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3월 20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3월 20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 요한 13,1-15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만찬 때의 일이다. 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하여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자 베드로가, “주님,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래도 베드로가 예수님께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 하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넘길 자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 겉옷을 입으시고 다시 식탁에 앉으셔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 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요한 13,1-15)
<성 목요일에 체험하는 은혜 한 가지>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또 다시 성목요일입니다. 오늘은 저희 사제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사제들의 생일’과도 비슷합니다. 오전에는 교구 내 모든 사제들이 주교님을 중심으로 주교좌성당에 모입니다.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지요.
미사 중에 사제들은 서품식 때 발했던 독신서약과 순명서약을 다시 한 번 갱신합니다. 주님의 사제로 새롭게 태어났던 그 은혜로운 기억을 되살립니다.
더불어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이 수행했던 사제직분을 돌아봅니다. 부족함을 주님께 용서청하며 다시금 자신을 추스릅니다. 그리고 주교님들께서는 사제들의 생일을 맞아 한 턱 내십니다.
해가 떨어지고 나면 치러야할 또 다른 큰 행사가 남아있습니다. 주님 만찬 저녁 미사입니다. 사제들은 미사 가운데 세족례를 거행합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의 발을 씻어주셨음을 기억하며 사제들 역시 신자들의 발을 씻어줍니다.
세족례를 거행할 때 마다 제 개인적으로 생생하게 체험하는 은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신자들의 발에 물을 부을 때 마다 저는 이천년 전 한없이 겸손했던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져보는 느낌을 갖습니다. 신자들의 발을 수건으로 닦아줄 때 마다 부족한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제게 전해져오곤 합니다.
또 다시 성목요일을 기다리며 사제직의 본질을 생각합니다. 사제직은 결국 봉사직이라는 것을 기억하겠습니다. 사제직은 올라가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데 의의가 있음을 상기하겠습니다. 은총의 성목요일, 다시 한 번 봉사하는 사목자, 내려가는 사목자, 겸손한 사목자로 되돌아갈 것을 다짐해봅니다.
모든 사목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참 사목자 한분이 계십니다. 안타깝게도 그분은 지난해 10월, 5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철저한 나눔과 봉사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각막과 신장, 간장, 심 판막과 연골 등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웃과 나누면서 떠나가셨습니다.
가난한 시골마을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삶 자체로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잘 보여주고 떠나가신 목사님의 삶과 죽음은 성목요일을 지내는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다음은 전생수 목사님이 남기신 유언입니다. 오늘 하루 제 삶의 이정표로 삼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까지 주변인으로 살게 된 것을 감사하고
모아놓은 재산 하나 없는 것을 감사하고
목회를 하면서 호의호식하지 않으면서도 모자라지 않게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이 땅에서 다른 무슨 배경 하나 없이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얻을 것도 없고 더 누릴 것도 없다는 것에 또한 감사하노라.
사람들의 탐욕은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치솟고
사람들의 욕망은 멈출 줄 모르고 내달리며
세상의 마음은 흉흉하기 그지없는 때에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노라.”
(전생수, ‘더 얻을 것도 더 누릴 것도 없는 삶’, kmc 참조)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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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음 묵상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제 나름대로 감동스러웠던 "발 닦음 예식"을 경험했던 적이 있습니다.
발 닦음 대상자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발 닦음 예식 순서가 되자 주임 신부님이 이르시기를
"오늘 발 닦음 예식에는 대상자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아무나 나오시면 됩니다. 우리 신부님 3 분과 수녀님 2분이 정성껏 발을 닦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5군데에 큰 세수대야, 비누 그리고 엄청남 양의 수건이 준비되고 신부님들은 제의를 벗고, 수녀님들은 앞 치마를 두르고 손님을 기다렸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선뜻 나서는 신자가 없었습니다. 손님이 없자 주임 신부님이 마이크를 잡고 다시 나올 것을 재촉하자 할머니 몇분이 쭈뼛쭈뼛 나오셨습니다.
아 그런데, 장난 아니게 발을 닦기 사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쪽 발을 양말을 모두 벋기고, 세수대야에 두 발을 완전히 담그게 한 다음 비누로 발을 뽀동뽀동 씻고, 정성껏 비눗기가 하나도 없도록 헹구고, 다시 정성을 다하여 물기를 하나도 없도록 닦고 손수 양말을 신겨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러니 이제 너나 없이 나와서 줄을 섰습니다. 어린이들까지요.
복사들은 커다란 주전자로 물퍼다 나르기에 정신 없고, 봉사하시는 분들이 수건 더 챙겨오느라 분주했습니다. 다섯 군데서 부산하게, 그리고 웃음 가득하게 한참을...지원자가 한 사람도 없을 때까지...엄청 시간이 걸렸습니다. 신부님 수녀님 모두가 얼굴에는 땀이 흘려 내렸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불평하는 신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가슴 벅찬 감동을 안고, 정말 예수님이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라고 복음이 전하는 전심을 다하는 그 섬김의 모습을 가슴으로 느끼며 이어지는 주님 만찬미사를 마음 다해 정성껏 드릴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 커다란 감동이었습니다. 그후 성목요일 주님 만찬미사 때마다 그 때의 그 감동적인 장면을 떠 올리면서 발 닦음 예식을 통하여 주님이 주시는 메세지를 되새깁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오늘 주님 만찬미사, 드리고 수난감실 성체조배를 통하여 주님께서 내 안에 온전히 부활하실 수 있도록 깨어 있는 삶으로 이끌어 주실 것을 주님께 간구하자. 아멘.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