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0/1 선교의 수호자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학자 대축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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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선교의 수호자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학자 대축일-마태오 18장 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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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사람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태 18,1-5)


<승리의 작은 길>

텃밭에서 이랑을 만들 때였습니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꼬맹이가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괜찮으니 가서 놀라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자기키 만한 쇠스랑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폼이 영 아니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다치겠습니다. 어쩌나 가만히 봤는데, 영 도움이 안 되었습니다. 오히려 잘 만들어놓은 이랑을 망쳤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아지까지 밭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합세해서 방해합니다.

그래도 마음이 흐뭇합니다. 일에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돕겠다고 나선 아이의 마음이 기특합니다. 그저 대견스럽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실 때 우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우리가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우리가 아무리 큰 업적을 남긴다하더라도, 우리가 아무리 많은 선행을 실천한다 해도, 창조주 하느님 앞에는 새 발의 피 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분의 일에 별로 보탬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향한 우리의 마음을 보십니다. 우리의 선한 의지를 눈여겨보십니다.

별 보탬은 되지 않으나 당신을 생각하는 우리들의 작은 몸짓을 기쁘게 받아들이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이런 진리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무한하신 하느님 앞에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너무나 미소한 존재들이지만, 작고 단순하고 하찮은 우리의 봉헌으로도 충분히 그분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음을 성녀는 온몸으로 증거 하였습니다.

데레사 성녀는 일상 안에서 마주치는 아주 작은 사건들, 작은 기쁨들, 작은 성취, 작은 오해, 실망, 고통, 그 모든 것들을 한 송이 어여쁜 꽃으로 생각하며 매일 주님 발치 앞에 갖다 바쳤습니다.

“제가 행하는 모든 일은 오로지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데레사 성녀는 작은 것이 아름다운 것임을 짧은 생애를 통해 증명하셨습니다.

“전능하신 분께서 제게 베푸신 가장 큰 은혜는 제가 작다는 것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자임을 깨닫게 해주신 일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나약함과 미소함과 무능함에만 머물러있지 않았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불완전에서 완전에로, 나약함에서 강건함으로 나아갔습니다.

“저는 제 약함을 보고 슬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매일매일 새로운 불완전을 발견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영성 안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측면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녀의 일생은 아쉽다 못해 서글플 정도로 짧은 생애(24세)였지만, 대신 자신에게 부여된 삶의 질, 사랑의 질을 최대한 높이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노력이 주어진 하루 하루, 매 순간에 전력투구하기였습니다.

“저희 삶은 지나가는 한 순간 날아가 버리는 한 순간입니다. 오, 나의 하느님, 이 지상에서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늘 하루뿐입니다.”

생명이 끝나갈 무렵 큰 고통 중에 있던 데레사 성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제가 순간순간을 살지 않는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오직 이 순간만을 바라봅니다. 저는 과거는 잊고 앞날에 대해서는 예측하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우리가 낙담이나 절망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흔히 과거나 미래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는 탓입니다.”

결핵으로 인한 혹독한 고통 가운데서도 데레사 성녀는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녀의 입술에는 기쁨에 찬 찬미가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데레사 성녀는 ‘승리의 작은 길’을 꿋꿋이 걸어갔습니다.

“저는 노래하겠습니다. 가시덤불 속에서 꽃을 따야 하더라도 노래할 것이며, 가시가 길고 따가우면 그만큼 제 노래는 더 아름다울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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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사람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자신을 낮춘다기 보다는
낮은 제 자신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허세를 부리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족부양이라는 멍에가 벋겨지는 그날
허세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작게 살 수 있을까...???
이런 날이 오기나 할까...???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작은 것에 감사하는 하루......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