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008년 4월 19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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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9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 - 요한 1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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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나 스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시도록 하겠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요한 14,7-14)


<연보랏빛 자운영이 펼쳐진 들판에 서서>

논두렁이나 들녘에 만개한 자운영 군락을 만난 적이 있으십니까? 들판을 가득 메운 자운영 꽃무리가 보라색 구름 같다고 해서 자운영이라고 한다든가요.

언젠가 들녘을 걷다가 발견한 한 폭의 수채화는 다름 아닌 자운영 군락이었습니다. 아득하게 펼쳐진 자운영 꽃무리의 아름다운 자태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만 보았습니다.

온천지에 흩뿌려진 연보랏빛 작은 꽃들... 땅을 갈아엎기 전 논이나 풀밭을 가득 채운 연보라색 자운영 꽃이 요즘 남녘지방에서 각광받는 눈요기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한답니다.

저는 최근에야 이 자운영이 농사에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운영은 뿌리혹박테리아가 있는 콩과의 식물입니다. 그래서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빨아들여 스스로 질소 비료를 만든답니다. 겨우내 심어뒀다가 봄에 갈아엎어 버리면 따로 비료를 줄 필요가 없지요. 자운영 꽃밭은 파종기에 갈아엎어져 그 자리에서 거름으로 돌아갑니다.

그 어여쁜 자태를 기꺼이 포기함을 통해 자운영 군락은 대지를 비옥하게 만듭니다. 그 대지에서는 또 다른 찬란한 생명이 태어나게 됩니다.

태생적으로 자운영은 정녕 슬픈 식물입니다. 아름답게 꽃을 피우지만 잠시뿐입니다. 기껏 꽃피우지만 아무소리 없이 갈아엎어집니다. 채 피어나지 못한 그 고운 꽃들이 땅속에 파묻힙니다. 또 다른 탄생을 위해 기꺼이 꽃이기를 포기합니다.

자운영의 화려한 자태를 바라보며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시다가 짧은 생애를 마감하신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우리 부족한 죄인들을 위해 기꺼이 땅에 묻히신 그분의 희생을 기억합니다. 그분의 자기 낮춤과 헌신으로 인해 들녘 가득 보랏빛 구름처럼 피어난 우리이기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리 꽃다운 나이에 자운영 꽃처럼 자신을 희생시킨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의 온 생애는 오로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일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그분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오늘 우리가 아버지께 구할 기도 역시 이런 것입니다. 우리의 생애 전체를 통해서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해 달라는 기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린다는 것은 내 안에 ‘나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를 확장시켜나가는 일입니다. 우리 공동체 안에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실천해나가는 일입니다. 세상 안에, 가난한 이웃들 안에 현존해 계시는 아버지를 극진히 섬기는 일입니다.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 주시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착각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분께서 들어주시겠다는 것은 나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워주시겠다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다분히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시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하느님 나라 확장을 위한 기도, 성공적인 복음 선포를 위한 기도, 상호 화해와 일치의 촉구를 위한 기도, 전쟁의 종식을 위한 기도, 상호 배려와 용서를 위한 기도들은 하느님께서 틀림없이 들어주실 기도입니다.

오늘 우리가 드리는 기도가 보다 영적인 기도, 보다 복음적인 기도, 세상과 이웃을 위한 기도, 결국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셨던 기도로 승화되어나가길 기원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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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복음말씀과 자운영의 신비

가끔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면,
그 일로 인해 내 이름 석자가 드러나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 것 같습니다.

나아가 나보다 일을 열심히 덜하는 주위 사람을 보면,
괜시리 짜증나고, 은근히 신앙인의 자질 탓을 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운영이란 식물에 대해 처음 들었는데,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의 삶(생태계)을 통해 보여주는
하느님의 걸작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이 드러나기 보다는 그 분의 말씀과 뜻이 드러나게 하여,
공동체가 무럭무럭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같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묵상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냥 때 맞추어...

피었다 지는 들꽃일 뿐인데...
그 들꽃에서 자기 죽임의 영성을 볼 수 있는
신부님의 신앙의 눈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무엇을 보고 듣더라도
신앙의 눈으로 보고
산앙의 귀로 듣고
신앙의 마음으로 새길 수 있도록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