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主人)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者)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냐'하고
능욕(凌辱)하려는 장군(將軍)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抗拒)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지내는 연기(烟氣)인 줄을 알았습니다.
영원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역사(人間歷史)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한용운 <당신을 보았습니다> 전문.

댓글

마음 속에 분노를...

오랜 세뤌 동안 품고 살아오다
어느날 홀연히 제게 다가온 예수님을 뵙고난 후로
봄바람에 눈 녹 듯이 분노는 서서히 사그러지고
그 자리에 그 분께서 주신 자유로 인한
평화와 기쁨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주체 못할 만큼 컸던 분노의 에너지를 사랑의 에너지로 탈바꿈 시켜 주신 그 분과의 만남을 생각나게 하는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