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9/10 연중 제23주간 수요일…양승국 신부님
9월10일 연중 제23주간 수요일-루카 6,20-26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제자들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너희는 배부르게 될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면, 그리고 사람의 아들 때문에 너희를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그날에 기뻐하고 뛰놀아라. 보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그들의 조상들도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 너희는 이미 위로를 받았다. 불행하여라, 너희 지금 배부른 사람들! 너희는 굶주리게 될 것이다.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사람들! 너희는 슬퍼하며 울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 사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 (루카 6,20-26)
<착한 죽음의 연습>
저희 수도회 오랜 전통 가운데 ‘착한 죽음의 연습’이란 것이 있습니다. 돈보스코 성인께서 당신이 설립한 아이들의 기숙사에서 행해지던 행사였습니다. 저희 집 같은 양성공동체에서는 아직도 그 좋은 습관이 남아있지요.
‘착한 죽음의 연습이란’ 뭔가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피정을 한번 하는 것입니다. 월말이 다가오면, 월례피정을 하면서 피정과 동시에 자신의 생활공간과 주변을 깨끗이 한번 정리정돈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불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공동체 앞에 내어놓습니다. 언제 죽더라도 잘 정돈된 모습으로 떠날 수 있도록 외적, 내적인 준비를 한 달에 한번 실시하는 것이지요.
최근 새 학기를 맞이한 저희 공동체에서도 ‘착한 죽음의 연습’을 실시했습니다. 사용하는 침실도 바꾸었습니다. 저도 형제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 침실을 바꾸었습니다.
침실을 바꾸기 위해 바리바리 짐을 싸는 형제들, 그 짐을 옮기느라 낑낑대는 형제들을 저는 그냥 두지 못합니다. 인정사정없이 혼냅니다.
“수도자가 무슨 짐이 그렇게 많으냐? 달랑 가방 두 개만 양손에 들고 갈 수 있어야지”
그러면서 저는 보란 듯이 폼을 잡지요. 몇 벌 안 되는 옷가지만 이불에 뚤뚤 말아서 어깨에 메고 단 한 번에 침실을 비워버립니다.
뭐든지 모으기 시작하면, 거기에 마음이 쏠립니다. 그중에는 반드시 애착이 가는 값진 물건도 있겠지요. 그러니 당연히 문단속도 잘 해야 합니다. 어디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언제부턴가 새로운 것은 절대로 사지 않고, 모으지도 않고 늘 정리하며 살아가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 없습니다. 침실을 바꿀 때, 공동체를 바꿀 때, 그렇게 간단할 수 없습니다. 침실 문을, 사무실 문을 언제든지 활짝 열어놓고 살아갑니다.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진정 실감하며 삽니다.
하느님 나라가 약속된 ‘가난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겠는지 생각해봅니다.
시편에서는 인간의 능력만을 절대적으로 생각하며 하느님은 뒷전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만 신뢰하고 그분께 삶의 마지막 희망을 두는 사람을 가난한 사람으로 표현했습니다. 인간 존재의 나약함과 한계를 잘 인식하고 있기에, 하느님만을 믿고 그분께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가난한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자신이 소유한 재산이나 물건, 사람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그 집착 때문에 그 사람 안에는 하느님께서 자리할 여유가 도무지 없습니다. 매일 그 소유로 인해 부대낍니다. 마음이 흔들립니다. 영혼이 안정되지 못합니다. 신앙생활도 어렵습니다.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상 천국 체험은 요원합니다.
매일 버리는 사람들, 매일 떠나는 사람들, 매일 정리하는 사람들, 매일 어제와 결별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은 지상에서의 하느님 체험입니다. 잔잔한 호숫가에 서있는 듯한 감미로운 평화가 친구처럼 찾아올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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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정말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아주 풍족합니다.
그러나 가난하다고, 그래서 불행하다고 느끼면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많거나 적거나간에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말씀일까요?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현재에 만족하자.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