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릴 때와 거둘 때..... - 옮긴글 -

찬미 예수님

뿌릴 때와 거둘 때

시골에 와서 작은 텃밭을 가꾸며 살다보니 여러 가지를 새롭게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이 많다. 그중에서도 ‘씨를 뿌릴 때와 거둘 때가 있다.’는 말이
너무도 실감나게 체험할 때가 있다.
농사 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일에는 시작할 때와 끝맺을 때가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우리는 그때를 종종 놓쳐 낭패를 볼 때가 많다.

콩, 팥 또는 녹두 등은 7월말이나 8월 초에 심어야 되는데 일찍 심으면 잎만
무성하여 결실을 제대로 맺지 못하고 비바람에 쓸어져 망치기 일쑤다.
참깨를 비롯해 모든 작물들은 제때에 수확하지 않으면 열매가 터져 버려
수확할 것이 없다. 그래서 때를 노치지 말고 제때 거두어야 한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절기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절기를 알고 여러 작물들의 특성을 알아야 심을 때와 거둘 때를 알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농부가 되는 것이다.

고희(古稀)를 지나고 인생 황혼에 이르고 보니, 그동안 살아오면서
‘뿌릴 때와 거둘 때’를 알아 제대로 인생 농사를 지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모든 것을 거의 거두어들일 때인데 무엇을 수확해 놓은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의 허무함도 느끼게 될 때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인생을 헛살아온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여러 어려움들을 이기고 이만큼 살아왔으면 됐다 싶기도 하다.
지나온 삶을 후회할 필요는 없고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인생을 정리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고희가 지났으니 ‘뿌릴 때’는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지만도 아닌 것 같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을 뿌려야 할 때인 것 같다.
인생말년에 무엇을 뿌리고 언제 그 뿌린 것을 거두어들인단 말인가?
이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생전에 거두어들이지 못한다면 후손이 거두어들이도록 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 고희가 넘은 나이에도 뿌릴 가치 있는 씨가 있느냐는 것이다.
찾아보면 분명 있을 것이다.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후손들을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한 씨가 있다.
그 씨를 심어 가는 날까지 잘 가꾸어 놓으면 인생이 결코 실패한 삶이 아니라
성공한 삶이 될 수 있는 씨가 반드시 있으리라. 물론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리라.

어떤 이는 자신의 쾌락에만 빠져 살아왔다면 ‘봉사의 씨’를 뿌리면 될 것이고,
또 돈 버는 일에만 집착하여 인색하게 살아왔다면 ‘나눔의 씨’를 뿌리면 될 것이고,
미움과 불화 가운데 살아온 사람이라면 ‘사랑의 씨’를, 교만했던 이는 ‘겸손의 씨’를
뿌리면 되지 않을까?

항상 찌푸리고 거친 말만 했다면 ‘웃음과 고운 말의 씨’를 뿌리면 인생이 새롭게
변화하면서 행복한 삶을 가는 날까지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처럼 좋고 가치 있는 씨를 뿌리고 가꾸어 놓으면 반드시 후손들이 잘 거두어들이고
삶의 지표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때가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란
말도 있으니 포기하지 말아야 하리라.

내가 뿌려야 할 씨는 무엇일까? 내 인생에서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것을 찾아 뿌리고 심어 가꾸어야겠다. 나의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서.

2008. 8. 27- 옮긴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