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란 무엇인가? - 소공동체 전담 이상룡 요한크리소스토모 신부


소공동체란 무엇인가? - 소공동체 전담 이상룡 요한크리소스토모 신부

들어가는 말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한 교회의 당면 과제는 복음화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교회가 복음화 사업을 지속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게만 느껴지고 있다. 교회 외적으로는 급격한 도시화와 개인주의의 팽배, 공동체 정신의 결여, 심한 빈부의 격차, 농촌의 공동화 현상, 도시 빈민 지역의 확산, 윤리의식의 부재, 신영성주의의 확산 등이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교회 내적으로는 소속감의 부재, 익명화, 신앙의 미성숙, 교회의 중산층화 등의 문제들이 복음선포에 걸림돌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자신의 본질적인 사명인 복음선포를 위한 새로운 방법, 시대적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새복음화의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소공동체 활성화이다. 소공동체 운동은 복음 중심적 삶을 토대로 생활의 변화와 이웃간의 친교를 통한 초대교회 공동체의 이상적 모습을 구현함으로써, 새시대 새변화의 요청에 부응하는 교회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본 강의에서는 먼저 교회의 공동체성에 대하여 알아보고 ‘소공동체 활성화’가 대두되게 된 교회 내 외적인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소공동체에 대한 의미와 그 필요성을 심도있게 다루어 볼 것이다.

1. 교회의 공동체성

교회는 왜 공동체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그 해답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 안에서 또 그분의 행적 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 공동체의 원형인 삼위일체 하느님

“하느님은 최고의 선(善)이시며, 이 최고의 선이란 바로 사랑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사랑은 흘러넘쳐야 하기 때문에 자신 안에 폐쇄적일 수 없고 흘러 넘쳐야 하기에 상대방을 필요로 하게 된다”(빅토르의 리처드).

그러므로 한분이신 하느님(성부)은 사랑의 원리와 관계성 안에서 두 위격, 즉 성자, 성령과 일치를 이루시고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신다. 인간은 사랑 안에서 하나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피조물이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서 사랑의 관계 안에서 하느님과 일치하게 되고, 또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적 친교 안에서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로 창조되었다.

2) 인류 창조와 공동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창세 1, 26-27)라고 말씀하시면서 삼위일체의 어떤 한 위격이 아니라 세 위격의 이름으로, 그 모습을 닮은 사람을 창조하셨다. 그리고 아담을 먼저 지으신 후 그가 깊이 잠든 사이 그의 일을 거들 짝(이브)를 만들어 내셨다(창세 3, 18-21). 이것은 하느님께서 인류 창조시에도 공동체의 최소단위인 한쌍의 부부를 내시어 서로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안배하셨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이스라엘 민족과 공동체

하느님께서는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어떤 한 개인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민족 공동체를 선택하셨다. 또한 에집트 종살이에 시달리는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 시나이 산에서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으며, 외세의 끊임없는 침략과 유배생활 가운데서도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 하셨다.

4) 성가정

예수님께서는 다른 어떤 신비로운 방법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이고 평범한 방법으로 이 세상 구원의 첫 발을 내 딛으셨다. 성모 마리아, 성 요셉, 예수님께서 이루신 성가정은 공동체의 가장 기초 단위이고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정공동체의 모범이 되었다.

5) 예수님과 제자들이 이룬 소공동체

예수께서는 공생활 이후, 항상 제자들과 함께 소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심으로써 가장 완벽한 소공동체의 모범을 보여주셨다. 왜냐하면 그 소공동체는 식사, 잠자리, 재산공유, 함께 기도 함 등의 완전한 의미의 생활 공동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의 계명이 새롭게 규정되고(마태 25, 40), 공동체를 통한 기도, 기원의 효력과 당신의 존재성의 확실한 근거의 말씀(마태 18, 19-20)은 모든 이들을 공동체의 삶에로 강력하게 초대하는 것이라 하겠다.

6) 초대교회 공동체 - 소공동체의 이상

“믿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그들의 모든 것을 공동으로 내어놓고 재산과 물건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한 마음이 되어 날마다 열심히 성전에 모였으며 집집마다 돌아가며 같이 빵을 나누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먹으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이것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우러러 보게 되었다. 주께서는 구원받을 사람을 날마다 늘려 주셔서 신도의 모임이 커갔다”(사도 2, 43-47).

이 말씀 안에는 교회 공동체가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포함되어 있다. 하느님 백성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참된 공동체적 삶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1) 공동체의 사전적 의미

공동체(Community)란 자연적으로 생성된 인간의 모임의 단위를 가리키는 말로, 생활과 운명을 같이하는 소규모의 조직체를 의미한다. 그러기에 사회(Society)라는 말과는 구분해서 쓰인다. 공동체의 개념으로 묶어지는 것은 가족, 종족, 민족 등이 있으며,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러한 공동체에 귀속된다. 개인은 반드시 공동체에 속해서만이 충분히 발전할 수 있고, 자신을 완성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은 공동체 안에서 공공(公共)의 복지를 유지해야 하며 공동체를 긍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2) 공동체의 교회적 의미

성서를 통해서 교회의 관점으로 보는 공동체의 의미는 혈연, 지연, 정신적 차원의 자연적으로 귀속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회에서의 공동체는 보편주의 안에서 모든 인간이 동일 사명과 성총을 부여받은 주님의 자녀들 및 그리스도의 형제들의 공동체, 즉 그리스도 안에서 결합된 ‘몸의 지체로서의 공동체(바오로적인 그리스도 신비체사상)’를 의미한다. 따라서 교회 안에서 (인류)공동체는 하느님의 의지에 의해서 태어나고 질서 잡혀지고 지배되며, 그 목표를 향하여 이끌림을 받는 ‘인류적 가족’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2. 교회 공동체의 내․외적 상황들

1) 교회 외적 상황들

①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 : 신중심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거부하고, 인간이성과 주관을 가치판단의 척도로 삼으려 함(예: 니체“신은 죽었다”,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
② 개인주의적 상황들의 심각성 : 핵가족 제도로 변화, 무분별한 산아제한, 분배정의의 혼란, 적자생존의 원칙, 혈연, 지연 중심주의, 집단이기주의.
③ 영적인 만족 보다 (가상)현실적 만족에 치우침 : 황금만능주의, 세속주의, 전생 및 윤회설, 향락주의.
④ 불안으로부터의 도피 : 심령술, 최면, 마인드 컨트롤, 기, 단학, 풍수지리, 신비주의

2) 교회 내부적 상황들

① 교세 성장의 둔화
영세자 비율이 87년을 고비로 뒷걸음질치기 시작하여 93년에는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원교구도 2003년도까지의 5년 영세자 비율을 볼때, 점차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② 영성적 활기의 부족
냉담율, 주일미사 및 평일미사 참례 비율, 판공성사, 고해성사 참여율, 영성체자 비율, 교무금 책정, 본당 단체 활동 등등 점차적으로 소원해지는 모습이 발견됨.
③ 교회의 세속화
④ 신앙 이기주의
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지체들의 합이라는 사실이 점점더 빛을 잃고 있다. 신앙 공동체가 운명적 공동체의 성격이 있음을, 그래서 회개를 통한 공동체정신의 회복 없이는 개인과 신앙 공동체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음을 더욱 더 깊이 깨달아야 한다.
⑤ 본당의 대형화와 그에 따른 익명화
수원교구는 새영세자를 통해서 본당의 교세가 확장되는 것 보다는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이주 신자들의 증가로 도시 또는 그 근교 본당들이 대형화 되고 있다. 본당이 대형화 되면 될 수록 위의 ①-④의 상황들은 더 심각하게 대두될 수 있으며, 참된 공동체의 모습을 실현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공동체 소속감의 부재를 불러 일으켜 익명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⑥ 교회의 중산층화 및 권위주의
⑦ 가톨릭적 미신
기도 묵상, 전례상의 필요성에서 아니라 마음의 위로 내지 자신의 소원성취를 위해서 성물, 성상 등을 올바르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고상, 묵주, 성수 등을 목에 걸고 다니거나, 차에 감고 다니거나, 심지어 병이 낫는다고 마시는 행위는 부적신앙이나 하느님을 자동판매기 내지 장사꾼으로 전락시키는 과오에 떨어질 수 있다.

3. 소공동체의 개념 이해 및 특성

1) 소공동체의 개념

소공동체는 삶의 터전이 같은 신자들이 복음 안에서 함께 살아가며 신앙의 빛을 서로에게 비추고 각자의 신앙을 정화하고 북돋우며, 복음의 빛을 지역 사회에 비추고 활동함으로서 세상을 쇄신하는 복음화 운동의 주체이다. 소공동체는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작은 교회이다.
초대 교회의 모습은 자주 신자들의 “집에서 모이는 교회”(로마 16, 5 ; 1고린 16, 19)였고, 예수님께서는 “단 두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이는 곳에 계신다”(마태 18, 20)라고 하셨다. 따라서 단 두세 사람이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집에 모이는” 공동체는 ‘교회’, 즉 ‘작은 교회’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소공동체는 10-15가구로 구성된 작은 교회이다.

② 함께하는 교회이다.
교회는 성직자나 소수의 평신도가 움직이는 교회가 아니라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이가 참여하는 교회이다. 소공동체 구성원의 자격은 연령, 성별, 직업에 관계없이 함께 복음을 나누고 함께 활동하고 함께 복음을 선포할 뜻이 있는 이들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한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는 평신도 사도직을 강조하였다. 즉 교회에 맡겨진 복음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평신도 고유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임을 지적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는 함께하는 교회를 이루어나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2) 소공동체의 요소 및 특성

① 구성원들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모인다.
소공동체는 신자들의 삶의 현장에서 돌아가면서 모이는 것이 특징이다. 매번 구성원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모인다.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② 복음 나누기를 한다.
모임은 항상 복음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소공동체 모임 안에 항상 부활하신 주님을 초대하고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나눔으로서 말씀을 통해서 주님의 현존을 깨닫고 부활하신 주님을 믿으며 그분께로부터 힘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말씀을 중심으로 모일 때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게 되고 신앙이 심화, 쇄신되며 자신의 복음화 뿐 만이 아니라 세상의 복음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복음 나누기 방법에는 복음나누기 7단계, 공동응답, 복음 그림나누기, 아모스 방법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③ 활동을 한다.
“행동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야고 2, 26)이므로 복음 나누기를 통해서 나눈 신앙은 활동으로 증거 되어야 한다. 즉 자신들 안에 살아 계시는 그리스도를 증거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공동체를 통하여 성장하는 신앙인들은 개인적인 신앙 차원을 넘어, 이웃과 교회 공동체,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보다 구체적인 신앙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즉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봉사활동, 선교활동, 성화활동을 함으로써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④ 보편교회와 일치한다.
소공동체는 보편교회와 일치하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모임이라도 보편교회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교회가 지향하는 소공동체라고 볼 수 없다. 본당과 일치하고 교구와 일치하며 보편교회와 일치하여야 한다. 즉 동일한 전례 및 성찬 전례에 참여하고 동일한 복음을 읽으며 동일한 성사에 참여하여 하느님 백성 전체 안에서 서로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

4. 소공동체의 필요성

소공동체의 필요성을 찾는다면 한 마디로 ‘공동체란 바로 교회이며 볼 수 있는 구원의 성사가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소공동체는 ‘교회의 교회 됨’을 지향한다. 즉, 소공동체는 단순히 제도적 차원의 행정 구역 단위가 아니라, 그 자체가 곧 교회요, 보다 큰 교회가 설 마당이 된다. 따라서 소공동체는 하나의 작은 교회(로마 16, 5; 1고린 16, 19; 골로 4, 16 참조)이면서 보다 큰 교회인 본당 공동체에 참여하게 된다.

1) 소공동체는 교회의 원형이다.

초대교회는 소공동체를 통해서 신자들이 예수님을 중심으로 섬김과 나눔, 그리고 친교가 이루어졌다. 소공동체는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교회 모습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현재의 본당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지만 대형화, 익명화로 인하여 교회 본연의 복음화 사명을 유연하게 수행하기가 어렵기에, 초대교회 공동체 안에서 현대의 이상적인 공동체 상을 찾아야 한다.

2) 현대 사회에 가장 적합한 복음화의 방법은 소공동체이다.

대형화, 익명화,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힘 있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공동체는 소공동체이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비 그리스도인을 교회로 데려와 세례를 받게 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복음의 빛으로 재복음화, 새복음화, 사회복음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에 세상 전체를 복음화 시키는 데는 소공동체가 가장 복음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적합한 방법이다.

3) 평신도 양성의 장으로서 소공동체는 필요하다.

현대사회의 특징은 평신도들의 활동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신도들이 영적으로 성숙하여 자신이 가진 재능과 능력을 그리스도의 정신 안에서, 그리고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소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인 성숙을 기하고, 가진 것(영적으로 성숙하여 자신이 가진 재능과 능력)을 다 내어 놓을 수 있는 좋은 장이 된다.

나오는 말

교회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복음적 중심을 잃지 않은 채, 자신을 변화시켜 나아가야 한다. 소공동체 운동은 현시대의 요청에 가장 적합한 교회적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소공동체는 둘이나 셋이 모인 공동체 안에 현존하시며, 말씀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서로 이웃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체험하며 그 체험을 나누고, 나눈 것을 함께 실천하는 ‘하나의 교회’라는 것을 명심하자.

“소공동체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공번되며,
사도적인 교회가, 가장 지역적으로 육화된 것이다.”
- 동아프리카 주교회의 선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