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 2월 25일 재의 수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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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재의 수요일 - 마태오 6,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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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 6,1-6.16-18)


<가장 좋은 피정>

제게 있어 듣기 섬뜩한 단어, 그래서 머릿속에 떠올리기 조차 꺼려지는 단어 중에 하나가 ‘화장터’입니다. 화장터에 가보신 적이 있으시겠지요? 얼마 전에 저도 장례식이 끝난 후에 화장터까지 따라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럽고 음산해보이던 예전의 화장터 분위기와는 전혀 딴 판이더군요. 화장 시스템도 많이 자동화, 현대화가 되어 있었고, 절차도 아주 간단했고, 무엇보다도 신속 정확했습니다.

화장절차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정말 황망하더군요. 순식간에 작업이 마무리되어 조그마한 작은 상자가 유족들에게 인도되었습니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 동안 인생무상(人生無常)을 진하게 체험했습니다. 참으로 서글프더군요. 그리고 공평했습니다. 천지를 호령하던 사람들, 그리도 떵떵거리며 살던 사람들,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 같던 사람들, 기골이 장대하던 사람들, 그리도 미모를 뽐내던 사람들...그 누구든 상관없이 순식간에 한 줌 재로 변하고 맙니다.

마지막 남은 초라한 삶의 자취를 안치하러 납골당에 갔을 때도 분위기는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작은 공간 안에 셀 수도 없이 많은 삶의 여운들, 한때 치열했던 삶의 흔적들이 미소 띤 얼굴로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장례미사를 주례할 때 마다, 장지에 따라갈 때 마다, 화장장에 서 있을 때 마다 저는 그 어떤 피정보다 훌륭한 피정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토록 날리던 인생, 그리도 찬란하던 인생도 결국은 한 줌 재더군요.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육신, 끔찍이도 챙기던 목숨이었는데, 숨 한번 끊어지니 그만이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아직 젊기에 천년만년 살 것처럼 생각될 것입니다. 아직 내게는 멀었으려니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은 소리도 없이 우리 곁에 내려앉습니다. 나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순서도 없습니다. 그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순식간에 우리의 생애는 아침이슬 사라지듯 사라져 갈 것입니다. 그저 한 줌 재가 되어 강물에 뿌려지고, 바람에 흩날려 자취도 없이 사라져갈 것입니다.

스스로를 생각할 때 어떠십니까? 중환자실을 방문할 때 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너무나 유약한 존재입니다. 정녕 미미한 존재입니다. ‘나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 쓰러지지 않는다’,‘내 사전에 내리막길이란 없다’던 사람들이었는데, 이제 세상에서 가장 약한 모습으로 그렇게 누워들 계십니다. 눈을 부릅뜬 채 이제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계시더군요.

오늘 또 다시 재의 수요일입니다. 재의 예식 중에 사제는 신자들의 머리 위에 재를 얹어주며 당부합니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또 다시 맞이한 사순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첫 번째 과제는 회개입니다.

제대로 된 회개를 위해서는 일련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너무 스스로를 비하시키는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시편 작가들의 표현처럼 살지 죽을지 모르는 갓 태어난 핏 덩어리 같은 존재들입니다. 단 하루를 예측할 수 없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들입니다. 여기서 홀대받고, 저기서 야단맞는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들입니다. 주님의 은총, 주님의 보살핌이 아니라면 단 하루도 생을 보장받을 수 없는 나약한 존재들입니다.

회개란 이토록 부족한 우리들이기에 결국 풍요로운 주님 자비에 우리의 전 존재를 맡기는 일입니다. 마치도 갓 부화된 어린 참새 같은 우리들의 인생이기에 주님의 따뜻한 둥지에 머무는 것이 회개입니다.

회개를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말마디 그대로 마음을 바꿔먹는 일이겠지요. 개과천선하는 일이겠습니다. 세상의 길, 죄와 타락의 길, 우리의 길을 버리고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것도 회개의 한 표시입니다.

그러나 참된 회개를 위해서 그보다 훨씬 중요한 하나의 과정을 거치셔야 하는데, 그것은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입니다.

그분이 얼마나 좋으신 분인지? 따뜻한 분이신지? 사랑이 지극한 분이신지? 그분을 떠나서 사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그분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 분이신지?

우리를 향한 그분의 크신 자비를 알았기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해서 자신도 모르게 발길을 그분께로 돌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런 회개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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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음 묵상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오늘 새벽미시에서 이마에 재를 받았습니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기억하라 하십니다.

모든 것들이 중구난방으로 엉켜버린
지난 2주일을 황망하게 보내고
정신을 가다듬어 보니 재의 수요일입니다.

더 적게 말하고
더 적게 먹고
더 적게 마시고
잠을 더 줄이고
놀이를 더 줄이고

더 그게 웃으며
더 넓게 가슴을 펴고
더 활달하게 움직이며

기도와 자선과 단식으로
보다 작은 자신을 작아지게 사순시기를 지내고 나면
엉키고 설키고 꼬일대로 꼬인 것들이 풀려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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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닫고, 마음은 열고'를 기억하는 하루 ... ...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