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6일 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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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재의 수요일-마태오 6장 1-18절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마태 6,1-¬6.16-¬18)

<나는 본래 무(無)였습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첫날인 오늘 ‘재의 수요일’이 하필 명절 연휴 첫날입니다.

오랜만에 상봉한 가족, 친지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또 잘 차려진 명절 음식 앞에서 단식, 금육한다는 것,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이런 신자들의 처지를 잘 헤아리고 계시는 주교님들이시기에, 단식과 금육에 대한 특별관면을 베풀어주시는 교구도 있더군요.

그렇다고 ‘이게 웬 떡이냐? 얼씨구나, 좋다’며 흥청망청, 지나치게 과음과식하며 오늘 하루를 지낸다면, 볼썽사나운 일이겠지요.

저희는 관면에도 불구하고 단식을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저야 몇 끼니를 굶어도 끄떡없는데, 한창 때인 우리 형제들, 밥 먹고 돌아서면 출출해지는 우리 젊은 형제들, 아침기도 끝나고 식당으로 내려가는 것이 보통인데, 바로 청소구역으로 가는 뒷모습이 굉장히 허탈한 분위기입니다.

사순시기의 중요한 이슈인 ‘단식’,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교회에서 하라니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묵묵히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단식이 추구하는 목적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헤아려본 후 단식을 해야 그게 제대로 된 단식이 아니겠습니까?

식욕은 인간의 여러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서 가장 1차적이고 직접적인 욕구입니다. 한 3일만 굶어보십시오. 우선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숨겨져 있던 동물적 본능, 야수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강제로, 또 스스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인 식욕을 통제함으로서 하나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단식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단식 투쟁을 벌이며 획득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환경 파괴 철회 촉구입니다. 부당해고의 철회입니다. 때로 건강회복을 위해 단식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단식을 통해 어떤 목적을 추구해야할까요?

나 자신의 나약함을 자각하는 일입니다. 나는 본래 무(無)였음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일입니다. 나는 그저 이 세상을 떠도는 나그네이자 이방인임을 인식하는 일입니다. 나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상기시키는 일입니다.

내가 이렇게 나약하고, 무(無)이며, 나그네이고 이방인이자,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이기에 최종적으로 의탁할 분은 하느님 아버지뿐임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이사야서 58장 4절 이하에서는 참된 단식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단식과 더불어 실제 생활도 변화되라는 것, 그리고 단식할 때는 티를 내지 마라는 것, 또 한 가지 중요한 것, 단식이 단식에만 그치지 말고 사랑의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보라, 너희는 단식한다면서 다투고 싸우며 못된 주먹질이나 하고 있다. 저 높은 곳에 너희 목소리를 들리게 하려거든 지금처럼 단식하여서는 안 된다.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단식이냐? 사람이 고행하다는 날이 이러하냐? 제 머리를 골 풀처럼 숙이고 자루 옷과 먼지를 깔고 눕는 것이냐? 너는 이것을 단식이라고, 주님이 반기는 날이라고 말하느냐?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주고 멍에 줄을 끌러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은 것이 아니겠느냐?”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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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십시오."

오늘 아침 미사에서 머리에 재를 받았습니다.
한줌의 먼지로 돌아갈 터인데...
무엇에 그리 집착을 하는가???
자유롭게 살리라...!!!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아멘.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지금 시작하려 이 조그만 일...
남에게 나를 드러내 보이려는 유혹에서 벋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주님께 청합니다. 아멘.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