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0월 19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전교 주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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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전교 주일)- 마태오 28,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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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16-20)


<제2의 그리스도>

저희 수도원에 저하고는 달리 정말 수도자답게 생긴 형제가 있습니다. 마음도 천사처럼 곱지만, 외모도 그럴 듯하게 예수님을 빼닮았습니다. 그 형제가 언젠가 볼일을 보러 지방에 내려갔다가 서울로 올라올 때 열차 안에서 생긴 일입니다.

맞은편에 앉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계속 그 형제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대뜸 "혹시 신부님이나 수사님 아니세요?" 하더랍니다. 평복 차림이었던 형제는 깜짝 놀라 어떻게 아셨냐고 물었더니 아주머니가 "벌써 얼굴에 쫙 써 있는 데요." 하더랍니다.

그 형제가 겪은 일을 떠올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수도자로서 삶의 연륜이 쌓여갈수록 보다 마음을 비우고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내면을 갈고 닦아야 할 텐데… 그런 노력이 우리 얼굴을 통해서도 드러나야 할 텐데… 세상 사람들은 그런 우리 얼굴을 보고 그리스도의 얼굴을 볼 수 있어야 할 텐데…'하는 마음 말입니다.

'∼답다'는 말은 언제 사용합니까? 주어진 신분이나 직책에 걸맞게 살아갈 때 '∼ 답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예수님 발자취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인답게 살고자 노력하는 것은 복음 선포에 가장 기본적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음 선포를 위해 책자를 나눠주고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선교를 하는 노력들, 참으로 소중하고 눈물겨운 노력입니다. 번번이 퇴짜를 맞으면서도 끈질기게 집집마다 방문을 해서 천주교를 알리는 일 역시 효과적 선교를 위해 진정 중요한 노력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욱 근본적인 일이 있습니다. 복음 선포를 떠나는 우리의 내적 준비입니다. 먼저 세상 때에 찌든 우리 헌옷을 과감하게 벗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먼저 그리스도화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제2의 그리스도, 또 다른 그리스도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그리스도화 되지 않고, 우리가 먼저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고, 우리가 먼저 그리스도를 따라 살지 않고 복음 선포의 길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어색한 일입니다.

아침이면 아침마다 하루 운수가 어떨지 화투로 패를 떠보는 사람, 때만 되면 점집이나 역술가를 찾는 사람이 복음 선포를 한다고 돌아다니면 세상 사람들이 다 웃을 것입니다. 사기나 유리로 만든 그릇은 부부싸움 하느라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된 그릇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참으로 설득력 없는 복음 선포가 될 것입니다.

진정한 복음 선포는 무엇보다도 삶을 통한 복음선포입니다. 우리 존재 자체로, 우리 삶을 통해 복음 선포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 얼굴만 봐도 '저 사람들은 힘겨운 가운데서도 왜 저렇게 기쁜가?', '나도 한번 신자가 되어보고 싶다'고 결심할 정도로 기쁘고 열정적인 삶, 정직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최상의 전교라고 생각합니다.

"신부님, 신부님을 바라볼 때, 저는 마치 예수님을 보고 있는 듯해요."

한 신자가 찾아와서 제게 한 말입니다. 저는 당황하지도 놀라지도 않았으며 그분이 한 말에 대해 반대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다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형제님 안에 있는 그리스도가 제 안에 있는 그리스도를 보게 하는 것입니다."

제 말에 그분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수님께서는 정말 우리 가운데 계심을 확신 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체험 같지요? 솔직히 제가 한 체험이 아니라 우리 시대 대영성가인 헨리 나웬의 체험담입니다. 헨리 나웬이 겪었던 그 소중한 체험이 이번 전교의 달 우리의 화두(話頭)가 되면 좋겠습니다. 헨리 나웬이 했던 그 아름다운 체험을 우리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우리 매일의 삶을 바라보면서 이런 말들을 하도록 우리 삶을 한 차원 높이길 바랍니다.

"우리 아버지는 법 없이도 살 사람입니다. 우리 엄마는 하늘에서 갓 내려온 천사라니까요. 우리 수녀님 얼굴만 봐도 마음이 다 편안해져요. 우리 신부님 옷자락에서는 예수님 향기가 나요.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 계셔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전교주일을 맞아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통해 예수님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예수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도록,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스도화' 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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