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품으로 안아주기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고아원에서 3주일간 봉사활동을 할 때였다. 봉사 첫날, 내가 고아원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달려오더니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면서 배고프다는 시늉을 했다. 무작정 돈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뒤 서투른 탄자니아어로 내 소개를 마치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때 초등학교 3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황급히 뛰어와 내 손을 덥석 잡고는 “돈 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 손을 양손으로 꼭 부여잡고 눈을 마주쳤다. 뜻밖의 행동에 당황했는지 아이는 얼른 손을 빼고 저만치 달아나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다음 날 아이는 또다시 다가와서 “돈 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아이를 부둥켜 안았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냥 안아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도 내게 달려온 아니는 돈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고 그냥 내 품에 안겼다. 그러자 주위 아이들도 서로 내 몸을 먼저 감싸 안으려고 했다. 그런 경쟁이 재미있는지 아이들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며칠 뒤 새로운 아이가 고아원으로 왔다. 그 소년은 나를 보자마자 “돈 주세요”라고 말했다. 또다시 어찌해야 할지 몰라 서 있는데 한 소년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너 그러면 안 돼! 이분은 선생님이야. 그런 말 하지마!”
그렇게 다그치고 새 친구를 꼭 안아 주는 게 아닌가! 가슴이 울컥했다. 그 녀석은 내가 고아원에 도착한 첫날 제일 먼저 달려와 돈 달라고 떼를 썼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을 먼저 안아 주고 있다니....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품이 필요했다.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아무 말 없이 아이들을 꼭 안아 주자.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사랑을 느끼고, 서로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이안나, '좋은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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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050176(1).jpg | 62.15 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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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다이도르핀 이야기
형제님이 올려주신, 그림도, 내용도, 감동적입니다. 재밋고 웃긴 글과 진한 감동을 주는 글이 주는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 얼마 전 읽은 글을 올려봅니다.
'야곱의 우물' 잡지책 3월에 나오는 안영이란 교우님이 쓰신 글 '다이도르핀 이야기' 중에 나온 것입니다.
저는 웹관리를 하면서 교우님들이 올려주시는 글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받고 있는데, 그것이 몸속에 다이도르핀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간혹 병원에서도 포기한 말기암환자가 회복된 기적같은 사실을 접하고도 그저 정신과 몸이 연결되어 어떤 좋은 작용을 한 것으로만 치부했는데, 그 환자는 치료중 감동을 많이 받아 엔돌핀이나 다이도르핀이란 호르몬이 분비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 ** 제가 검색을 해보니 아직 다이도르핀에 대한 확실한 의학정보는 접하지 못했습니다. Dynorphin(다이놀핀 or 다이노르핀)이란 말도 있구요. 의학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호르몬은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