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0/14 연중 제28주간 화요일…양승국 신부님
10월 14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 루가 11장 37-41절
그때에 예수님께서 다 말씀하시자, 어떤 바리사이가 자기 집에서 식사하자고 그분을 초대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그 집에 들어가시어 자리에 앉으셨다. 그런데 그 바리사이는 예수님께서 식사 전에 먼저 손을 씻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루카 11,37-41)
<호박씨>
오늘 복음은 어찌 그리도 제 가슴을 치게 만드는 복음인지 깜짝 놀랄 지경입니다. 바로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 것 같아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이렇듯 예수님의 말씀 한 말씀 한 말씀은 짧고 간결하지만 때로 쌍날칼 같이 날카로워 우리들의 정곡을 찌릅니다. 예수님 말씀 한 마디에 가슴이 찔린 저는 하루 종일 고개를 푹 숙이고 반성할 수밖에 없지요.
강론대에 서서 제 입으로 선포하는 말씀은 고상한 포장지로 잘 포장된 상품 같지만 그 내용물은-구체적인 삶-은 형편없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나도 훨씬 지나 썩은 냄새가 펄펄 나지요.
말로는 세상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모든 대상을 다 사랑하고도 남습니다만, 실제로는 제 한 몸 챙기기에도 바쁩니다.
글로는 마치 세상 이치를 다 깨달은 성인군자처럼 모든 것에 초연하고, 원수조차 사랑하지만 실제로 제 마음은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 저리 가라입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 이들은 원래 유대인들의 여러 부류 가운데 가장 잘 나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유다 사회의 상류계층을 형성하던 지식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며, 율법과 성서말씀에 정통해있던 사람들인 동시에 자타가 공인하던 성실한 신앙인들이었습니다.
이토록 모범적인 신앙인들이었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의 가장 첫 번째 가는 공격대상이 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신앙의 본질, 핵심, 근본에 대한 소홀 때문입니다. 결국 신앙의 핵심은 하느님이십니다. 유일신이신 하느님께 찬양과 감사를 드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신앙의 핵심인 하느님에게서 점점 멀어짐과 동시에 부차적인 요소들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성스런 마음으로 제사상을 차리고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면 그걸로 족할텐데...아주 하찮은 것들에 너무 신경을 썼던 것입니다. 제사상에 올릴 명태는 반드시 국산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중국산도 괜찮은가 하는 문제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하루 종일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또한 유대 신앙의 또 다른 핵심이자 축은 하느님께서 지니고 계신 가장 두드러진 속성인 "사랑과 자비"를 이웃들에게 실천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입술로만 하느님과 이웃을 섬겼지 실제 삶이 전혀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지도자였던 그들은 가난한 백성들의 의지처가 되기는커녕 철저하게도 그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위선자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귀신같이 꿰뚫어보시던 예수님이셨기에 그토록 철저하게도 이중적인 인간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사악한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간과할 수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내가 누군데" 하면서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던 그들, 입만 열었다 하면 하느님 사랑을 설파하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었지만 돌아서면 호박씨란 호박씨는 있는 대로 다 까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결코 그들의 삶을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 앞에 가장 위험한 일은 언행의 불일치, 위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의 일치, 이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지만 또한 이것처럼 우리 신앙인들에게 시급한 일이 다시 또 없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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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참된 신앙인
주님 제가 겉과 속이 같은 참된 신앙인이 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그리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되게하여 주소서.
안드레아 형제님
드디어 머리를 얹어셨군요...
축하드면서,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안셀모
나의 복음 묵상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속과 겉'과 '말과 행동'이 서로 대비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신앙생활과 상관 없이 '언행일치'라는 보편적인 삶의 진리를 자식 놈들에게 보여주면서 살아 오느라 꽤나 애를 쓴다고 썼지만
자식 놈들에게는 얼마나 느낌으로 전달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면 할 수록 어려운 것 같습니다.
차라리 말을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말을 무척이나 아꼈던 적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너무 많은 날을 하다보니 줏어 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언행일치', 영원한 숙제입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빈말로라도...' 라는 생각에서 지키지 못할 말을 내뱉지 말자.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