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9/26 연중 제25주간 금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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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 루카 9,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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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분께서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 한 분이 다시 살아나셨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시자, 베드로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분부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고 이르셨다. (루카 9,18-22)


<주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요즘 저는 복음서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강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 강좌 때 마다 한 인물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돌아보니 꽤 많은 인물들을 소개했습니다. 성모님, 양부 요셉, 세례자 요한, 바오로 사도, 막달라 여자 마리아, 베타니아의 마리아, 세리 마태오, 세관장 자캐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바로 베드로 사도였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분이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알다가도 모를 분이었습니다. 계속 파고들어보니 정말 존경스런 분이었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런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장 존경하는 성서 상 인물이 되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으로부터 수제자 직분을 부여받으셨습니다. 제자공동체의 으뜸이 되셨고, 사도교회의 수장이 되셨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되신 것입니다.

이런 베드로 사도와 관련해서 복음사가들이 보여준 모습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제자중의 제자였던 베드로 사도, 교회의 최고 지도자였던 베드로 사도의 실수나 나약함, 인간적 부족함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와 관련한 기사들 살펴보니 수치스런 기록들이 꽤 많았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는 등 예수님께 신랄하게 혼나는 장면, 책임지지 못할 말들을 내쏟다가 주어 담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 최종적으로 스승을 세 번이나 배반하는 모습 등등.

복음사가들은 왜 그런 부분을 좀 감싸주지 않고 신랄하게 보고하고 있는 것일까요?

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참으로 의미 있는 묵상주제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제자란 어떤 사람입니까? 수도자란 누구입니까? 사제는 무엇 하는 사람입니까?

그 신분이 단 한 번에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베드로 사도는 온 몸으로 말해주고 계십니다. 자신의 신원을 매일 새롭게 선택해야하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이요, 제자요, 수도자요, 사제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한 때 ‘반석’, ‘바위’라고 부르시기도 했지만, 다른 때 ‘사탄’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존재’라고 부르시기도 했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가장 믿을만한 반석에서 배신자, 사탄으로 넘어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이었습니다. 단 한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오늘 우리의 모습이 그럴 듯 해보입니다. 거룩해 보입니다. 사람들로부터 존경도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 역시 순식간에 사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배신자로 떨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는 지속적인 겸손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주님을 떠나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우리 본래의 나약하고 비참한 모습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주님의 자비에 힘입지 않고서는 잠시도 홀로 설수 없는 부족한 우리의 근원을 자각하는 일입니다.

주님께서는 배신과 타락으로 인해 거의 죽음과 멸망에 도달한 베드로 사도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셨습니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 번 당신 자비의 눈길을 베드로 사도에게 던지셨습니다.

그 따뜻한 눈길, 다시 일어서라는 격려의 눈길에 베드로 사도는 바닥에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새 출발 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베드로에게 하셨던 똑같은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죄와 방황과 타락의 길을 거듭하는 우리를 인정사정없이 내치지 않으시고 오늘 우리에게도 마지막 기회를 부여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베드로에게 베푸셨던 은총의 역사는 오늘 우리의 삶 안에서 되풀이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배반했다고 해서, 타락했다고 해서 베드로에게 한번 부여한 수제자 직분을 빼앗지 않으셨습니다. 죄와 나약함으로 인해 삶의 벼랑 끝까지 내몰린 베드로 사도였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를 무시하지 않으셨습니다.

죄에 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반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여전히 베드로를 신뢰하십니다. 밀어주십니다. 감싸안아주십니다. 수제자에 걸 맞는 대우를 해주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사랑 앞에 베드로는 비로소 진정한 수제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제 베드로는 주님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도 아깝지 않는 사도 중의 사도로 거듭나게 됩니다.

오늘 중한 죄를 지었다하더라도, 오늘 신자로서 본분을 망각했다 할지라도, 오늘 부르심 받은 사람으로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하루를 보냈다할지라도 있는 우리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주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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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제나름데로 질문을 던져 봅니다.

"나에게 예수님은 누구인가?"

제 '예수님 따라 살기'의 스승이자 동반자라고 믿고,
어슬프나마 흉내라도 내면서 살아 보려고 합니다만 만만찮습니다.
툴툴털고 허허롭게 살라는데 ...
눈 앞에 있는 재물과 편안함을 마다하고 딴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는 것이 언제 가능이나 할지...?

그렇지만 가끔 예수님 따라 살기 흉내를 내어 보았을 때 맛 볼 수 있는
마음의 평화,
그리고 그것에 뒤 따르는 주님께서 함께 하고 계신다는 확신...

제나름의 신앙을 이어가는 가느다란 끈입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주말을 예수님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