상황, 아니 절망 이상의 상황에서 살았던 죄수가 ‘희망의 메뉴’를 준비했습니다. 그 죄수가 죽었다고 믿은 사람들은 그를 위해 수없이 연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삐뚤어진 줄 위에서도 똑바로 글을 쓰시는 분입니다. 사람들이 바친 연미사를 통해 그는 상당 기간 더 살면서 결실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성령의 기운으로 충만해지셔서 갈릴래아로 돌아오신 예수님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자렛의 한 회당에 들어가신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를 펴시고 낭독하시는데, 선포된 구절에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께 부여하신 사명의 본질과 핵심이 요약되어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기회가 좋던 나쁘던, 상황이 적합하든 여의치 않던, 그 어떤 여건 속에서도 사목자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으셨던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 그분의 삶 전체를 성령께서 관통하고 계셨기에, 그분의 생애 전체에서는 진한 예수님의 향기가 그치지 않고 풍겨 나오고 있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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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다람쥐 쳇 바퀴 돌 듯이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예수님도 늘 하시듯이 그렇게 일상을 사셨나 봅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어떤 때는 이런 단조로운 삶에 지치기도 하셨겠지요?
회의를 느끼기도 하셨겠지요?
도망치고 싶기도 하셨겠지요?

그래도 또 돌아오는 똑 같은 일상...
예수님께서
늘 그렇게 사셨듯이 그렇게
그냥 열심히 살아 볼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내일도 아니고 지금 이자리에서 말씀이 이루어졌다고 하십니다.
지금 제가 믿고 있는 이자리에
하느님 나라가 와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하느님 나라가 곧 올 것이라고 하십니다.

지금 와 있는 하느님 나라는 무엇이고...
장차 올 하느님 나라는 무엇인가요?

지금 나를 돌보시는 은총이고...
장차 하느님을 뵈올 희망인가요?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