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파인애플 이야기 [2회] . . . [류해욱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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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국 누가 파인애플을 훔쳐 가는지 알아내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바로 제가 정원사로 고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를 불러 꾸짖었습니다.

“여보시오. 정원사 양반! 당신은 내 정원사인데
당신이 내 파인애플을 훔쳐 가면 어떻게 합니까?”

그가 말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시오?
내가 그것을 심었으니 내가 그 열매를 따먹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것이 바로 이 밀림지대의 법칙이었습니다.
누구든지 나무를 심었으면
그 나무의 열매는 심는 사람의 소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품삯을 받고 일했으니까
그 나무에 대한 소유권은 없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사고방식인데
그들은 그런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심은 나무들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요즈음 막말로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아니, 뭐라고요? 그것이 어떻게 당신 것이 됩니까?
내가 나무를 사 왔고,
당신에게 묘목을 심는 품삯으로 소금과 낚시 도구를 주지 않았소?”

그렇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그는 그것이 왜 자기 것이 아니고
왜 제 것이 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별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이 부락의 법을 몰랐으니 할 수 없소.
그래도 내가 이 묘목을 사 왔으니 이렇게 합시다.
내가 이 밭의 반을 당신에게 주겠소.
밭의 왼쪽 편 절반은 당신 것이고,
오른쪽 절반은 내 것으로 합시다.
줄로 표시를 할 테니 이제 내 것은 따가지 마시오.”

그는 알아듣고 합의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오른쪽 절반 내 파인애플도 여전히 없어졌습니다.
저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파인애플 나무를 모두 줘 버려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새로 사 와서 다시 시작해야겠어…’

다시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결국 저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이 파인애플 나무를 전부 당신에게 주겠소.
나는 다시 나무를 사서 심을 테니 전부 당신 밭으로 가져가시오.”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투완 (투완은 외국인, 외부인 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내게 품삯을 주어야 합니다.”

내가 하도 기가 막혀서 왜 그러냐고 묻자 그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방금 나에게
당신의 파인애플 나무를 옮겨 심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소?
그것은 작업이니까, 품삯을 주어야지요.”

사실 그의 말대로 그 나무는 아직까지는 제 나무였습니다.
화가 나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하루 일한 품삯은 줄 테니 전부 옮겨 심으시오.”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밭이 준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 밭을 준비하는데 드는 품삯도 주셔야 합니다.”

저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만 두시오!”

나는 파인애플 나무들을 모두 뿌리째 뽑아서
풀 더미처럼 쌓아놓았습니다.
그렇게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나무들이었지만
그들이 가져가리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밀림 밖 멀리 읍내까지 가서
파인애플 나무를 사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제가 묘목을 심을 여가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순하게 보이는 다른 원주민을 불러서 말했습니다.

“나는 이번에는 분명히 하고 싶소.
내가 당신에게 이 나무를 심는 품삯은 지불하겠소.
대신 이 나무는 내 것이고 따라서 이 나무의 열매는 내가 먹겠소.
당신이 먹는 것이 아니오. 알겠소?”

그가 말했습니다.

“그렇게는 할 수 없지요.
내가 나무를 심으면 그 나무의 열매는 당연히 내가 먹어야 합니다.”

나는 다시 말을 했습니다.

“나는 보다시피 밭을 가꿀 시간이 없고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지 않소.
그러니 제발 나를 도와주시오.
당신이 나무를 심어주는 대신 품삯을 줄 테니
열매는 내가 먹어야 하는 것이오.”

저는 분명히 하기 위해서 그럴듯한 제안을 했습니다.

“그 대신 당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드리겠소.
당신이 갖고 싶다면 이 멋진 칼을 주겠소.”

그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완이 저 멋진 칼을 주는 대신... 내? 파인애플을 자기가 먹겠단 말이지?’

곰곰이 생각하더니 드디어 그가 승낙했습니다.

그 후 저는 3년 동안 새 파인애플 나무를 심은 사람에게
우리가 한 약속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이 나무의 열매를 누가 먹게 됩니까?”
“당신입니다.”
“맞습니다. 아직도 그 칼을 가지고 있지요?”
“예.”
“잘 간수하시오.”

만약 그가 칼을 잃어버리면
나무를 심은 대가로 준 물건의 증거가 없어지게 되니까
다시 도둑질을 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계속 상기 시켜 주고
잘 간수하도록 주의를 주었습니다.

마침내 3년이 지나
다시 성탄절이 가까이 다가오는 대림시기가 되었습니다.
열매가 익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파인애플 과수원에 가서 열매가 익는 것을 바라보며 흐뭇했습니다.
저는 이제 곧 먹게 될 파인애플을 생각하며
이렇게 귀한 과일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또다시 익어가는 파인애플 열매들을 몽땅 도둑맞은 것입니다.
저는 원주민들이 내가 일하고 있는 사이에
몰래 밭에 들어가서
익은 파인애플의 위치를 알아두는 것을 보았습니다.

밤에 바로 그 위치에 가서 따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나는 다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병원 문을 다시 닫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병원 문을 그렇게 닫았던 일은
너무나 너무나 잘못한 일이었고
제가 후회를 정말 많이 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민하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 세파트, 개를 가져다 놓자!”

저는 다시 밀림 밖의 읍내로 나가
아주 건장한 독일산 세파트를 하나 구해 왔습니다.
그들은 개를 아주 무서워했습니다.
그들도 개를 키우기는 했지만
모두 비루먹은 작은 똥개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큰 개는 처음 보았고,
짖기만 해도 근처에 얼씬도 못했습니다.
이제 아무도 파인애플을 훔쳐가지 않아서
파인애플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더 깊은 밀림으로 들어가 버려서
이제 성당에도 병원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오지 않게 되자
저는 혼자 파인애플을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내가 파인애플을 먹으려고 하면 왜 이렇게 되는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사람들이 오지 않게 되자 아무에게도 전교할 수도 없었습니다.
성경을 번역하려고 열심히 뉴기니 말을 배우고 있었는데
언어를 가르쳐 주는 선생도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아...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내일 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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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솔루션이 무엇인지 기대가 되는 군요.

아직 2회분이 남았습니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근데, 마지막 반전이 맘에 안들면 어떡하지...???
안셀모

원주민의..

사고방식도 흥미롭고,
신부님의 타개책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기대가 되네요.ㅎㅎ

뉴기니는...

한국의 독자적인 외방선교회인
한국외방선교회 수사신부님들이
한국에서는 최초로 해외선교를 나간 곳입니다.
한국 있을 때 이 수도회신부님들이 집전하는 미사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고생들 많이 하시더라고요...
해외선교...많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밤...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