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34] ⑩ EP 4 - 교회 가지: 제 9 계명 - 고감도 사랑의 친교를 이룬다 (사례)

[EP-1234] ⑩ EP 4 - 교회 가지: 제 9 계명 - 고감도 사랑의 친교를 이룬다 (사례)

의정부교구 구리본당 친교 모범사례

▲ 구리본당은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복음적 친교 공동체를 가꿔가고 있다. 사진은 구리본당 15구역 구역 공동체 신자들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선 바자. 구리본당 제공.

의 정부교구 구리본당(주임 서춘배 신부)은 부활이나 성탄 같은 대축일이나 명절 때 그리고 새 사제 탄생과 같이 본당에 경사가 있는 날이면 성당 인근 주민들에게 부활 달걀 바구니나 떡 같은 작은 선물을 돌린다. 성당의 축제를 신자들만 축제로 지내지 않고 그 기쁨을 이웃 주민들과 나눈다는 취지에서다. 평소 성당 신자들로 불편함도 적지 않았을 텐데 참고 지내온 주민들에게 대한 고마움의 표시도 들어 있다.

 의정부교구 1지구 지구장좌인 구리본당은 이주노동자사목도 활발하다. 1년 6개월 전 교구가 출범하면서 이주노동자사목을 본격화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본당 부주임신부 1명이 아예 이주노동자사목을 전담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쓰라며 할머니들은 쌈짓돈을 모아 오고 신자들도 틈나는 대로 달려와 사무실 수리와 차량 지원 등 봉사활동을 자원해서 한다. 얼마 전에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젊은 새댁이 본당 교우 집을 친정으로 삼아 한달 이상 출산 및 산후 조리를 하고 간 적이 있다. 집 주인과 이웃 교우들이 정성껏 산모와 아이를 돌봐주었음은 물론이다.

 본당에서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노인대학을 운영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비신자가 10여명 있었으나 이제 모두가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됐다. 본당 노인대학 어르신들은 다른 것보다도 성경 말씀을 더 듣고 싶어한다고 노인대학 관계자는 전한다. 주방에서 봉사하는 아주머니 가운데는 독실한 불교 신자도 있다.
 

 ▨소공동체를 통한 친교

 소공동체가 활발한 구리본당은 별도 예비신자 교리반이 없다. 예비신자들은 매주 반모임(소공동체 모임)에서 「함께 하는 여정」이나 반모임지를 가지고 공부를 한다. 소공동체 모임 시간이 곧 예비신자 교리 시간인 셈이다. 물론 한달에 한번은 본당에서 보충 교육을 받는다. 이렇게 해서 6개월이 지나면 세례를 받는다. 이렇게 하니까 새 영세자 가운데 쉬는 신자가 없다. 소공동체 모임 자체도 더욱 진지해진다. 예비신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고 이런 것들이 소공동체 활성화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

 이런 식의 소공동체 모임은 자연 신자들간 친교와 나눔을 더욱 두텁게 해준다. 소공동체를 통해 신자들은 이웃의 아픔과 슬픔 기쁨을 함께 하며 멀리 있는 혈연보다 더욱 가까운 가족적 분위기에서 살아간다. 불이 나서 삶의 보금자리를 몽땅 잃어버렸지만 본당 신자들의 위로와 격려 물질적 도움과 기도 덕분에 더 큰 힘을 얻어 살아가는 신자 가정 가장이 세상을 떠나자 함께 했던 구역 형제들이 서로 힘을 모아 자녀를 뒷바라지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 교우들의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 아내를 먼저 하늘 나라에 보내고 이제는 사정상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지만 교우들 사랑 때문에 이사를 가지 못하고 있는 형제…. 구리본당이 2년 전부터 매년 펴내고 있는 「소공동체에 관한 교우들의 보고서」에는 이런 사연들이 가득하다.

 
 ▨친교를 위한 다른 배려들

 소공동체를 통한 친교는 기도를 통한 내적 친교와도 연결된다. 이런 내적 친교를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기도지향판과 미사지향판이다. 성당 입구 한쪽에는 신자들이 갖가지 사연과 함께 기도 지향을 써붙인 기도지향판이 있다. 이 기도지향판을 보면서 신자들은 서로 기도를 해주고 이를 통해 하나가 된다.

 미사지향판은 기도지향판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미사지향을 위해 보통 미사예물을 바치게 되는데 신자들은 미사지향으로 봉헌할 예물을 가난한 이들에게 희사하고 미사지향판에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라고 써놓으면 사제는 그 지향대로 미사를 봉헌해준다. 이를 통해 영적 기도와 물질적 나눔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본당 주일학교 운영 또한 친교를 지향하고 있다. 본당은 학년별로 주일학교 반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본당 전체를 8개 공동체로 나눠 중1부터 고2까지 한반으로 편성해 나눔 중심으로 주일학교를 운영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관계의 폭도 넓히고 핵가족 중심 가정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공동체 정신도 체험하게 된다.
 
 ▨말씀을 통한 복음적 친교를 향한 여정

 구리본당은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사랑의 친교 공동체를 가꿔가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도 많다. 다른 본당에 비해 소공동체가 활발하지만 아직도 소공동체 모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구역 반들도 있다. 신앙 안에서 말씀을 통해 복음적 친교를 나누는 공동체로 성숙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임신부는 말한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신자들이 한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게 됐다는 사실이다. 박용숙(아녜스) 여성총구역장은 아픈 사람이 있으면 함께 기도해주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이 생기면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보면 피를 나눈 혈육보다 교우들이 더 친밀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다 고 말한다. 복음적 친교를 향한 여정을 이미 걷고 있는 것이다.

이창훈 기자 changhl [at] pbc [dot] co [dot] kr
[평화신문 200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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