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9/30 화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양승국 신부님
9월 30일 화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 루카 9,54-56
예수님께서 하늘에 올라가실 때가 차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 그래서 당신에 앞서 심부름꾼들을 보내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모실 준비를 하려고 길을 떠나 사마리아인들의 한 마을로 들어갔다.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은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야고보와 요한 제자가 그것을 보고,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으셨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른 마을로 갔다. (루카 9,51-56)
<주먹은 또 다른 주먹을>
오랫동안 노숙을 한데다 대낮부터 잔뜩 취해있던 한 형제에게 밥이나 먹이고 보내려고 한 식당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들어갈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어서 오세요. 이리 앉으세요. 뭐 드릴까요?”
그러나 그 형제의 만만치 않은 행색, 풍겨 나오는 다양한 ‘향기’를 나중에야 확인한 종업원은 얼굴을 고쳐먹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죄송합니다만, 지금 밥이 다 떨어졌는데요.”
화가 난 그 친구는 욕을 마구 해대고, 발로 탁자를 걷어차고 난리였습니다. 난처한 상황을 수습하느라 혼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디 가서 환대받지 못한다는 것, 누군가로부터 무시당한다는 것, 거부당한다는 것, 보통 기분 나쁜 일이 아니지요.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복수심이 불길처럼 타오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이 그랬습니다.
예수님과 자신들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사마리아 사람들 때문에 제자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성질 급하기로 유명했던 야고보와 요한이 참다못해 예수님께 이렇게 아룁니다.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야고보와 요한이 던진 이 말의 어조나 느낌을 통해 당시 예수님과 제자들이 지니고 있었던 놀랍고도 대단한 파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병자 치유는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죽은 사람도 일으켜 세웠으며, 그 지독한 악령들도 쉽게 물리쳤습니다. 호수 위를 산책하듯 유유히 걸어 다녔는가 하면 바다의 풍랑도 멈추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무시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마리아 사람들 머리 위로 불을 내려 한 순간에 멸망시켜버리는 일 역시 충분히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치 아주 쉬운 일처럼, 분부만 내리시면 즉시 시행하겠다는 얼굴로 외치는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그러나 예수님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꾸짖으십니다.
예수님의 능력은 건설을 위한 것이었지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권위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지 생명을 살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불목 하는 사이, 원수지간이라 할지라도 예수님은 그들이 멸망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으셨습니다. 상대방이 당신께 아무리 예의 없이 처신하더라도 절대로 응징하지 않으셨습니다. 복수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저 안타까워하십니다. 침묵하십니다. 기도하십니다. 아버지의 뜻이 드러나기만을 기다리십니다. 당신 길을 가십니다.
주먹을 사용하는 일, 아주 가깝고도 쉽습니다. 그러나 주먹은 또 다른 주먹을 불러옵니다. 결국 나도 죽고 상대방도 죽는 길입니다.
예수님의 노선을 우리와는 달리 철저하게도 비폭력주의입니다. 완벽한 평화주의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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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그리하여 그들은 다른 마을로 갔다."
제가 타고난 성격이 워낙 급하다 보니
너무 앞선 말과 행동으로 여러 사람 잡았습니다.
아직도 저를 포함해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앞게 할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거부를 당하시고도 참으시고 다른 곳으로 돌아가십니다.
그리고는 기다리십니다.
저에게도 참고 기다릴 수 있는 배려와 여유 그리고 인내심를 ......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화날 때 한 템포 죽이기를 생활화 ....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