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 탐방

한국 소공동체의 성공한사례중 흥미로운 글를 올립니다.

포항 죽도본당 소공동체 탐방

구역중심 레지오 재편이 성공열쇠

포항 죽도본당 소공동체 모임은 2000년 2월 박성대 주임신부가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제 궤도를 찾기 시작했다. 역시 사목자의 관심과 추진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신부가 부임할 당시 죽도본당은 레지오 마리애와 소공동체 운동이 크게 두 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말이 두 축이지 막강한 레지오 군단의 기세(?)에 눌린 소공동체 모임은 항상 두번째였을 뿐이었고 겉돌기 일쑤였다.

모든 본당 행사가 레지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레지오 주회와 소공동체 모임이 겹치면 당연히 레지오가 우선이었고, 심지어 미사에는 참례하지 않으면서 레지오에는 열심인 신자들도 눈에 띄었다.

더구나 레지오에 가입하지 않은 신자나 전입자들의 경우에는 주일미사에만 왔다 갔다하는 ’나홀로 신자’가 많았다. 이들은 당연히 본당 행사나 공동체에서 소외되기 마련이었고, 냉담의 길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박신부의 고민은 시작됐다. 레지오도 살리고 소동체도 살리는, 나아가 ’나홀로 신자’들도 끌어안을 수 있는 묘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즉 두 마리, 세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하는 고민이었다.

실마리는 교육에서 찾기 시작했다.

"본당이 대형화 되면서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졌다. 하느님이 외톨박이가 아니었듯이 우리도 혼자여서는 안된다. 함께 할 줄 모르는 신앙은 신앙이 아니다.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나홀로 신앙’을 탈피해야한다. …"

"레지오를 위한 레지오가 되어서는 안된다. 레지오도 여러 신심단체와 마찬가지로 교회를 위해 있을 뿐이므로 ’소공동체 활성화’라는 본당 사목방침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레지오 중심적인 사고는 버려야한다. 본당의 축은 소공동체라야 하지 레지오가 될수 없다. 단 레지오가 앞장서서 소공동체 정착을 이끌어야 한다. 소공동체가 잘되어도 레지오 탓이고, 못되어도 레지오 탓이다. …"

마침내 지난해 말 기존의 여성 레지오를 해체하고 구역중심으로 재편했다. 신자들의 저항이 만만찮았다. "그럴수 있냐"며 울면서 원망하는 신자도 있었고, "시어머니와 함께 어떻게 레지오를 해요"라며 난감해하는 신자도 있었다. 심지어 동료 사제들 조차 "극약 처방"이라며 우려했다.

그러나 박성대 신부는 굽히지 않았다. "시어머니와 함께 기도할 수 없는 레지오는 필요없다"며 1~2개 반을 묶어 레지오를 새로 구성하도록 강력하게 밀고 나갔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죽도본당의 소공동체 운동 현황은 어떨까? 물론 정착 단계로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소공동체를 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성숙되고 신자들의 의식변화가 뚜렷해진 것 만은 사실이다.

21개 구역에 71개 반으로 외형적인 성장도 대단하다. 한때 103개 반까지 있었으나 본당이 분가되면서 줄어든 것이다. 매주 화요일 반모임 참석률도 50%대에 육박하고 있다. 당연히 본당의 모든 행사는 구역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다.

전례봉사에서부터 각종 교육이나 체육대회에 이르기까지, 무료급식소 ’요안나의 집’ 급식이나 노인대학 점심 봉사도 구역중심이다. 초상이 나도 구역내에서 일손을 돕고 성지순례를 가도 구역단위로 함께 한다.

간간히 동네 청소도 나서고, 전입신자 방문도 반에서 할 일이다. 선교활동도 레지오 중심에서 구역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지역 내 가난하고 소외 받은 이웃들을 돌보는 ’재가복지활동’도 준비중이다. 소공동체를 통해 명실공히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의 모습을 구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소공동체 모임이 활기를 띠게 되기까지는 주임신부의 의지와 교육 그리고 추진력이 크게 작용했지만 몸소 뛰어다닌 부지런함도 큰 힘이 됐다. 지난해까지는 매주 반미사를 드려오다 올해부터는 2명의 보좌신부와 수녀들이 흩어져 반모임에 꼬박 꼬박 참석, 반원들의 열의를 북돋우고 있다.

또한 반모임 일지를 일일이 읽어보고 결재를 하고 있다. 일지를 통해 신자들의 건의사항을 직접 챙기고, 도움이 될 말들을 적어 돌려주고 있다.

실제 반모임을 하는데 있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인 ’복음나누기’. 여기에 맛들이게 하는 방법도 독특했다. 사순절과 대림절 9일기도를 반별로 하도록 한 것. 따라서 9일동안 집중적으로 복음나누기를 하다보니 실력(?)도 쑥쑥 자라고 맛도 들이게 됐다. 우려했던 고부간의 갈등이 오히려 풀어지고 응어리졌던 이웃간의 오해도 해소되는 생각지 못한 현상도 목격하게 됐다. 무엇보다 신앙생활의 기쁨을 찾는 신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레지오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타격이 없을 수는 없었다. 약 800명이나 되던 단원들이 구역중심으로 재편되고 나서는 600여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구역중심의 레지오가 되다보니 20~30%나 되는 본당 관할 지역 밖의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지역 본당으로 교적을 옮겨가게 된 원인도 있다. 실제 레지오 단원의 감소는 크지 않았다는 말이다.

박성대 신부는 "조만간 남성 레지오도 구역중심으로 재편, 소공동체를 완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진말 - 죽도본당 주임 박성대 신부는 소공동체 정착에는 사목자의 관심, 레지오 단원의 인식전환, 신자들의 의식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우방 2구역 5반’ 반모임. 참석률이 70%에 이르고 남성 신자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다.

<신정식> tomas [at] catholictimes [dot] org

댓글

감사합니다 형제님..

좋은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레지오 마리애 단체에 대해 잘은 모릅니다만,
다른 단체에 비해 조직적 응집력이 강한 신심단체인
레지오 마리애가 주축이 되어 소공동체가 활성화된 사례가 많은 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