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1/16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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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 마태오 25,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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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는 것과 같다. 그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다섯 탈렌트, 다른 사람에게는 두 탈렌트,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탈렌트를 주고 여행을 떠났다. 다섯 탈렌트를 받은 이는 곧 가서 그 돈을 활용하여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다. 두 탈렌트를 받은 이도 그렇게 하여 두 탈렌트를 더 벌었다. 그러나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물러가서 땅을 파고 주인의 그 돈을 숨겼다. 오랜 뒤에 종들의 주인이 와서 그들과 셈을 하게 되었다. 다섯 탈렌트를 받은 이가 나아가서 다섯 탈렌트를 더 바치며, ‘주인님, 저에게 다섯 탈렌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두 탈렌트를 받은 이도 나아가서, ‘주인님, 저에게 두 탈렌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두 탈렌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그런데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나아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께서 모진 분이시어서,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운 나머지 물러가서 주인님의 탈렌트를 땅에 숨겨 두었습니다. 보십시오, 주인님의 것을 도로 받으십시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내가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내 돈을 대금업자들에게 맡겼어야지.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에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돌려받았을 것이다. 저자에게서 그 한 탈렌트를 빼앗아 열 탈렌트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저 쓸모없는 종은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마태 25,14-30)


<모든 것이 다 선물입니다.>

시각장애인 이재서 교수님 자전 에세이 「아름다움은 마음의 눈으로 보인다.」를 읽으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고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아픔이지만 창조를 위한 기회입니다. 고난은 언제나 설명서 없이 불쑥 찾아옵니다. 하지만 설명서는 언제나 나중에 옵니다.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고난이 끝인 줄 알고 쉽게 행동하면 안 됩니다. 어떻게든 인내하고 참아야 합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견뎌야 합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기쁨과 감사로, 그 고난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말해주는 설명서를 받아 읽을 날이 올 것입니다."

이 에세이에는 15살 때 찾아온 실명(失明)을 다정한 친구로, 축복 중 축복으로 여기는 이 교수님의 특별한 인생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실명한 것에 대해 억울해 하지 않고, 원망도 않으시는 교수님은 이렇게 외칩니다.

  "실명, 그것은 축복이었습니다. 실명 덕분에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실명한 이후 기나긴 좌절과 고통의 세월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네 가지 눈'이라는 제목의 강의였답니다.

  "사람은 사물을 보는 육안(肉眼), 지혜를 터득해 가지는 지안(智眼), 마음으로 보는 심안(心眼), 종교의 힘으로 영원한 세상을 보는 영안(靈眼) 등 네 개의 눈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비록 육안은 잃었지만 나머지 세 개의 눈은 정상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었기에 겪어야만 했던 모진 난관들을 극복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힘이 돼준 것은 다름 아닌 신앙의 눈이었습니다. 육신의 눈이 아니라 신앙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니 그런대로 견딜 만하게 됐답니다.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니 가끔씩 마주서는 절벽 앞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됐답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탈렌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찾아냈고, 그것을 키워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이 교수님은 보란 듯이 우뚝 섰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강단에 서게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북한 장애인 지원 사업에 열정적으로 투신하고 계십니다. 우리 모두의 귀감이자 큰 빛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각자가 받은 탈렌트를 최대한 활용할 것을, 그래서 하느님께는 영광을 드리고, 이웃들에게는 기쁨이 되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하고 계십니다.

한 탈렌트를 땅에 묻어두고 노심초사했던 종에게 주인은 화가 잔뜩 나서 호통을 칩니다.

"너야말로 악하고 게으른 종이다. 이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주인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성실하게 노력해서 맡긴 재산을 불리기는커녕, 받은 탈렌트를 땅에 묻어놓고 빈둥거리며 게으름을 피운 종을 주인이 잘 봐줄 리 없습니다. 그는 주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결실 없는 인생, 자신의 인생에 불충실한 삶, 숱한 은총의 선물을 받고도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을 하느님께서는 슬픈 시선으로 바라보실 것입니다.

  나이가 만만찮게 들어가면서, 수도생활 연륜도 점점 늘어만 가는데도 제대로 된 열매 한 번 맺지 못하니 하느님 앞에 부끄럽기만 합니다. 아무런 장애도 없으면서, 특별한 불편이나 어려움도 없으면서 '나는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하며 자신을 비관만 해왔습니다. 그 숱한 황금 같은 시간들을 아깝게도 그저 '죽이며' 지내왔습니다. 아직도 새파란 나이에 '이 나이에!' 하며 거드름을 피웠습니다.

  제게 주어진 이 건강한 몸 하나만으로도 저는 참으로 큰 은총을 넘치도록 받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은총의 선물입니다. 우리의 약점, 상처, 고통, 십자가조차도 일종의 탈렌트들입니다. 우리를 보다 큰 그릇으로 만들고자 하느님께서 보내신 선물들입니다.

  어떠한 처지에서든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는 하루, 어떠한 시련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하루,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면서도 하느님을 찬미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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