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9/27 토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양승국 신부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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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은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오늘은 사랑의 사도이자 자선사업의 대가이신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입니다. 그는 자주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의 주님이십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자신의 모토에 따라 한 평생을 버림받고 소외되어 사회의 외곽에서 떠돌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였습니다.

몇 권의 빈첸시오 드 폴 신부와 관련된 서적을 꺼내 읽었는데, 책을 덮으면서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 그가 펼친 수많은 사업들, 사회에 끼친 지대한 공헌들을, 교회사 안에 남긴 위대한 발자취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그의 생애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향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다들 돌보기를 꺼렸던 정신질환자들이나 범죄자, 부랑인들을 위한 숙소 운영을 덥석 맡은 그는 동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신질환자들과 교화가 불가능한 이 사람들을 지도할 임무를 저희 공동체에 맡겨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형제들이여, 이 고통 중에 있는 형제들을 위로해주는 일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하찮은 일이 결코 아닙니다. 그보다는 하느님을 가장 기쁘게 해드리는 일입니다.

형제들이여, 제 정신과 품성을 잃은 이 불쌍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을 우리에게 맡기신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인간의 비참함을 체험해야만 비로소 우리의 비참함이 얼마나 크고 많은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비참함을 체험해봐야, 괴로움이 무엇인지 맛을 본 이후에 우리의 봉사는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빈첸시오 드 폴 신부의 높은 덕행의 향기에 취한 프랑스 여왕은 그를 고문으로 임명합니다. 영예로운 직책에 임명되고 나서도 그의 생활이나 옷차림은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누더기 투성이인 허름한 수단에 값싼 양털 띠, 잘 맞지도 않는 큼직한 구두에 이상하게 생긴 모자를 쓰고 다니다보니 빈첸시오 드 폴 신부는 당시 귀족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어떤 귀족은 틈만 나면 그의 옷차림을 두고 놀렸습니다.

“여러분, 이 멋진 구두를 보십시오. 그리고 저 모자는 또 뭡니까? 깔깔깔!”

높은 자리에 앉게 된 빈첸시오 드 폴 신부였기에 갖가지 인사 청탁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인사 청탁이 먹혀들지 않자, 아들 뻘도 안 되는 한 젊은이가 찾아와 잔뜩 화를 내며 외쳤습니다.

“야, 이 미친놈아!”

그러자 빈첸시오 드 폴 신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 때문에 당신이 그런 말을 내뱉게 되었군요. 용서해주십시오.”

또 언젠가는 아들을 주교로 추천해달라고 청했다가 거절당한 공작부인이 몹시 화가 나서 의자를 집어 들고 빈첸시오 드 폴 신부의 얼굴을 향해 내던졌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선혈이 낭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손수건으로 상처를 막으며 단 한 마디 말도 없이 방을 떠났습니다.

평생토록 가난한 사람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동고동락해왔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너무나 많은 일을 해온 나머지 온 몸이 성할 데가 없게 된 노인 빈첸시오 드 폴 신부, 그래서 좀 편안히 쉬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텐데, 쑥스러워하며 이렇게 자신의 삶을 반성합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오늘도 형제 한 명의 시중을 받으며 난방이 되는 방과 커튼이 걸린 잠자리에서 지내고 있는 제가 아닙니까? 저는 어느 한 가지도 불편함이 없이 여러모로 여러분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제가 이 수도회에 얼마나 큰 방해거리가 되었겠습니까? 하느님과 이 수도회에 용서를 빕니다. 부디 늙어빠진 저를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이 나이에도 자신을 올바로 고치고,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도록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하느님께 기도해주십시오.”

가난한 사람들의 아버지 빈첸시오 드 폴 신부의 축일을 기념하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시선이 이 사회의 보다 낮은 곳으로 내려가길 기원합니다.

“형제들이여, 이 약한 사람들에게 가십시오. 그들과 함께 약한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 안에서 그들의 연약함을 느끼십시오. 그들의 비참함을 서로 나누십시오. 이 약한 사람, 힘없는 사람을 짊어지십시오. 그러면 이 약한 사람, 힘없는 사람은 틀림없이 여러분을 짊어지고 하늘나라로 올라갈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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