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3월 10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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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마태오 2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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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마태 23,1-12)


<존경하는 목사님의 설교>

가끔씩 저는 열정과 감동으로 가득 찰 뿐 아니라 순발력과 기지가 번뜩이는 한 개신교 목사님의 설교를 경청하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설교를 하시는 목사님 본인이 정말 행복하시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말 존경스럽다 못해 신기해하기까지 합니다. 듣는 신자들을 쥐었다 놓았다, 울렸다 웃겼다 합니다. 재미도 있고 내용도 있습니다.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그런 설교를 듣고 있는 신자들 얼굴도 환합니다. 은혜도 엄청 받는 느낌입니다.

그런 모습 보면서 은근히 샘도 나고 다른 한편으로 반성도 많이 합니다. 우선 말씀을 선포하는 저 자신부터 자신감이 없습니다. 확신도 부족합니다. 그러다보니 마지못해 하게 됩니다. 당연히 반응도 시원찮습니다.

세상에 괴로운 것 중에 정말 괴로운 것이 내용도 없으면서 길고 지루한 강론이나 설교겠지요. 결론이 빤한 훈계조의 강의, 잡다한 지식을 길게 늘어놓지만 들을 거라곤 하나 없는 그저 그런 강좌, 자기만의 억지논리를 집요하게 강요하는 특강, 듣고 있노라면 정말 괴롭습니다. 그나마 빨리 끝나면 좋으련만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다가 다시 이어집니다. 고문을 넘어 폭력에 가깝습니다. 앉아있으려면 정말 죽을 맛입니다.

언젠가 한 단체에서 주관하는 심포지엄에 갔습니다. 주제 발표가 있었는데,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나른한 봄날, 점심식사 후에 곧바로 진행된 강의였기에, 거기다 내용도 틀에 박힌 고리타분한 것이었기에 거의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꿈나라를 헤매시더군요.

방청객석에 앉아있던 저도 무척 졸렸지만 ‘사회적 체면’도 있고 해서 억지로 졸음을 참고 있었는데, 더 이상 안 되겠더라구요. 졸음도 쫓을 겸해서 수첩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주 저희 공동체에서 있게 될 행사의 윤곽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열심히 적었습니다.

참석 예상 인원: 250명, 행사 장소: 지하 강당, 간식: 차 종류와 떡, 진행: 김○○, 특기사항: 중앙 마이크 점검, 손님용 화장실 청결상태 확인...

그렇게 열심히 적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저는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날 심포지엄 취재차 따라온 한 지상파 방송국 카메라가 어느새 제 바로 앞으로 다가와서 열심히 적고 있는 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사태를 파악한 저는 태연스럽게 가끔씩 강사도 쳐다보고, 필기도 하는 척하면서 강의에 몰입하고 있는 포즈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밤 늦은 시간에 텔레비전에 잠깐 제가 나왔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나중에 제게 전해졌습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말이 있습니다. 날카로운 말 한마디로 상대편의 급소를 찌름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비록 단 한 마디 말이지만 오랜 인생의 경험, 혹은 깊은 신앙, 혹은 삶의 진리에서 나온 말이기에, 영혼이 담긴 설득력 있는 말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신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는 바로 ‘촌철살인’의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들은 어찌 그리도 쉬운지 모릅니다. 어찌 그리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지 모릅니다. 어찌 그리도 간결한지 모릅니다. 어찌 그리도 힘이 있는지 모릅니다. 엄청난 설득력과 잠재력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장황하게 늘어놓지만 말씀의 핵심이 없는 바리사이들의 가르침, 뭔가 그럴듯한데 알쏭달쏭, 애매모호한, 그래서 사람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율법학자들의 가르침과는 달라도 많이 달랐습니다.

신앙의 정수, 종교의 근본, 깊이 있는 영적생활과도 같은 본질적인 가르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것들에만 혈안이 되어있던 종교지도자들의 훈계 앞에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등장하신 것입니다. 그분의 가르침은 골수를 파고드는 명쾌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궁금증을 일거에 풀어주던 시원시원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가르침이었습니다. 많은 율법조항들을 단 한마디에 요약해서 귀에 쏙 넣어주는 가르침 중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가장 중요한 한 말씀을 우리에게 던지시는군요. 아주 구체적인 말씀, 신랄한 말씀, 뼈에 사무치는 말씀, 결국 구원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말씀입니다.

“그들의 행실은 따라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예수님은 철저하게도 가난한 민중들 그 한 가운데로 파고 들어가셨습니다. 그들에게 어려운 말씀 전혀 하지 않으시고, 아주 쉬운 말씀으로 백성들을 가르치셨습니다. 감동시키셨습니다. 아주 쉽게 구원에 이르는 길을 설파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의 가르침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보다 쉬워지기 바랍니다. 보다 구체적인 것이 되길 바랍니다. 보다 실천적인 것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 누구든 쉽게 교회로 다가서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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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음 묵상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백수가 된지가 오늘로 꼭 한달입니다.
여러 사람 백수로 만들기도 했던 제가 백수가 된 것입니다.
지난 주일 고백성사로 마음에 남아 있는 미움의 찌꺼기를 털고나니
제가 이전에 남들에게 주었을 상처가 마음 밑바닥에서 새삼 떠오릅니다.
이제는 제 자신을 낮추라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나이 쉰이 넘어 남의 나라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합니다만
주님만 믿고 묵묵히 가보렵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를 기억하는 하루 ... ...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