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월 13일 주님 세례 축일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려고 갈릴래아에서 요르단으로 그를 찾아가셨다. 그러나 요한은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 하면서 그분을 말렸다. 예수님께서는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제야 요한이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였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다. 그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마태,13-17)
출근시간, 등교시간, 한 바탕 ‘아침대란’을 치룬 한 엄마가 모닝커피를 한잔 마신 후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시작했을 때의 일입니다.
4살 된 막내아이가 엄마를 거든다며 청소기를 꺼냈습니다. 4살 밖에 안 된 아이다보니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말려들어가 있는 청소기 코드도 제대로 뺄 줄 모릅니다. 전원을 꼽고, 스위치를 켰지만, 키가 작다보니 청소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래도 엄마는 아이가 하는 대로 가만히 둬봅니다.
아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지만 도움은커녕 엄마에게는 방해만 됩니다. 멀쩡하게 서 있는 화분을 넘어트립니다. 무리하게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보니 자주 전원이 꺼지고 기계에 손상이 갑니다.
사실 아이가 가만히 앉아 있어주는 것이 엄마에게는 훨씬 편한 일인데, 그래도 엄마는 아이가 엄마를 도와주고 싶다는 그 기특하고 갸륵한 마음에 감동을 받습니다.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벌써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 귀엽고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엄마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이가 청소에 도움이 되든지 말든지 상관없습니다. 그저 엄마를 도와주고 싶다는 아이의 그 마음에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습니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솔직히 그분께 별 도움 안 되는 우리입니다. 때로 가만히만 있어줘도 좋은 우리입니다. 때로 방해만 되는 우리입니다. 우리의 도움을 조금도 필요로 하지 않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겸손하게 우리 인간의 협력을 요청합니다. 우리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십니다. 우리와 함께 걸어가십니다. 답답한 인간의 제도 안으로 자신을 밀어 넣으십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은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한 나약한 인간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 받으심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세례를 받으셨다는 것, 참으로 기가 막힌 일입니다. 정녕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먼저 예수님께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세례를 받아야 당연한 일인데, 반대로 그분께서 세례자 요한을 찾아가십니다. 세례자 요한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손을 통해 세례를 받으십니다.
참으로 이해 안가는 부분입니다. 세례는 축성된 깨끗한 물로서 인간의 죄를 씻는 예식입니다. 세례는 죄인들이나 받는 예식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례는 인간들이나 받는 예식입니다.
그런데 무죄한 어린 양이신 예수님이, 세례가 전혀 필요 없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세례를 받으시다니...
무한한 자기 낮춤, 극도의 겸손, 우리와 나란히 걸어가는 절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는 하느님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 예수님의 세례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행하는 기도와 선행, 봉사와 희생, 너무나 보잘 것 없어 보입니다. 별 의미도 없어 보입니다. 하느님께 무슨 도움이 되겠나, 의심합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그 작은 우리의 몸짓들이 하느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는 도구가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작은 우리의 봉헌을 껄껄 웃으시면서, 행복해하시면서, 기꺼이 받으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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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오늘 주일 이다.
주님께서 거룩하게 지내라고 한 주님의 날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거룩함과는 거리가 먼 날이 된지 오래다.
이것저것 많은 성당과 관련된 일과 행사들이 주일에 집중되어 있다.
오전을 정신 없이 보내고 나서 집으로 돌아 오면
가족들과 같이 해야 할 일 들이 두어 개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나면 파김치가 된다.
.
.
.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묵상이고 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렇게 보내라고 주님께서 거룩하게 보내라고 만들어 주신 주님의 날은 아닌 듯한데...
뭐가 잘못 꼬였는지 모르겠다.
유대교에서 안식일에 목숨거는 이유를 알 듯도 하다...
안셀모
ME 2 입니다.. ^^;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모임과 일을 하다보니,
파김치의 날이 되었네요. ^^;
일요일은 정말 즐겁게 에너지를 충족시켜야하는데..
즐거운 반모임 후 따르는 행정적인 일이 많군요.. ^^;
(물론 다 필요한 일이지만요.)
집에 돌아와 최경주 선수도 응원해야 하고..
이겨서 다행입니다. 졸린눈으로 응원하려니.. ㅋㅋ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 푹쉬어야죠.
하느님께서 정말 오묘하게...
인간과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밤낮 구분 없이 일만 하게 만드셨으면...???
생각만해도 몸서리..으으으~~~
연중 첫주를 시작하는 날이군요...
평상으로 돌아가 차분히 일상을 정리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따뜻한 녹차 한잔....
아 그리고 최경주 짱입니다요...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