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적이다 (Life is miracle)

저자: 웬델 베리(Wendell Berry, 1934- )

미국의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 문명비평가이자 농부.

젊은 시절 켄터키대학과 스탠포드대학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 과정에서 수학, 학위를 받은 뒤 잠시 이탈리아 여행을 하였고, 귀국 후 뉴욕대학과 켄터키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러나 30대 초에 대학을 사직하고, 5대에 걸쳐 조상들이 농사를 지어온 켄터키의 고향마을 헨리 카운티로 돌아와 지금까지 40년 동안 줄곧 전통적인 방법으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독립적인 소농이 중심이 된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토머스 제퍼슨의 민주주의적 이상에 따라 "인간이 땅에 뿌리를 박고 책임있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천착하는 글을 다양한 형식으로 써왔다. 그는 지금 여전히 켄터키의 시골마을에서 그의 아내와 자녀들, 손자 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

한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블레이크의 이 시구는 삶의 기적적인 성격을 일깨움으로써 우리의 인식을 고양시킨다. 그러나 윌슨이 말하는 과학은 모래 한알에서 세계를 보지 못한다. 윌슨은 모래알을 더 잘게 쪼개고 분류하여 가능한 한 최소단위로 환원시킬 뿐이다. 삶을 기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것으로, 또 알 수 있는 것으로 다루는 것은 결국 삶을 축소시키고 환원시키는 일이다. 윌슨이 삶을 환원하고 축소한다면, 블레이크는 삶을 고양시킨다. 블레이크는 모래 한알에서 세계를, 한송이 들꽃에서 세계와 그 너머를 보고 있다. 블레이크의 시 속에서는 모래알 하나가 도약하여 세계와 동일시되고, 들꽃 한송이가 도약하여 천국과 동일시된다. 세계와 그 너머, 천국의 수준으로 모래알과 들꽃이 고양되고 그 수준에서 일치를 이룬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consilience, "함께 도약하여 일치를 이룸"이다. 통합은 삶의 고양을 이루는 것이어야지 삶을 조잡하게 만드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사람은 누구나 물화(物化)된 삶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이 책《삶은 기적이다》에서 웬델 베리는 "우리는 신비 안에서, 기적에 의해 살아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삶은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는 과학자 에르빈 샤르가프의 말을 인용한다. 웬델 베리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세계와 삶이 지니는 "알 수 없음", "신비"의 측면을 지키는 데 대단히 강경한 어조로 이야기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한탕주의 뜨네기들"로서 "약탈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붙박이들"로서 "정착하여 자신이 일군 삶과 살고 있는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삶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

우리의 기적..

기적은 불가능하리라고 믿었던 일들이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성서에도 치유의 기적, 물위를 걷는 기적 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신앙인들도 저마다 각기 다양한 신앙의 체험을 하며 신앙을 키워갑니다.

저마다 사람들의 일상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루하루 사람들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 한숨돌릴만 하면, 또 새로운 문제가 다가옵니다. 그렇게만 본다면 삶은 고통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적'이라 볼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컴퓨터 게임에만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자녀가 어느날 맘잡고,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신심이 좋은 자매님이 그간 남편을 성당에 어거지로 이끌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에 남편이 마치 '봄소풍'을 가는 맘으로 '성당에 빨리가자'며 오히려 자매를 독촉하는 일이 생긴다든가.. 평생 웬수로 생각했던 사람과 갑자기 기쁜 마음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깜짝 놀란만한 일들이 사실 내 안에서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그냥 무심코 지나쳐 느끼지 못하는 것도 많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 기적의 중심에 '성령'이 현존하심을 믿습니다.

우리 공동체에서도 그간 대표적인 불만사항중의 하나였던 '화장실'이 변하고 있습니다. 흩어진 마음들이 조금씩 모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버려야할 나쁜 습관, 개선해야할 사항이 많치만 하나씩 둘씩 마음을 모으면 어느새 우리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도저히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점점 해결되어 갑니다. 우리 공동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기적을 쌓아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