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34] ⑨ EP 4 - 교회 가지: 제 8 계명 - 은총의 축제로 전례를 행한다 (사례)

[EP-1234] ⑨ EP 4 - 교회 가지: 제 8 계명 - 은총의 축제로 전례를 행한다 (사례)

서울 반포4동본당 주일 밤 10시 미사

 ▶반포4동성당 주일 밤 10시 미사에서 음악 봉사를 하는 성가대와 연주자들. 현악기 몇대가 전례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부활 제3주일인 지난 4월30일 밤 9시20분 서울 반포4동성당. 아래층 한쪽에서 성가대 노래 소리와 악기 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가운데 몇몇 봉사자들이 성당문 입구에 작은 봉헌초들을 갖다 놓았다.
 
 ▶9 시30분쯤 되자 성가연습을 마친 성가대원들이 성당으로 올라오더니 초를 하나씩 들고서는 성당 가운데 통로를 통해 제대 앞으로 가서 제단 중앙에 놓고는 성가대석으로 향했다. 미사에 오는 신자들도 저마다 초를 하나씩 받아들고서는 제단에 봉헌한 후 자리에 가서 미사 준비를 했다. 미사가 시작할 때쯤 되자 수백개의 봉헌 초가 제단 중앙에서 불을 밝히고 있었다.

 본당에서는 주일 밤 10시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을 위해 봉헌초를 마련한다. 초를 봉헌하는 것은 이 주일미사가 다른 누구가 아닌 나를 위한 미사라는 것. 구경하듯이 미사에 참석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신자 공동체와 함께 미사에 참여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를 봉헌한 후 자리에 앉으면 왠지 더욱 경건해지는 느낌이다.
 
 ▶밤10시. 미사가 시작됐다. 이 미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강귀석 주임신부가 집전한다. 미사가 시작되자 열려 있던 성당 문들이 조용히 닫혔다. 늦게 온 신자들은 뒤에 서 있다가 본당 수녀와 봉사자들의 안내로 전례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조용 빈 자리를 찾아갔다.

 시작 성가를 비롯한 미사 성가곡은 가톨릭성가와 복음성가(생활성가)가 섞여 있었다. 성가대가 주도를 하지만 신자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곡들로 선곡됐다. 오르간 외에도 바이올린 2대와 첼로가 반주를 해서 그런지 성가 분위기가 훨씬 살아 있었다. 화답송으로는 떼제 성가 찬미하여라 를 불렀다. 떼제 성가 특유의 단순하고 반복되는 가사와 가락은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르면서 그 뜻을 새길 수 있도록 도와줬다.

 미사가 거행되는 동안 성당 안은 조용하고 경건하면서도 찬미하는 분위기가 살아 있었다. 전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조용 움직이며 안내하는 봉사자들 노래가 지루하고 단조롭지 않도록 생활성가와 가톨릭성가를 적절히 섞어 선곡하고 성가를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성가대와 악기들의 반주 등이 그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자아내고 있었다.

 
 미사 강론. 성당 안은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500명이 넘는 신자들이 있었지만 10분 남짓한 강론 시간에 주보를 읽는 등 해찰하는 신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활에서 부딪치는 사례를 복음 말씀과 연결짓는 강론 내용을 모두가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신자들의 기도(보편지향기도) 시간. 모두들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바이올
린과 첼로 파이프 오르간의 연주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약 4분 정도 침묵 중에 기도를 바쳤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 주례 사제는 오늘 평화의 인사는 수고했어요 괜찮아요 로 합니다 하면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에 따라 신자들도 서로 수고했어요 라고 인사하고 괜찮아요 로 화답했다. 웃음과 함께 기쁨이 묻어나는 인사였다.

 미사 전례에서 주례 사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사 전례 형식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 영성체 시간에는 성체성가를 함께 부르고 나서 성가대가 특송으로 찬미했다. 성가대 특송은 신자들에게 음악과 함께 침묵 중에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10시 정각에 시작한 미사는 11시 5분쯤에 끝났다. 미사 후 성가대는 성당 문을 나서는 신자들을 위해 민요를 선물했다. 남아 있던 신자들은 박수로 감사와 격려 표시를 했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 문을 나섰다. 서늘한 밤공기 때문일까. 상큼하다는 느낌과 함께 여운이 남았다. 좋은 영화나 연주회를 감상하고 나왔을 때와 같은 그런 여운이.

  반포4동성당의 주일 밤 10시 미사는 요란하지 않고 깔끔했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미사에 집중하게 해주었다. 반포4동성당 주일 밤 10시 미사에 가보세요. 너무 좋아요. 시간이 될 때마다 이 성당 주일 밤 10시 미사에 참례한다며 기자에게 가볼 것을 권한 인근 본당 신자 부부의 말이 떠오르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반포4동성당에서는 모든 미사를 이렇게 거행하는 게 아니다. 주일 밤 10시 미사는 이른바 특화 미사 다. 분위기를 바꾸고 변화를 준다면 신자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해서 강귀석 주임신부가 시작했다.

  물론 여러 준비가 필요합니다. 성가와 음악이 중요하기 때문에 따로 마련해야 하고 성가대에도 투자를 해야 합니다. 강론 준비를 비롯해서 그날 전례나 신자들의 분위기에 맞는 적절한 멘트를 통해 변화를 주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합니다.

 특화된 성가를 위해서 반포4동본당은 가톨릭성가와 생활성가 복음성가 등에서 발췌한 곡으로 별도 성가책을 만들어 성당에 비치했다. 또 주일 밤 10시 미사를 전담할 성가대도 결성했고 음악적 효과를 살리고자 바이올린과 첼로 주자 등에게 유급으로 봉사토록 했다. 이들은 신자들과 함께 부르는 성가 외에 보편지향기도 시간과 영성체 후에 묵상을 도와줄 음악을 연주한다.

  오르간과 함께 이들 현악기 몇대는 성가대의 부족함을 충분히 메워줍니다.
악기 몇 대가 발휘하는 위력이 대단히 큽니다.

 전임지에서도 특화 미사를 하곤 했다는 강 신부는 주일 밤 미사 외에도 매주 화요일 밤 9시 미사와 금요일 오전 10시 미사도 특화 미사 로 집전하며 금요일에는 강론 시간을 이용해서 성서 강의도 한다.

이창훈 기자 changhl [at] pbc [dot] co [dot] kr
[평화신문 200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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