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1/14 연중 제32주간 금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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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 루카17,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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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루카 17,26-37)


<끝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마감하는 밤 시간, 성직자들은 마무리 기도로 ‘성무일도’ 가운데 가장 마지막 기도인 ‘끝기도’를 바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본의 아니게 자주 빼먹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빼먹지 않겠다고 다시금 다짐해봅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드리는 끝기도 내용 한 구절 한 구절은 얼마나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지, 얼마나 가슴 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주님, 말씀하신 대로 이제는 주님의 종을 평안히 떠나가게 하소서.”

“전능하신 하느님,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수행생활에 투신하는 수도자들에게 있어 끝기도를 바치는 시간은 ‘작은 죽음’의 순간입니다. 끝기도를 바칠 때 마다 저희는 “또 하루가 저무는구나. 또 한 번 죽는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경당을 빠져나와 침실로 올라가는 저희는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주님의 손에 제 영혼을 맡기나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말에 일어날 광경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계십니다. 말씀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가슴이 섬뜩해집니다. 엄청난 홍수가 들이닥칠 것이라고 하십니다. 하늘에서는 불과 유황이 쏟아져 내릴 것이라고 하십니다. 두 명 가운데 한명은 데려가시고 한명은 버려두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이러한 광경은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펼쳐질 미래입니다. 잘 준비된 사람들에게 주어질 상급은 얼마나 큰 것인지 모릅니다.

‘팔팔하게’ ‘싱싱하게’ ‘새파랗게’ 살아있을 때부터 종말을 잘 준비한 사람들, 죽음을 당연한 인간의 현실로 여기고 기꺼이 긍정적으로 수용한 사람들, 평소부터 당당하게 죽음에 직면하는 연습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그 날은 얼마나 은혜로운 날인지 모릅니다.

우리의 죽음을 똑바로 응시하게 될 때 주어지는 은총은 참으로 큰 것입니다. 우리 인간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가식을 떨쳐버릴 수 있습니다. 위선적인 삶에서 돌아설 수 있습니다.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순간, 그렇게 하찮아보이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순간, 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다가오게 될 주님의 날, 갑자기 바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마주치게 될 마지막 날, 허둥대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무덤에서 편히 쉬신 아드님과 같이 우리도 편히 쉬게 되었으니, 내일도 잠에서 깨어나 부활하신 그분과 함께 새 생활을 시작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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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

"아빠는 왜 살아요?"
"죽으려고 살지... ..."
"그럼 왜 죽어요?"
"죽을 수 밖에 없으니까... ..."
"그럼...어떻게 죽어야 돼요?"
"자~~~알~~~~"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거얘요?"
"... ..."

이제 훌쩍 커버린 제 딸과 오래 전부터 가끔씩 하곤 하는 선문답입니다.
제 신앙 생활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던 화두, '죽음'입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때에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 이 시간에 사랑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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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기도를 정성드려 바치자.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