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0/21 연중 제29주간 화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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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 루카 12,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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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루카 12,35-38)


<있을 때 좀 더 잘할 걸>

저희 살레시오 회원들에게 있어 인사이동 때 마다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아이들입니다. 오래전 일이 생각납니다. 정들었던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른 곳으로 둥지를 틀기 위해 떠나던 아침이었습니다.

형들한테 맨 날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던 녀석, 못 얻어먹어서 삐쩍 마른 강아지 같던 한 꼬맹이가 계속 저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바빠 죽겠는데 자꾸 왜 그러냐고 하니, 자기도 저랑 같이 가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난감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원망과 아쉬움 섞인 아이들의 눈동자들을 뒤로 하고, 또 다른 길을 떠나면서 얼마나 후회가 막심했는지 모릅니다. 계속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한 생각은 ‘있을 때 좀 더 잘 할 걸’이었습니다. 같이 살 때, 한번이라도 더 품에 안아주고, 한번이라도 더 눈길 주고, 한번이라도 더 용서해주고, 조금 더 뛰어다니고...그렇게 살 걸, 하는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그 날이 언제일지 모르니, 늘 준비하고 깨어 기다리고 있어라’고 당부하십니다.

주님께서 오실 날, 그분께서 우리에게 가장 기대하는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묵상해봅니다.

아마도 평생을 하루처럼, 하루를 평생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요? 오늘을 마지막처럼, 오늘이 내 일생의 전부인양, 그렇게 진지하게, 철저하게, 심혈을 기울여,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요?

이웃을 바라볼 때도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못 볼 사람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모습, 오늘 배당된 일을 시작하면서 내게 주어진 마지막 업무로 여기는 모습이 아닐까요?

한 선교사 신부님께서 회의 차 긴 배 여행을 다녀오셨답니다. 기나긴 여행이었기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셨던 신부님이셨습니다. 비마저 추적추적 내려서 그런지 초라한 부두에는 마중 나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배에서 내려서니 뜻밖에도 한 할머님이 신부님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본당 내에서 가장 가난한 할머님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신부님의 모습이 나타나자 그녀의 얼굴이 활짝 밝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외쳐대는 할머님의 말에 의하면 “신부님이 안계시니 마음이 너무 허전해서 벌써 사흘 전부터 부두에 나와 있었다. 배가 도착하는 시간만 되면 비까지 맞아가면서 목이 빠져라 신부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님은 신부님 앞으로 봉지 하나를 내밀었는데, 풀어보니 거기에는 손때가 묻을 만큼 묻어있는 이상하게 생긴 큰 떡이 여섯 개나 들어있었는데, 보아하니 불상 앞에 놓아둔 떡이 틀림없었습니다. 그 할머님을 바라보며 신부님은 이런 진리 하나를 깨달으셨답니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기쁜 일중에 기쁜 일 한 가지는 ‘한 인간이 적어도 다른 한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다시없는 귀한 존재’로 여기지는 것입니다(A. J. 크로닌, ‘천국의 열쇠’, 바오로 딸 참조).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 아마도 그분께서 가장 기뻐하실 삶의 모습은 위의 신부님과 할머님 사이 같은 그런 그림 같은 모습의 삶이 아닐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 자체로 삶의 기쁨이며 희망인 그런 관계, 한 며칠 못 보면 허전하고 쓸쓸해서 못 견딜 정도의 그런 관계...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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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비교적 잠이 많은 편인 저는
한 낮에도 많이 조는 편입니다.

신앙생활도 다름 없습니다.
이런 식이면 주님의 시중을 받기는 애시당초 기대하기 힘든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될까요?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마음은 열고, 입은 닫고!', 깨어 기억하기...
안셀모

내일이

내일이 이 세상에서 나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오늘을 살아간다면
지금 이 순간 순간이 너무도 아까울 것이다.
현재를 영어로 present로 표기한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이 주님께서 우리에 주신
선물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아이들 조금 더 안아주고 싶고, 찬란한 이 자연에 경외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이웃형제들에게 더욱 고마와 할 것이다.

맞습니다...

오늘이 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가장 아름다울 것입니다.

언제나 마지막처럼...

그러면, 모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테니까요...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처음처럼, 이 말도 너무 좋고,
마지막처럼, 이 말도 너무 좋습니다.

농담입니다만.. 그러면 두가지를 합치면..
하루살이처럼?? ㅎㅎ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하루살이는 우리와 시간개념이 틀리답니다.
알에서 태어나 날고 죽는 그 하루가
우리 인간의 인생입니다.

하루살이가 24시간 살고, 인간이 70살을 산다고 가정하면,
하루는 24X60X60=86,400 초 이니까
대략 1,234초가 그들에겐 1년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하루살이에게 배워 시간을 가치있게 쓰라는 교훈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