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4월 5일 부활 제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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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부활 제2주간 토요일 - 요한 6,16-21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은 호수로 내려가서,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 카파르나움으로 떠났다. 이미 어두워졌는데도 예수님께서는 아직 그들에게 가지 않으셨다. 그때에 큰 바람이 불어 호수에 물결이 높게 일었다. 그들이 배를 스물다섯이나 서른 스타디온쯤 저어 갔을 때,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어 배에 가까이 오시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들이려고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 (요한 6,16-21)


<하느님의 선물, 두려움>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인간은 ‘참 다양한 유형의 두려움에 휩싸여 살아가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슬슬 강도를 더해가는 나 자신의 소멸에 대한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사별에 대한 두려움, 끔찍한 병고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언젠가 나이를 더 먹고 나면 어김없이 다가오게 될 노화, 고독, 소외감에 대한 두려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삶의 무대 뒤로 물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저 역시 나이 탓인지, 아니면 계절 탓인지 시도 때도 없이 막연한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살다가 갑자기 하느님께서 부르시면 어쩌지?’하는 느낌과 함께 다가오는 두려움, ‘나이는 점점 먹어가는 데, 인생 헛살았구나’ 하는 자책감에서 오는 두려움, 때로 충만한 행복함을 느낄 때조차도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하는 느낌의 두려움...

다양한 형태의 두려움이 밀물과 썰물처럼 교차하는 것이 우리네 삶인가 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두려움은 우리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도와줍니다. 두려움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합니다. 결국 두려움으로 인해 우리는 안전한 삶을 살아갑니다. 이렇게 본다면 두려움을 우리에게 허락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두려움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큰 선물입니다.

두려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다 느끼는 자연스런 감정이며 인생에 유용한 감정이 분명합니다. 두려움으로 인해 우리 삶은 강건해집니다. 두려움으로 인해 우리는 하느님께로 나아갑니다. 따라서 두려움은 우리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용감한 사람이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려움을 제대로 응시하고, 적절히 대응해나가며, 적당히 조율해나갈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어김없이 다양한 유형의 두려움이 다가옵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 두려움에 대응해나가는 방법은 세상 사람들과 약간 달라야만 합니다.

우리를 두려움 앞에 당당히 맞서게 하는 든든한 산성이자 보루, 의지처는 당연히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과 함께 함으로 인해 우리는 그 어떤 두려움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한 배를 탔다는 인식으로 인해 우리는 그 어떤 세상의 풍랑 앞에서도 두렵지 않습니다.

인생이란 여행길에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오직 한 분, 하느님뿐이십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최종적인 두려움의 대상이십니다. 그분 사랑의 손길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두려운 일은 없습니다. 그분 자비의 품 밖으로 벗어나는 것처럼 두려운 일은 세상에 다시 또 없습니다. 하느님과 비교할 때 다른 모든 두려움의 대상들은 시시해져 버립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 이외에 그 어떤 대상으로부터도 두려움을 느끼지 말아야겠습니다. 그 어떤 두려움의 대상으로부터도 지배받는 삶을 살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실 하느님 외에 우리가 두려워할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앙인들 역시 두려움 앞에 힘겨워 합니다. 신앙인 역시 어쩔 수 없는 한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두려움을 물리치는 가장 좋은 방책은 굳건한 신앙입니다. 하느님께 향한 온전한 신뢰심입니다. 철옹성 같은 믿음입니다. 믿음이 우리 삶 안에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는 순간 두려움으로 인해 발생한 불안감, 초조함, 공포심이 조금씩 물러나 앉게 됩니다. 그러한 요소들이 물러난 자리에 희망, 용기, 담대함, 확신과도 같은 긍정적인 느낌들이 자리를 잡게 되지요.

이런 이유로 우리의 믿음은 항구해야 합니다. 오늘은 믿음이 강건했다가 내일은 꺼진 숯불처럼 사라지는 그런 믿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는 믿음, 나날이 튼튼해지는 믿음, 강인해지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믿음은 마치 근육과도 같아서 자주, 지속적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매일 반복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하고, 발달시켜줘야 하고, 트레이닝을 시켜줘야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주님 위로의 말씀에 따라 우리의 모든 근심, 두려움을 그분께 맡겨드리길 바랍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편안하기를 바라십니다. 걱정하기보다는 주님께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기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두려움 대신 믿음을 선택한 우리를 축복하시고,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은혜로운 사랑의 역사를 계속해나가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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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가끔 몸이 허해져..

무서운 가위에 눌리곤 합니다. 그럴 때, "두려워하지 마라"란 말씀을 되새기면, 가위의 공포도 사라집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신부님 말씀대로, 두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두려움(경외심)을 가져야할 분은 오직 한분, '하느님' 이란 사실이 힘이 많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